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대륙, 3번째 나라, 2번째 도시
카이로에서 다합을 가는 건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두 도시를 이동할 때 시나이반도를 통과하면 시간 단축이 되는데 이 지역은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맺은 평화협정으로 군대 주둔에 제한이 있고 수도에서 거리도 멀어 정부의 통제가 약하다 보니 테러가 자주 발생했다.
우리가 여행할 때도 불과 한 달 전에 검문소를 돌진하는 차량폭탄테러가 두 번이나 있었다고 할 정도로 테러 위험이 높은 지역이라 두 도시 간을 이동하는 버스는 비교적 안전한 남부를 돌아서 이동한다고 했다.
길을 크게 돌아가는 시간과 중간중간 검문시간을 포함해서 약 9시간이 소요되는 여정이었음에도 버스터미널의 접근성이 좋고, 비행기이동보다 저렴한데 디럭스 버스라 컨디션은 괜찮아 금방 매진이 될 수 있다는 정보에 우리도 카이로에 도착한 다음날 바로 다합으로 이동하는 버스 티켓을 미리 구매했다.
다합으로 가는 날 아침, 버스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들고 버스에 탑승했는데 우리를 제외한 다른 여행객이 없고 탑승객은 모두 이집트 현지인인 듯했다.
첫 휴게소에서 현지식 고기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을 때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곧 우리의 착각이었단 걸 알게 됐다.
테러위험이 있는 지역들을 지나기 시작하면서 검문소가 굉장히 자주 나왔고,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버스에서 모든 승객들이 하차한 후 버스를 가운데 두고 남녀를 양쪽 위치로 나눈 후 신분증과 짐검사를 했다.
우리는 딱 봐도 동영인이라 테러의 위협이 없다 판단을 했는지 짐검사할 때 배낭의 자물쇠를 열 필요도 없이 바로 차에 타도 된다고 했는데 현지인들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짐 검사를 받고 올라오니 9시간을 꽉 채워서야 다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지한 분위기였던 검문은 거의 항상 이집트 현지 경찰(또는 검사관?)들이 남편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 하면서 풀어졌다. 그들은 왜인지 남편을 엄청 좋아하면서 나한텐 한 번도 요청하지 않은 사진을 남편한테 매번 찍자고 했다.
인기가 많으신데 기분이 어떠냐는 내 질문에 남편은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찾은 거 같다며 싱글벙글거렸다.
잦은 검문으로 다합에는 밤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밤에 도착할 걸 예상해서 다합에서의 첫 1박은 일부러 버스가 내리는 곳이랑 가까운 위치에 잡았기 때문에 바로 숙소로 이동했는데 건물 불이 거의 꺼져있고 문이 닫혀있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겨우겨우 관리자와 연락이 닿아 체크인을 하고 싶다 하니 황당하게도 우리 예약이 안되어 있다는 답을 받았다.
심지어 숙소에 남은 방이 없다며 나 몰라라 하는데 싸워봐야 없는 방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환불처리나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자 하고 근처에 예약할 만한 숙소가 있는지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주변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같이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도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서 이미 이동을 한 후라 주변에 사람도 없고, 당장 그 밤에 예약할 만한 숙소가 검색이 되지 않아 그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러던 차에 다합에 한국인 아내와 이집트인 남편이 운영하는 한식당 겸 게스트하우스가 있던 게 기억이 나서 전화해 보니 방이 있다 해서 바로 그쪽으로 이동해서 체크인을 했다.
후.. 여행하면서 예약한 숙소가 갑자기 취소되는 경우는 또 처음이라 난감했는데 다행이었다. 나중에 환불금도 제대로 들어오는 걸 확인했다.
결국 우리가 1박을 했던 썬게스트하우스는 금액은 다합의 다른 숙소에 비해서 저렴하진 않았지만 위치나 숙소 시설이 크게 나쁘지 않았고, 다른 숙소를 찾기 위해 또 에너지를 쏟기 싫다는 이유로 우리가 다합에 있는 동안 내내 머물던 숙소가 되었다.
다합에는 다이빙을 하러 간 것이었고, 다음날 바로 다이빙 자격증을 알아보기로 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짐만 풀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