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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보건교사 Nov 14. 2023

교장선생님,  육아시간 좀 쓰겠습니다.

보건교사의 육아시간

2022. 1월말에 출산을 하고 나는 5월 1일자로 학교로 복귀했다.

출산휴가만 사용했기에 복직이 아닌 복귀. 우리딸 100일이라고 백일떡도 돌렸다.

그리고 다소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교장실을 찾아갔다.


"교장선생님, 저 출산휴가 끝나고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육아시간을 사용하겠습니다."

항상 나에게 우호적이셨던 교장선생님이시지만,

보건교사가 육아시간을 사용하겠다고하니 이내 얼굴이 어두워지셨다.

"제가 육아시간을 사용하고자, 2월에 보건인턴강사를 지원받았습니다. 제가 육아시간을 사용하더라도 보건실 운영에 차질이 없으며, 저 역시 근무시간동안 업무에 자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육아시간을 사용하시겠다구요? 이선생, 여기는 사립학교입니다. 직장생활을 그렇게하면 안되죠.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이선생이 판단하셔서 알아서 하세요."

 교장선생님의 달갑지 않은 대답을 뒤로하고, 나는 그날부터 회의나 행사가 없는 날이면 무조건 육아시간을 신청해서 단축근무을 했다. 처음이 어렵지, 보건교사는 항상 육아시간 쓰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의 나의 직장생활이 한결 수월해질것 같았다. 하지만 내 마음은 항상 학교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것 같았다. 육아시간을 쓰는 이유로 죄 지은것도 아닌데, 교장선생님을 가급적 마주지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육아시간 매일 사용을 시작하는 나로 인해서 다른교사들도 좀 유연하게 육아시간이나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할 것이고 이것은 곧 학교의 기강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워킹맘이 된 나도 더 이상 학교 눈치만 볼 수 있을 수가 없다.  코로나 시국에 임신이 되었지만, 모성보호시간은 단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했다. 왜냐면, 내가 코로나 업무 담당자였고 단축근무시에 보건실운영에 자질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대처할 인력이 없기때문에 교장은 충분히 모성보호시간 단축근무를 불허할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보건인턴강사제도을 알고 있었다. 주 10~14시간으로 보건교사 업무를 지원해주는 강사제도이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적극활용하리라. 2월달에 조리원에서 보건인턴강사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우리학교가 선정된것이다. 조건은 육아시간 6개월이상 사용할 것. 육아시간 사용조건으로 인턴강사가 배치되었기에 나는 육아휴직하지 못했다. 그리고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부탁했다.

"엄마, 인턴강사를 지원받아서 출근해야할 것 같아요. 인턴강사 지원요건이 육아시간 사용조건이라서.

2달반만 아이 좀 봐 줘. 곧 방학이니 아깝잖아요 "  

  나의 복귀가 결정되고나서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셨는데 아침 7시에 우리집에 오셨다. 그러면 나는 7시 30분에 근처 외할머니댁에 딸과 친정엄마를 데려다주면서 출근을 했다. 육아시간을 사용해야, 친정엄마의 아이돌봄시간이 8시간으로 엄마의 여가생활을 보장해드릴 수 있었다. 1월생인 우리딸은 가을까지는 아침에 나와 헤어지는 걸 모르더니, 12월이 되자 출근하는 나를 보고 울기시작했다. 그리고 엄마를 확실히 알때즘엔 나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여하튼 이번에는 어떠한 명분으로라도 나의 단축근무를 불허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사립학교에서 감히

육아시간을 매일 사용하는 보건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우린 교장선생님이 내가 얼마나 미울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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