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10번째 나라, 1번째 도시
전날 다투느라 오후 내내 여행을 못해서 아쉬웠던 가운데 다행이라 생각했던 건, 뮌헨에서의 우리 숙소도 혼자 사는 독일 현지인의 집에서 방 하나를 빌리고 주방과 욕실을 함께 쓰는 에어비앤비여서 우리가 싸우는 게 주인한테는 민폐가 될 수도 있었는데 주인이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에도 매일 약속이 있는지 자리를 자주 비워서 우리가 다툴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던 상황이다.
어쩌면 아무 부담이 없어서 더 실컷 싸우고 잘 화해할 수 있었던 거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쨌든 다음날엔 전날에 중단됐던 여행을 더 알차게 이어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 바로 시내로 향했다.
먼저, 뮌헨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기 위해서 세인트 피터 성당 전망대에 올랐다.
바로 앞의 마리엔 광장과 시청사, 그리고 뮌헨 프라우엔 성당을 비롯한 아름답고 예스러운 건축물이 가득한 뮌헨의 시내는 그냥 바라봐도 멋있었는데 갑자기 내린 첫눈은 전날의 다툼과 화해로 서로에게 더 애틋해진 우리에게 더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 애틋해진 마음으로 남편이 영하의 추운 날씨에 손 시림을 감수하고서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준 덕분에 그날은 내 독사진만 있을 정도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마리엔 광장에서 이어지는 쇼핑거리도 구경을 했는데 뮌헨에서는 다양한 매장에서 크리스마스 세일이 굉장히 많이 진행 중이어서 남편의 겨울 대비로 점퍼를 하나 사기로 했다.
이스탄불에 있는 데카트론에서 샀던 남편의 점퍼(튀르키에, 이스탄불 5편)는 겨울용이긴 하지만 스키복 스타일의 초겨울 정도까지만 입을 수 있는 두께라 내가 브라쇼브 집시 시장에서 산 겨울 패딩(루마니아, 브라쇼브 2탄)에 비하면 얇아서 한겨울을 나기에는 부족했다.
아예 두꺼운 패딩을 다시 사기에는 짐도 무거워지고, 금액도 부담스러웠는데 마침 H&M에서 원래 있던 점퍼 위에 겹쳐 입으면 겨울에는 적당한 대비가 되면서 봄에도 얇은 재킷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옷을 발견했는데 크리스마스 할인으로 그 금액까지 정말 착해서 고민 없이 바로 구매했다.
독일의 약국 겸 마트인 DM에서는 다시 한번 장기 여행자임을 잊고 쇼핑 삼매경에 빠졌는데 원래도 저렴하게 발포 비타민 등을 살 수 있어 유명한 이곳에서 추가 세일을 하고 있어서 그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유럽의 극성수기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와 새해 연휴에 이동하면서 숙박과 교통비를 아끼면서 너무 추울 때 무리하게 이동하지 않기 위해서 다음 행선지인 체코, 프라하에서의 한달살기가 정해져 있으니 짐이 조금 늘어도 된다는 생각과 겨울을 아프지 않고 잘 보낼 수 있게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합리화를 하면서 독일의 국민감기차와 발포 비타민을 말 그대로 쓸어 담았다.
크리스마스라서 아이들을 위한 젤리, 사탕 등 다양한 간식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는데 하리보의 고장 독일에서 한국에 있는 하리보에 비해서 맛과 모양이 다양한 데다 금액도 1유로 정도로 저렴하니 단 거를 좋아하는 나인지라 한국에서 못 먹어본 것들 위주로 몇 개 구매했다.
그중 포장지에 아이가 자전거를 탄 그림에 그 자전거 바퀴처럼 빙빙감긴 모양의 감초맛(먹기 전엔 타이어 맛인 줄 알고) 젤리도 샀다. 호불호가 강하다더니 우리 부부에겐 둘 다 불호여서 먹자마자 정말 타이어를 씹는 식감과 맛에 바로 뱉고, 완전히 버리기는 아까워서 그다음부턴 심심할 때 게임을 하고 상대방에게 주는 벌칙이 되었다.
점심때는 전날의 싸움의 원인이 식사였던 만큼 외식을 하되, 괜히 금액이 더 비싼 크리스마스 마켓 대신 일반 식당을 찾아 남편이 궁금해했던 학센과 고기 버거, 그리고 양배추 절임 샐러드까지 푸짐한 양으로 주문을 해서 먹었다.
유럽 사람들이 노맛, 노잼이라고 하는 독일인지라 굉장한 미식의 맛은 아니었지만 고기는 맛이 없기가 더 힘든 메뉴라 꽤 맛있게 식사를 했다.
첫날 밤에 도착해서 하루의 절반은 다투고 화해하는데 쓰고 마지막 날 저녁에 프라하 가는 시간까지 여행할 시간 자체는 짧았다.
그래도 숙소 주인이 늦은 체크아웃을 하게 해 줘서 짐에 대한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었던 덕분에 관광도 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쇼핑도 하면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또 남편과 나의 다른 점에 대해서 잘 알아가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서인지 뮌헨 여행에서는 못 가본 곳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독일 뮌헨에서의 짧지만 알차게 보낸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시 배낭을 멘 채 한 달간 우리의 집이 되어줄 프라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