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유럽대륙, 1번째 나라, 1번째 도시

by 해피썬

루마니아는 세계일주를 시작하기 전까지 잘 알지도 못했고, 전혀 고려하지도 않았던 나라이다.

여행 중 우간다 선교사님께서 고모와 고모부가 루마니아 선교사님으로 계시는데 가을이 엄청 아름다운 나라이고, 일손을 도우면 그 집에 머무는 것이 가능하다 말씀해 주셔서 갑자기 일정에 추가됐다.


저렴하게 육로로 이동하기 위해서 알아봤을 때 루마니아 마리나(Marina)라는 버스회사에서 운영하는 버스가 이스탄불에서 저녁 5시에 출발해서 불가리아를 지나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Bucharest)까지 2번의 출입국 절차를 거쳐 다음날 아침 8시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버스 시간에 맞춰서 이스탄불 오머의 집에서 나와 유럽지구로 넘어간 후 트램을 타고 국제버스터미널로 갔다. 12시간이 넘는 꽤 긴 이동시간이고 밥은 중간에 휴게소에서 사 먹더라도 버스 내 간식은 비싼 휴게소에서보다 버스 타기 전 주변 가게에서 구매하자 해서 물과 약간의 스낵을 사고 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있던 과일 트럭에서 귤도 샀다.


나라 사이를 왕래하며 운행하는 버스라 튀르키예 국내를 이용하는 고속버스들처럼 자리도 넓어서 이동이 괜찮겠다 싶었는데 막상 버스가 출발하니 다른 어려움을 맞게 됐다.

그때 버스에 외국인은 우리뿐이고 손님들은 일반 여행객보다는 대부분 국경을 넘나들며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많았는데 창문도 열 수 없는 고속버스 안에서 버스 기사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승객들이 줄담배를 피워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아주 가끔씩 운전석쪽 창문을 여는 거 같았지만 그걸로는 버스 안에 가득한 연기와 매운 냄새를 모두 없애기엔 역부족이었고 우리는 피곤함에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불가리아 국경을 넘어갈 때와 루마니아로 넘어갈 때 줄 선 버스들의 승객들이 차례대로 입국심사와 짐 검사를 받았는데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대부분 장사하는 물건을 갖고 탄 승객들이다 보니 그 많은 짐 보따리를 열거나 찔러서 확인하느라 이 시간만 5시간이 걸렸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다합으로 갈 때(이집트, 다합 1편)는 현지인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우리는 금방 짐 검사를 하고 버스에 앉아있을 수 있었는데 이번엔 승객들 모두의 짐 검사를 할 때까지 같이 옆에서 대기해야 돼서 더 피곤했다.



그렇게 도착한 부쿠레슈티는 다소 차가운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표정이 별로 없었고, 분명 쨍한 날씨였는데도 건물의 색 때문인지 도시가 어둡게 느껴지고 지나가는 노란색 트램의 색이 유난히 돋보였다.

루마니아 화폐인 레우(RON)가 없어서 주변에 돈을 출금할 수 있는 ATM기를 찾고 싶은데 막 도착한 나라의 유심이 없어 인터넷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은 버스터미널에서 아주 적은 돈을 환전했다.

그러고는 아침 일찍 열면서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맥도널드를 가서 바로 구글맵을 검색하고 가까운 ATM기를 찾아 추가로 돈을 인출해 왔다.


맥도날드에서 맥머핀세트로 아침을 먹으며 어떻게 기차역으로 가는지를 검색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루마니아의 브라쇼브라는 도시였는데 국경을 이동하는 버스는 루마니아의 수도인 부쿠레슈티로 도착했기 때문에 트램을 타고 기차역에 가서 브라쇼브행 티켓을 구매했다.

온라인으로 예매가 가능했으면 미리 했을 텐데 외국인의 경우 현장 구매가 더 쉬워서 일단 티켓 창구에서 줄을 섰는데 우리가 타고 싶던 빠른 시간의 기차는 이미 매진이라 오후 시간의 기차표 2매를 구매했다.


갑자기 생긴 시간 여유에 기왕 온 부쿠레슈티를 돌아다녀 보기로 하고 기차역 짐 보관함에 귀중품을 뺀 큰 배낭들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부쿠레슈티에 여행 온 사람들이 꼭 가본다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인민 궁전엔 관심이 없어 이곳 자체의 분위기를 더 느껴보기로 했다. 기차역에서부터 인민 궁전 방향으로 걷고, 그다음에는 인민궁전 주변을 크게 돌다가 보이는 길로 들어가 봤다.

우연히 발견한 몰의 푸드코트에서 누들박스를 점심으로 먹고,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에 장이 서는 것처럼 낮은 건물들 사이에 천막을 치고 작은 규모의 장이 서있어서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우리도 같이 구경을 하면서 걸었다.

그렇게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보니 기차를 타러 갈 시간이 되었다.


기차역에서 꽤 걸어 나왔기 때문에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트램을 타려고 티켓 구매하는 곳을 찾는데 보이질 않았다. 트램 타는 곳 옆에 우리나라 옛날 버스정류장 옆 티켓 판매소 같은 게 있긴 한데 문을 닫았고 지나가던 현지인이 루마니아어로 말해줘서 완전히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대강 토요일엔 4시면 일찍 문을 닫는다는 거 같았다. 정말 기차를 놓칠 수도 있어서 트램 기사님들한테 현금을 내려고 했는데 계속 거절을 당해서 주변을 물어물어 아직 열려있는 티켓 판매소에서 겨우 티켓을 구해서 트램을 탈 수 있었다.


부쿠레슈티에서의 시간은 처음의 여유가 거짓말같이 정신없이 짐을 찾아서 브라쇼브행 기차를 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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