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대륙, 3번째 나라, 1번째 도시
카이로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나와서야 배낭을 멘 채로 없는 길을 무단횡단해 가며 숙소를 찾을 때는 보이지 않던 카이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카이로의 건물 대부분은 콘크리트 색이라 사막의 모래와 같은 황량한 모습이었고, 그마저도 미완성의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나중에 호텔주인에게 물어보니 이집트는 집을 완성하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물에 페인트 칠을 하지 않거나, 어딘가 미완성의 상태로 두고 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역시나 미완성인 건물에 있는 현지인 식당에서의 식사로 카이로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가 여행하던 2017년 당시 이집트는 IMF로 이집트파운드 환율이 반 토막(1 이집트파운드=65원)이 나버렸다.
(현재 이집트파운드 환율을 검색하니 심지어 그때의 환율에서 또 반 토막이 났다.)
그래서 콩을 갈아 튀겨서 만든 팔라펠을 넣은 팔라펠 샌드위치 2개에 5파운드, 미니피자 2개에 7파운드, 콜라 500ml에 7파운드, 합쳐서 1,500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맥도널드 빅맥세트와 빅맥 버거를 시켜도 원화 6,500원밖에 되지 않으니 현지인들에겐 미안하지만 여행자들에겐 정말 착한 물가라 여행이 더 즐거워졌다.
팔라펠 샌드위치는 말할 것도 없고, 마카로니, 파스타, 쌀 등을 함께 익혀 토마토소스, 병아리콩과 함께 먹는 이집션 국민음식, 코셔리도 저렴한 데다 입맛에도 잘 맞아서 지갑 걱정 없이 간식까지 챙겨 먹었다.
수도인 카이로는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여행지인 피라미드와 이집트 국립박물관 외에 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없는 데다 너무 더워서 4일간 짧고 굵게 구경을 하고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의 이집트 박물관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이집트 국립 박물관의 1인 입장료는 카이로의 현지 물가, 특히 식비에 비하면 꽤 비싼 75 파운드(=원화 5천 원) 정도였는데 개인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을 경우 "사진촬영 허가권"을 50파운드 주고 추가로 구매해야 했다.
이런 비용까지 추가로 내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봐야 원화로 총 15,000원도 안 되는 금액이라 그냥 즐겁게 관람하기로 했다.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현재는 입장료가 1인 500파운드라고 한다. 환율이 또 반 토막 난 걸 감안해도 많이 비싸졌다.)
우리가 예상한 박물관과 다르게 이곳은 에어컨 없이 선풍기만 있어서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다 보면 지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 공간 자체가 서늘한 편이라 돌아다닐만했다.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마치 고대 이집트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피라미드에 있던 걸 박물관으로 옮겨서 전시했을 거 같은 왕들의 무덤과 무덤을 지키던 스핑크스 등의 석상이 있었고, 심지어 미라가 전시되어 있는 관도 있었다.
특히 람세스 왕과 관련된 전시의 경우, 이집트가 배경인 만화책에서 많이 봤던 이름이어서인지 괜히 친근해서 더 재밌게 구경할 수 있었다.
아무리 공간이 서늘하다고 해도 더운 날 선풍기만 있는 곳에서 1시간 넘게 구경을 하다 보니 좀 지쳐서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기자 피라미드에는 우버를 타고 갔다.
입장권은 피라미드 내부 관람 금액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굳이 그 안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1인 80파운드만 내고 들어갔다.
(피라미드도 현재는 1인 540파운드까지 올랐다는 놀라운 사실!)
정문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피라미드의 크기에 압도되었다.
엄청 크다는 건 알았지만 피라미드에 올라서서 그 한 칸이 내 키보다도 큰걸 직접 비교해 보니 고대에 어떻게 돌을 이렇게 올렸을까 싶으면서 왜 피라미드가 몇 대 불가사의에 속하는지 이해가 됐다.
피라미드에 가기 전부터 낙타 탑승 등을 강요하는 호객이 굉장히 심하고 계속 따라붙어서 관람하기 불편할 정도라는 리뷰를 많이 봐서 긴장을 하고 들어갔는데 인도에서와 탄자니아 버스정류장에서의 엄청난 호객에 시달려봐서 그런지 애교로 느껴졌다.
우리가 사진을 찍을 때 뒤로 지나가던 낙타를 탄 호객꾼이 찍혔음에도 우리한테 돈을 요구하지 않은 걸 보면 그날 호객꾼들이 평소보다 얌전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동 경로를 따라 거대한 피라미드들을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나가기 직전 그 유명한 거대 스핑크스 앞에서 착시 인증샷을 충분히 찍은 후 피라미드 구역 구경을 마쳤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고대 이집트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카이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음 도시인 다합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