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설'을 보고
도파민에 중독되어 자극, 그 이상의 자극을 찾는 요즘. 무자극에 큰 울림이 있는 영화를 보았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간단하게만 설명하자면 이렇다.
청각장애를 가진 동생.
그런 동생을 위해 헌신하는 언니.
그 언니를 위해 노력하는 남자.
그들 곁에 마음이 건강한 부모.
평온하고 모두가 선하다. 마음과 진심이 모두 상대를 향해있는 무해한 사람들의 세상이 펼쳐진다.
빌런이 없는 그들의 세계가 부러웠다.
영화의 많은 대화를 수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작게 깔린 배경음악 외에 소리는 없다. 자칫 지루하고 밋밋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자막과 표정, 손동작에 집중하다 보니 빠져들었다.
소란스러움도 없고 현란한 그래픽이나 동작,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고 호화캐스팅도 아니다.
말없이 많은 말을 하는 영화다. 말은 소리 내지 않아도 눈과 마음, 그리고 표정으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진심 앞에 장애는 문제 되지 않는다.
"그게 왜?"
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사를 이것으로 꼽는다.
아들이 엄마에게 여자친구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는 그 사실을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전달한다.
"여자친구가 청각장애래."
"그게 왜?"
와. 그게 왜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반문이다. 이보다 멋진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그게 뭐 어떤데? 무슨 상관인데?'라는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에 마음속에 쿵하고 무언가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말할 줄 알아도 말 안 통하는 답답한 인간들 투성이인 세상에 마음 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왜 문제인지만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왜? 뭐 어떤데? 무슨 상관이야.' 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도 마음먹기 나름이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는 거구나.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안될 것도 없지 않을까.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일까? 까짓 거 영화처럼 살지 뭐.
사진출처 : 네이버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