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11번째 나라, 1번째 도시
추운 날씨에 따뜻한 집, 모든 편의 시설이 있는 동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긴 여정에 잠시 쉬면서 집돌이 집순이가 될 거 같단 생각을 하게 됐는데 이 생각은 곧 현실이 됐다.
하루는 메트로를 타고 시내를 나가고 있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곳이 궁금해졌다.
집 근처 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역이었는데 내려서 그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구경하다 보니 시내에 가고픈 마음이 사라졌다.
원래도 시내에 꼭 가야 할 이유가 있던 게 아니라, 뭐든 하려고 나간 거였는데 옆 동네 구경을 했으니 오늘 할 거는 다 했다고 스스로 만족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에 이케아가 있었는데 우리가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거나 소품을 사진 않겠지만 유럽의 이케아는 우리나라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가보기로 했다.
메트로폴 센터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3 정거장이면 도착하는 곳이고, 우리가 가진 한 달 교통권으론 언제든지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 추운 날 걷는 대신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별거 아닌 이케안데도 여행 중에 들려 구경하다 보니 새로운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고, 한국이랑 고기가 달라서인지, 잼이 달라서인지 모르겠지만 체코 이케아에서 먹은 미트볼이 한국에서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이렇게 이날 하루도 이케아만 들리는 것으로 하루 외출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밥그릇이 없어서 접시에 밥을 먹고, 김치찌개를 하나 끓여 먹으면서도 좋았다.
우리가 가장 많이 한건 알베르트 마켓에서 장을 보는 거였다.
체코 물가가 저렴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시아 지역보다 비싼 유럽 물가 내에서 고기는 저렴했다.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안성맞춤이어서 스테이크용 소고기, 삼겹살, 볶음/찌개용 돼지고기, 닭볶음탕용 닭고기 등 다양한 고기를 샀다.
또, 나라 간 이동을 자주 할 때에는 과일, 채소, 음료 같은 종류가 적은 양으로 소분된 건 비싸고, 양이 많은 건 저렴한 대신 남은 걸 배낭에 지고 가기 무거워서 다양한 종류를 시도하는 대신 같은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음식만 반복적으로 먹었던데 비해서 여기선 우리가 먹고 싶은 걸 살 수 있으니 장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바쁘게 여행지를 돌아다니고 와서 급하게 식사를 준비하는 대신 하루에 한 곳 정도씩 구경하고 돌아와 천천히 먹고 싶었던 음식을 해 먹다 보니 요리하는 재미가 더해져서 역을 지나갈 일이 생기면 무조건 그 옆의 메트로폴, 그리고 그 안의 알베르트 마켓에 들러서 뭐든 하나를 사 오곤 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눈이 엄청 많이 와서 집에서 다운로드한 영화를 보거나 간단히 집 근처 산책만 하면서 3일의 시간을 보낸 후 이제 휴식 모드에서 다시 여행자 모드로 무조건 나가자 해서 시내로 외출하기 시작했다.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의 건물인 댄싱 하우스도 보고, 프라하성을 바라보면서 볼타강 강가도 걷고, 푸니쿨라를 타고 페트르진 전망대를 지나서 굴뚝빵을 먹으면서 프라하성도 다시 갔다.
풍경이 좋기로 유명한 프라하성 옆 스타벅스에서 프라하 시내를 바라보기도 하고, 길에서 파는 따뜻한 애플 사이다를 마시며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기도 했다.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재밌었던 건 세계 최초의 애플 뮤지엄이 프라하에 있던 점이다.
오래된 애플의 제품들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 평소 애플 제품을 많이 쓰고 애플에 관심이 많아하는 남편에게 혼자 들어가서 구경하고 오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남편은 여행 중에는 꼭 나랑 뭘 같이 하는 버릇이 있어서 내가 관심이 없어하니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서 스티커만 하나 사고 말았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해도 괜찮다고 안 들어가도 된다 하니 남편을 위해서 내가 같이 들어가 구경해 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매일을 둘이 같이 있으니 일상이 데이트지만 더 데이트하는 기분을 갖기 위해서 카페 루브르(Louvre)에서 커피 데이트도 했다.
카페 루브르는 아인슈타인과 체코의 소설가 카프카도 다녀갔다는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카페인데 건물도 프라하 올드타운의 다른 건물들처럼 유럽풍의 외관을 갖고 있고 안에도 유니폼을 입고 나비넥타이까지 한 직원들이 서빙을 하니 과거의 유럽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웨이팅이 길다 들었는데 우리가 평일 애매한 시간에 가서 그런지 바로 자리에 안내됐고 남편은 비엔나커피, 나는 홈메이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프라하에서의 시간들, 그리고 프라하 이후의 우리 여행에 대한 얘기도 나누며 데이트하는 시간을 가졌다.
카페에서 나와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프랑스 파리와 함께 세계 3대 야경으로 유명한 프라하성과 까를교의 야경을 바라보며 낭만적인 장소에 우리 둘이 함께 있을 수 있음과,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며 데이트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