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1

유럽대륙, 11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지난 글(독일, 뮌헨 2편)에서 얘기했듯이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유럽의 극성수기라 어디를 가든 숙소가 비싼 편이고 이동을 위한 교통편도 예약이 많이 되어 있어 금액이 비싸진다.

그런 시기에 단기로 숙소를 예약하는 건 비용이 배로 들 수 있어서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이 시기엔 한 곳에 정착해서 한달살기를 하기로 했다.

우리의 이동 동선과, 나라의 물가, 한달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나라를 고민하다가 체코, 프라하로 정한 후 숙소를 예약했다.


한 달을 사는데 그동안처럼 집주인과 함께 사는 건 불편할 거라 생각해서 방값이 비싼 프라하 올드시티 인근이 아닌 시내 끝 쪽, 현지인들이 많이 주거하는 동네면서 전철역이 바로 있어 시내로의 이동은 편리한 위치로 원룸 숙소를 한 달 빌렸다.

원룸임에도 욕실 앞에 큰 팬트리가 있어 배낭 속 우리의 짐을 모두 풀고, 부피가 큰 배낭도 넣을 수 있었고 방도 침대 공간을 낮은 책장으로 구분해 놓고 4인용 식탁까지 있던 주방 앞에 소파와 함께 넓은 거실 같은 공간이 있어서 집이 답답하지 않고 공간을 꽤 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한 달 우리 집이 생겨 좋은 건, 배낭 멜 땐 무거워서 최소한의 양념만으로 음식을 해야 했는데 이젠 무게 생각 없이 한 달 정도 먹을 수 있는 조미료와 식재료를 다 사서 여행 중에 먹고 싶었지만 식당에서 먹기는 부담스러웠던 한식을 맘껏 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침 우리 숙소 가까이에 있던 메트로폴 쇼핑센터 안에 알베르트 하이퍼마켓(Albert Hypermarket)이라고 우리나라 대형마트 규모의 마트가 있어서 도착한 다음날 바로 마켓에서 삼겹살과 애호박 등의 야채를 사고, 시내 한인 마트에서 김치, 두부 등을 사서 삼겹살에 된장찌개부터 해 먹었다.


또 좋았던 건 미뤄왔던 남편의 치과 치료를 한 번 더 할 수 있었던 건데, 프라하에 주말 도착이라 월요일이 되자마자 메트로폴 쇼핑센터 내 치과에 갔는데 예약 가능한 날이 일주일 후였지만 우리는 한 달이나 그곳에 머물 예정이라 일정에 대한 부담 없이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스리랑카(스리랑카, 콜롬보 2편), 스페인(스페인, 마드리드 1편)에 이은 남편의 해외 치과 경험은 크라운까지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지만 제대로 된 아말감 필링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프라하가 남편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해외 치과 방문이 되었다.


여행 자체를 놓고 봐도, 한 달 살기를 하니 우리의 여행이 전에 동남아에서처럼 느긋해질 수 있고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현지인들의 동네도 둘러볼 수 있어 좋았다.

유럽여행은 매일 바쁘고 하루 종일 걸어 다니고 이동의 연속이었는데 이제는 우리 동네 마실을 가듯이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시내로 나가서 한, 두 가지 정도만 하고 돌아오면 됐다.

또 어떤 날은 메트로를 타고 시내를 가는 길에 지나가면서 봤던 동네가 궁금해서 집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역에 내려 그 동네를 산책하듯이 돌아다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날도 있었다.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와서 발목까지 눈이 쌓이던 날에는 집에서 창 밖의 눈 쌓인 풍경을 바라보면서 체코 내 당일치기 여행할 교통편을 포함해서 유럽 마지막 여행지인 영국까지의 여행 계획을 세우며 유럽 여행의 전체적인 계획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일정이 짧았다면 아무것도 못하는 그날 하루가 아쉬웠을 텐데 일정이 여유가 있고 안전하게 쉴 우리 집이 있으니 밖의 눈을 바라보며 따뜻한 집안에서 차를 마시는 시간까지도 평화롭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건, 교회 공동체에 속하게 된 점이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이 일요일이라 프라하에 도착하기 전부터 우리가 4주간 다닐 교회를 검색해 보다가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젊은 목사님이 개척하신 교회를 찾을 수 있었다.

작은 교회를 개척한 거라 교회 건물을 임대하거나 구매할 재정이 없는 상태에서 그 당시 사모님이 운영하시던 한인 어린이집 옆에 있으면서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멕시코 식당을 빌려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여행 중에 한번 예배를 드리러 가는 정도라 예배만 드리고 나오거나, 점심 먹으며 식탁 교제 정도만 하고 나오는데 한 달간 살면서 매주 갈 교회다 보니 목사님과 연락처도 주고받고 교회 성도들과 프라하 교회에 대한 소개도 받았다.

첫 번째 예배 후 그다음 주엔 성도들끼리 크리스마스를 맞아 선물 교환을 했는데 우린 준비를 못 하고 갔음에도 우리 선물까지 미리 챙겨주셨고, 그런 마음 써줌에 낯선 땅에서 따뜻한 교회 공동체를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넘쳤던 체코, 프라하에서의 한달살기는 오랜만에 우리 두 사람만의 공간에서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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