독일, 뮌헨 1

유럽대륙, 10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 뮌헨까지는 떼제베(TGV)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뮌헨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독일어가 왠지 반가웠다.

세계 일주 전 일했던 회사가 독일 회사여서 업무는 한국어와 영어로 하더라도 서류에는 영어와 독일어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독일어를 못함에도 눈에는 익숙했기 때문에 나 혼자만의 내적 친밀감을 갖고 독일에서의 여행을 시작했다.


뮌헨에서의 우리 숙소는 올드시티에서 트램을 타고 몇 정거장을 가면 있는 현지인들 주거지여서 중앙역에서 숙소로 가기 위해서 교통카드를 사야 했고 우리는 뮌헨의 많은 교통 카드 옵션 중에서 그룹 3일권을 구매했다.

그룹권은 3일 내내 2인-5인이 정해진 뮌헨 구역 안에서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탑승할 수 있는 티켓이라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우리 숙소 위치와 우리 부부 두 사람이 이용하는 걸 감안했을 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해가 짧아진 겨울이라 이미 어두워진 거리에, 패딩을 입어 둔한 몸에 배낭을 메니 배낭이 더 무겁게 느껴져서 첫날은 바로 숙소로 가서 쉬고 다음날 올드시티로 갔다.


시내의 중앙에 있어서 뮌헨을 찾는 사람들이 꼭 지나다니게 되는 마리엔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크게 서있고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포함해서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 물건을 사진 않았지만 화려한 색과 장식으로 꾸며진 마켓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조금 지나니 매일 오전 11시 시청사 건물의 뾰족한 첨탑에서 펼쳐지는 인형극을 보기 위해서 마리엔 광장에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올려 시청사를 바라다보았다. 인형극이 뮌헨을 방문한 관광객한테도 꼭 봐야 하는 것으로 인기가 많지만 현지인들도 좋아하는 것이라더니 음악과 함께 다양한 인형이 등장해서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걸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인형극을 보고 나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좀 더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점심 먹는 문제로 크게 싸우고 뮌헨에서의 하루를 완전히 버리고 말았다.


인건비가 비싼 나라의 대부분 마트 물가가 외식 물가보다 저렴한 편인데 독일은 특히나 마트 물가가 저렴해서 파리에서 많이 쓴 식비를 회복해 보려고 뮌헨에선 되도록 마트에서 장을 봐서 음식을 해 먹자 하고 전날 숙소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봤었다.

나는 욕심을 부려서 점심도 트램만 타면 금방 돌아갈 수 있는 우리 숙소에서 차려먹고 다시 나오길 바랐고, 남편은 해가 짧아진 겨울에 나온 김에 제대로 구경을 하게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학센 같은 음식을 사 먹자고 했다.

전문 식당이 아닌 길거리 마켓임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인한 축제의 분위기에 학센 1개의 금액이 전날 마트에서 우리 두 사람을 위한 저녁과 아침, 간식까지 장을 본 것보다 비싼 걸 보고 나니 더 집에 가고 싶어진 내가 남편을 설득했고 결국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미 점심때가 지나버려 한참 허기가 져있던 남편은 숙소에서 요리를 하는 시간까지 더 보낸 후에야 점심을 먹게 되니 참고 참았던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농담처럼 나는 저연료고효율, 남편은 고연료저효율이란 말을 할 정도로 나는 여행을 시작하면 상황에 따라 조금 먹고서도 움직일 에너지가 있는 반면 남편은 허기가 지면 힘을 쓰기 힘들어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동하는 날은 간단한 샌드위치로 끼니만 때우고, 한참 구경을 하고 돌아다니는 중에는 간단한 스낵으로 허기만 가시게 되는 상황을 잘 따라줬는데 유럽 여행이 길어지면서 이런 상황이 많아지자 도저히 못 참겠다고 이게 너무 힘들다는 얘기를 꺼냈다.


남편 - 나 좀 굶기지 마!
나 - 굶기기는, 우리가 아예 굶은 적은 없잖아?
남편 - 충분히 못 먹고 배고픈 상태로 있는 건 굶는 거랑 마찬가지야. 난 당신보다 더 많이 먹어야 힘이 생긴다고. 행복하려고 하는 여행인데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해?


다 큰 성인 둘이 밥 먹는 걸로 다투다니?

처음에는 이런 걸로 화를 내는 남편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남들이 보면 다툰 이유가 밥인 게 얼마나 웃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대화를 할수록 살아가는데 필수인 의식주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에너지를 채우는 가장 기본적인 식사를 나랑 남편의 다른 점, 특히 신체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남편에게서 뺏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문제는 둘 중 힘든 사람한테 맞췄어야 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고, 앞으로는 끼니때마다 밥을 잘 챙겨 먹고 아무리 숙소가 우리가 구경하고 놀고 있던 곳이랑 가까워도 외출했을 때는 외식을 하기로 했다. 또 야간 이동을 할 때에도 샌드위치 등 간단한 걸 사되, 남편도 배가 부를 정도로 여유 있는 양을 사기로 결정했다.


여행 중 부부간의 다툼은 싸워도 같은 공간에 있게 돼서 다른 곳으로 회피할 수 없는 상태에서 끝없는 대화가 이어지게 한다.

답답한 상황에서 자리를 피해 도망가지 못해 견디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서로를 끝까지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게 했기에 지금은 그 순간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으로 남는다.



keyword
이전 02화프랑스, 파리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