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브라쇼브 1

유럽대륙, 1번째 나라, 2번째 도시

by 해피썬

우간다 선교사님의 고모와 고모부 역시 우리가 청년시절 다녔던 교회에서 파송한 루마니아 선교사님이셨다. 우리 도착시간에 맞춰 브라쇼브 기차역으로 픽업을 나와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두 분은 브라쇼브의 올드타운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시면서 주일에는 그곳을 교회로 열어 현지인들과 예배를 드리며 선교 사역을 하고 계셨다.

우리는 게스트하우스 관리를 같이 돕고 식사를 제공받는 대신 게스트하우스 내 선교사님 부부의 생활공간에 있는 방을 하나 쓰면서 할인된 숙박비를 지불하고 머무르기로 했다.


차갑게 느껴졌던 수도 부쿠레슈티와 달리 브라쇼브는 따뜻한 느낌이 나는 도시였다. 아무래도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인 거 같은데 특히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호수 주변이 단풍으로 알록달록 색을 입어 아름다웠다.

이런 따뜻함을 느낀 데는 역시 사람이 가장 큰데, 선교사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직접 담그신 각종 김치와 멸치볶음, 잡채, 김치찌개와 고기까지 저녁으로 한상 가득 차려주셔서 오래간만에 엄마가 차려준 집밥을 먹는 기분이 들었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녁을 먹고 나니 튀르키예에서 밤버스를 타고 루마니아로 온 후에 바로 부쿠레슈티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다 기차를 타고 다시 브라쇼브로 이동하면서 쌓인 피로가 훅 올라왔다.

다음날인 일요일은 현지인들과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기로 했기 때문에 도착한 첫날은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 충분한 휴식으로 피로회복을 하기로 했다.


루마니아어로 드려지는 예배와 점심식사 후에 선교사님은 현지 교인들과 성경 나눔과 주변 봉사를 나가신다며 우리한테는 올드타운 구경을 하고 오라셨다.

그러면서 갖고 계시던 버스 티켓을 주셨는데 우리가 버스 티켓을 구매해서 다녀오면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루마니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현금을 절대 받지 않고 주말에는 티켓 판매소가 문을 닫는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쩐지.. 부쿠레슈티에서도 현금 내고 트램 탄다니까 다 거절하더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편)

선교사님이 주신 버스 티켓은 2회 이용권이라 돌아올 때도 티켓 구매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올드타운에서는 레이싱 경기(GTT Racing Brasov)를 준비 중이었다. 일반 레이싱처럼 도로를 서로 경쟁하듯이 달리는 레이싱은 아니고, 도로 일부를 막고 한 차씩 달린 후 속도로 순위를 정하는 레이싱이었는데 돈주고도 보러 가는 레이싱을 길에서 공짜로 보니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윙~ 하는 사이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감탄했고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튜닝이 된 레이싱 차량을 구경하는 것도 꽤 재밌었다. 경주를 마치고 들어오는 차 안의 레이서들이 손을 내밀면서 구경하는 사람들과 손인사를 나누는데 나와 남편도 동참하면서 그들의 퍼포먼스를 응원했다.


레이싱 구경 후에는 본격적으로 올드타운을 산책했다.

운치 있는 옛길도 걷고 브라쇼브에서 유명한 흑색교회도 보고, 단풍이 예쁘게 물든 낮은 산도 중간까지 올라가 보는데 레이싱이라는 이벤트로 흥분되어 있고 활기찬 모습을 띄던 도시가 이번엔 참 예쁘고 평화로워 보였다.



다양한 얼굴을 가진 올드타운에서의 시간을 마치고 그다음 날부터는 대부분 게스트하우스일을 도우며 보냈다.

그때 당시 게스트하우스는 투숙객을 받지 않고 정비 중이었는데 방을 꾸미기 위해 필요한 소품들과 매트리스를 사기 위해서 마트와 DIY 가구점도 다녀왔다.

거기서 구매한 매트리스를 차 지붕에 묶을 때는 이게 가능한 일인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안전하게 게스트하우스까지 돌아와 그 매트리스를 낑낑거리며 남편과 3층 객실까지 날랐다.

복도까지 청소를 마친 후에 요청하신 일은 다 했으니 쉬자고 했지만 막상 선교사님이 창고정리를 시작하시니 우리만 쉴 수가 없어 돕는 김에 창고 정리, 특히 선교사님 무릎이 불편하셔서 힘쓰는 일을 좀 더 도와드렸다.


우리가 루마니아에 와서 게스트하우스 일을 도울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세계일주를 하면서 별별 체험을 다해보니 우리의 경험치가 쌓이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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