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 2번째 나라, 1번째 도시
헝가리까지 가기위해 유럽의 야간 기차를 타보기로 했다.
덕분에 낮에 시간이 남아서 우리의 유일한 기념품인 마그네틱을 사기 위해서 숙소 주변과 기차역을 가봤지만 찾지 못해서 잠시 브라쇼브 올드타운도 한 번 더 다녀왔다.
시내에 간 김에 사람들이 줄 서 있던 빵집에서 기차에서 먹을 빵도 샀고 계단을 올라 언덕에 가서 마지막으로 울긋불긋 단풍 사이에 빨간 지붕의 아름다운 동네 풍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그리고 선교사님과 함께 차려주신 삼겹살을 반찬으로 저녁을 배불리 먹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 후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2인씩 서로 마주 보는 형태의 4인 좌석이 이어져있었고 그날 탑승객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승객들이 다 흩어져서 4인 좌석을 둘이 편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도 큰 배낭은 선반에 올려서 자물쇠를 채워놓고 빈 반대편 자리에 다리도 올린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이동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한 커플이 기차에 올랐는데 그들의 자리가 하필 우리 반대편 자리였다.
본인들 좌석에 앉는 거에 뭐라 불평할 거리가 아닌 걸 알면서도 밤기차 안에서 자도 자는 거 같지 않고 피곤하다 보니 다른 자리에 넓게 앉아서 가지 굳이 우리 앞에 앉았어야 했느냐 하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나 그 커플이 쉬지 않고 애정표현을 하면서 맞은편에 앉아서 자고 있던 우리와 발이 닿아 잠에서 자꾸 깨니 저 사람들이 빨리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더 들었다.
주변을 보니 자리는 텅텅 비었고 지정된 자리를 고집하진 않아도 될 것 같아 다른 쪽으로 옮겨 눈을 좀 붙였다.
눈을 감고 있지만 완전히 자는 게 아닌 피곤한 상태였던 우리와는 반대로 기차는 힘차게 달려서 어느새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국경지역을 지나고 있었고, 기차에 탑승한 채로 여권과 기차 티켓 확인만 하고 튀르키예에서 버스로 국경 넘을 때랑 달리 굉장히 심플하게 출입국 절차를 완료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과 루마니아, 브라쇼브는 지인 찬스로 숙소를 예약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꽤 오랜만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예약했다.
집주인이 숙소에 함께 살면서 집의 여러 방을 임대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도착한 우리를 직접 맞이하고 체크인 전까지 큰 짐을 숙소에 맡길 수 있게 해 줬다.
다시 체크인을 하러 숙소로 돌아갈 거라 부다페스트의 주요 관광지가 있는 도나우강(다뉴브강) 쪽이 아닌,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회쇠크광장(영웅광장)을 시작으로 버이더후녀드 성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버이더후녀드 성에서 플리마켓이 열려있어서 생각지도 않은 현지인들의 마켓을 구경하고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악기 연주도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우리 방에 들어갔을 때 순간 당황했다.
교통비를 줄이려고 중심가 쪽에 숙소를 구하는 대신 작은방을 예약해서 숙소 비용을 절약하긴 했는데 직접 본 우리 방은 원래 방 용도로 지어진 공간이 아닌, 주방 옆 팬트리 같은 창고 공간을 개조한 방이라 더블침대 하나와 서랍장 1개에 우리 배낭 2개가 들어가니 꽉 차서 더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거실 옆 주인의 방 외에 다른 방 2개도 가운데 커튼으로 구분해서 여러 명의 투숙객을 받은 걸 보면 그나마 좁아도 우리끼리 쓸 수 있으니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방에도 라디에이터로 난방시설은 설치되어 있었고, 우리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투숙객들이 야경이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에서 밤늦게까지 밖에서 관광을 하느라 욕실도 주방도 붐비지는 않아 처음의 당혹감은 사라지고 점차 적응해 갔다.
우리가 머무는 기간 내내 친절했던 숙소의 주인, 나보다 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왜인지 나와 대화할 때마다 어른이 아이에게 말하듯이 굉장히 상냥하고 기특하다는 뉘앙스로 말을 건네던 그녀 덕분에 숙소에 대해서 불평이 나올 수도 있을 상황이 이 정도면 괜찮네라고 느껴졌다.
체크인 후에 바로 부다왕궁으로 가서 부다페스트 전망을 보고 말을 탄 근위대의 행진을 보고 나니 야간 기차를 타고 온 후 쉬지 않고 돌아다닌 여독으로 급 지쳐버렸다.
도저히 야경까지 보기 위해 밖에 있을 수 없어 저녁만 간단하게 먹고 좁지만 아늑했던 우리 숙소로 돌아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