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2

유럽대륙, 11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프라하의 우리 집은 한국으로 치면 광명같은 느낌으로 시내 메인 관광지로부터 30분 거리에 있어서 북적대지 않지만 메트로를 타면 한 번에 시내까지 가는데 무리가 없고, 주변에 쇼핑센터와 마트가 있어서 편하게 물건을 구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우리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영화관, 대형마트, 옷가게와 식당 등 편의시설이 다 있어서 집돌이 집순이가 될 확률이 99.9% 예상되었다.

그래서 도착한 초반에는 일부러 더 시내를 자주 나갔다.


프라하광장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있어서 구경하고, 양과 나귀 마구간이 설치되어 있어서 동물 구경도 했다.

유명 굴뚝빵을 먹으면서 브라쇼브 쉬란성에 갔을 때 먹었던 것과 맛을 비교하며, 체코와 헝가리가 서로 굴뚝빵 원조라고 주장하는데 어디가 더 맛있나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루는 현지인이 진행하는 프라하성 프리워킹투어에 참여했는데 프리워킹투어는 별도의 투어비 없이 걷거나 자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투어를 하는 대신 만족도에 따라 자유롭게 가이드에게 팁을 주는 투어이다.

가이드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투어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습도 하고 팁으로 약간의 수입을 얻는 듯했는데 생각보다 신청가능한 투어가 많아서 신기했다.

우리가 고른 투어의 가이드는 20대 정도로 보이는 여성 가이드였는데 현지인이 직접 체코 역사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프라하에 있는 동안 가면 좋을 것들도 설명해줘서 더 좋았다.

이 날도 충분히 자고 든든히 먹고 가서 걸어 다니는 데는 무리가 없고 체력은 넘쳤는데 점점 추워져서 뒤로 갈수록 가이드의 설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영하의 날씨에 열심히 걸어 다닐 땐 괜찮았는데 가만히 서서 설명을 듣다 보니 찬바람이 신발 속까지 들어와서 동상 걸리는 건 아닌지 걱정까지 들었다.

그래서 이날은 워킹투어만 마치고 바로 집으로 가서 라디에이터 온도를 최대로 높인 후 따뜻한 닭곰탕으로 몸을 녹이며 유럽여행은 매일 바쁘고 날씨와 상관없이 하루 종일 걸어 다녀야 했는데 여유 있게 구경하고 힘들면 숙소로 돌아와 쉬니 좋다는 생각을 했다.


프라하 광장의 천무시계는 정각마다 움직여서 모든 사람들이 그 시간만 되면 고개를 위로 들고 핸드폰을 하늘로 향해드는 재밌는 풍경을 만드는데, 우리도 거기에 동참해서 움직이는 천무시계를 구경했다.

이게 움직이는 시간도 짧고 매정각에 움직이다 보니 시내에 가서 왔다 갔다 자주 보게 되면서 나중에는 천무시계보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그 앞을 지나가곤 했다.


유명한 존레논 벽이 있는 곳에도 다녀왔다.

공산주의국가였던 체코의 젊은이들에게 비틀즈 멤버인 존 레넌이 자유의 상징이었고, 그가 죽은 후 누군가가 몰타 대사관의 담장에 존 레넌의 얼굴과 비틀즈의 노래를 적은 것이 존레논 벽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몰타는 대사관 벽의 그림을 지우지 않았고, 체코에서도 치외법권이 인정되는 몰타 대사관 벽을 어찌하지 못해 유지된 벽면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 위에 그래피티를 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그림과 메시지가 덧씌어지고 있었다.

호주 멜버른의 호시어레인 그래피티 거리도 떠오르면서 어느 시대, 어느 장소든 젊은이들의 자유를 마냥 억압할 방법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가 부모님들께 평소의 카톡이 아닌 특별한 방법으로 새해 인사를 전하자 해서 집 근처 메트로폴 쇼핑센터에 있는 서점에서 구매한 프라하 풍경이 담긴 엽서에 편지를 써놨었는데 시내를 나간 김에 우체국에도 들려서 새해엽서를 보냈다.

국제우편이라 많이 비쌀까 싶었는데 엽서 2장이어서 그런지 4천 원 정도의 금액밖에 되지 않아 진작에 다른 나라에서도 해외우편을 통해 소식을 전하거나, 한국의 우리 집으로 엽서를 보내서 마그넷 외의 기념품을 만들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막상 그 후에 길 가다 우체국을 봐도 별 생각이 안 들었던걸 보면 한 번의 좋은 경험으로 만족이 됐구나 싶다.


프라하에 도착해서 일주일 정도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던 우리 부부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처음 우리의 예상대로 시내까지 외출하는 데에 점점 게을러지기 시작했다. :)



keyword
이전 05화체코, 프라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