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들고 제주도로

놀멍 쉬멍

by 하늘 예쁨

"제주도 가자!"

"유채꽃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실컷 놀다 오자."


마냥 놀 수 있는 청춘도 아닌데 뽀로로처럼 노는 게 제일 좋은 우리 부부는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즉흥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계획형이지만 어떻게든 다른 생각들로 채워 시간을 보내고 싶어 여행을 가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마음은 어느새 병원 로비에 서 있다가 수술대에 눕는다. 생각을 줄이고 마음을 쉬게 하는 방법은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다.


떠나자. 제주도 푸른 바다로.


우리 부부의 주된 여행 목적은 대부분이 골프다. 여행길엔 늘 골프백이 함께다.

이번엔 골프백보다 소중하게 하나를 더 챙겼다.


"나 이번에 노트북 가져갈 거야."

"왜?" 짐도 많은 데 굳이 노트북을 챙기냐는 질문이다. 한 번도 여행 가면서 노트북을 챙긴 적은 없었으니까.

"글 쓰려고." 골프여행 가면서 글 쓰겠다고 노트북을 챙기는 안 어울리는 짓을 했지만 말리지는 않는다.

제법 작가인 척,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손가락에 가시가 돋는 사람처럼 노트북을 짐꾸러미에 담았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함께 날아온 노트북은 나에게 제주도에서 글을 쓸 수 있는 기쁨을 선물했다.




기억은 기록을 이기지 못하니 내 흐려질 기억을 대비해 오늘의 제주를 글과 사진으로 채워본다. 제주도는 노란 유채꽃이 절정이다. 만개한 유채꽃밭 아래 서서 마음에 꽃물을 들인다. 예전 같으면 유채꽃 한가운데로 들어가 온갖 예쁜 척을 하며 사진을 찍었을 터인데 이번엔 아니다. 바라봄으로 충분하다. 봄을 봤으니까.

봄을 봄!




유채꽃도 식후경! 제주에 왔으니 점심은 제주스럽게 먹기로 했다.

멍게 비빔밥과 보말칼국수. 입 안에 퍼지는 바다 향기에 엄지 척!



먹었으면 걸어야지. 적절한 타이밍에 만난 올레길 10코스. 바닷길을 따라 5킬로를 걸었다. 올레길을 걸으며 바라본 파란 바다, 예쁜 하늘에 하얀 구름, 바람에 쓸려와 부서지는 작은 파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윤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리고 행복했다. 거창하게 조금 더 나아가 내가 지금 여기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걸었으면 먹어야지. 걷고 먹는 건 살 안 찌는 거 아닌가? 무한루프. 살 안 빠지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올레길을 따라 걷다 보니 송악산 앞 스타벅스에 도착했다. 오전에 골프 치고 오후에 올레길 걸었으니 산은 패스하고 커피와 달달한 케이크를 먹기로 했다. 바다와 송악산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커피잔을 짠 하고 부딪혀본다.

'건배! 브라보! 우리의 멋진 인생을 위하여!'

달달한 케이크 때문인가.

닳았던 마음이 달아졌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 카메라 세워놓고 신혼여행 온 부부처럼 사진도 찍으며 깔깔거렸다.

(이건 비밀인데 나이 오십에 둘이 커플티 입고 왔대요. 얼레리꼴레리~ 차마 사진은.)




봄을 보고 닳았던 마음이 달아졌다. 다시, 봄! 올 수 있을 거라 믿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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