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1번째 나라, 2번째 도시
브라쇼브에서의 시간은 게스트하우스 일을 돕는 중간중간 근교 여행지에서 관광을 하는 워케이션 같은 일정으로 채워졌다.
먼저 집시시장을 갔는데 서유럽에서 수입해 온 중고 상품과 공장 등이 망해서 팔지 못하고 남은 새 상품을 한데 섞어놓고 저렴하게 팔고 있다 보니 새 상품이나 운이 좋으면 명품옷도 건질 수 있어 많은 현지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시장이었다.
나와 남편만 갔다면 거기서 부르는 금액에도 저렴하다며 그냥 바로 현금을 내밀었을 텐데 선교사님이 중간에서 더 흥정을 해주셔서 105레우(원화 약 3만 원)에 아직 겨울옷을 마련하지 못했던 나를 위한 겨울 패딩 새 상품 1개와, 나와 남편의 겨울니트 각 2개씩을 득템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편의 겨울재킷도 좀 참았다가 데카트론이 아닌 여기서 살걸 그랬네라는 대화를 했는데 다행히(?) 남편은 시장에서 마음에 드는 패딩을 발견하지 못했다.
드라큘라 성으로 유명한 브란성도 다녀왔는데 가는 길에 아는 사람만 안다는, 단풍과 설산의 조화가 아름다운 훈닷다지역에서 잠시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드로와 니콜키드만 주연의 영화 '콜드마운틴'의 촬영지도 보면서 영화 속에서도 멋졌던 자연의 풍경을, 그것도 브라쇼브가 단풍으로 가장 아름다울 때에 마침 머물게 돼서 굉장히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란성은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랜드마크로, 외국인인 우리에게는 드라큘라 백작성의 모티브라 해서 유명하고 흡혈귀 캐릭터로 인한 공포의 대상이지만, 그 모델인 블라드 체페슈는 루마니아인들에게 오스만제국에 맞서서 용감하게 싸운 위대한 영주이자 존경받는 영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전쟁포로와 범죄자들에 대한 처형 방식이 굉장히 잔혹했어서 작가가 소설 드라큘라를 탄생시킨 것인데 본인들의 영웅을 괴물화함과 동시에 드라큘라의 나라로 유명해져서 관광수입을 버니 루마니아 사람들은 이걸 좋아해야 할까 싫어해야 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하루는 선교사님의 추천으로 어드밴처 파크(Park Adventure)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드밴처 파크는 1인당 50레우(원화 약 15,000원)을 내고 3시간 동안 공원에 설치된 집라인 같은 여러 액티비티를 원하는 만큼 이용할 수 있는 장소였다.
평소의 나라면 고소공포증도 있고 안전에 민감해서 안 했을 텐데 루마니아가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나라라서 액티비티를 위해 이동할 때마다 안전장치도 꼼꼼하게 잘 챙긴다 해서 용기 내어 도전하게 됐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어드밴처 파크에서 호수 끝까지 이어진 집라인이었다. 집라인을 타고 단풍으로 둘러싸인 호수를 가로질러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내가 툼레이더의 안젤리나졸리가 된 거 같았다.
또 속도가 아주 빠르지도, 아주 느리지도 않아 우리가 호수 주변을 산책하면서 보던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공중에서 즐기면서 내려올 수 있었다.
이런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번화가가 아닌 곳에 있는 게 신기했고, 이런 액티비티가 있음에도 동네가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도 신기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가까워 일을 돕는 중에도 잠깐의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때 손님이 우리 포함 5팀도 되지 않아 직원들과 손님들의 수가 거의 같았고 우리가 마치 전세 낸 듯이 공원 안을 누비고 다녔는데 남는 게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