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아무튼 작가)가 되고 나서 생각만 많아졌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三多(다독, 다작, 다상량)를 해야 한다는 글을 봤다. 시력이 나빠져 책 보기가 편치 않다며 다독은 고사하고 책 읽는 것에도 소홀하다. 일주일에 한두 번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는 정도의 독서만 하고 있으니 간신히 읽는 수준이다.
다작은 어떤가? 예전에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나 투정 부리는 글 비슷한 것을 썼을 때는 많이 쓰긴 했다. 내용의 수준을 떠나서 다작이기는 했다. 이제는 이것저것 눈치 보느라 다작은커녕 글 하나 쓰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나 다른 작가님들의 글이 눈에 들어오면서 점점 더 초라해진 내 글은 작아진다. 전문성도 없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저 사는 이야기를 쓴다는 생각에 주저하기도 한다. 혼자 끄적일 때의 자신감은 어디 간 것인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글을 쓰다가 바다 한가운데 나와서 허우적대고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삼다 중에 유일하게 하는 것이 다상량인 것 같다. 생각만 많이 한다. 소재나 글감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컴퓨터 앞에 앉아 생각만 하면서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다 한 줄 쓰고 백스페이스 키를 '다다다' 누른다.
나에게 三多는 이것이 되었다. '다다다'지우기.
그러다 문득 뜬금없이 웨딩촬영이 생각났다. 뜬금없는 생각 참 잘한다. 결혼식 전 야외촬영을 비롯해 스튜디오 촬영까지 사진을 몇백 장 찍었나 모른다. 그중에 건진 것은 고작 몇 장뿐이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리기 위해 찍었던 셀카사진도 한방에 성공한 사람 있을까? 수십 장 찍고 보정하기를 반복한다. 글쓰기도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백개를 써야 그중 볼만한 거 한 두 개 나오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때 신중하게 골랐던 결혼사진도 지금 보면 촌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글도 비슷하다. 몇 년 전 온 힘을 다해 썼던, 그래서 흡족했던 그 글들이 지금 보면 영락없이 허술하다.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리다'가 여기도 적용되는 것인가 싶다.
사진도 B컷이라는 것이 있다. 가끔은 B컷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완벽한 구도에서 A컷만 찍을 수는 없다. 글쓰기도 B컷, NG컷이 있을 수 있으니 자신을 가져보자 했다. 그러려면 일단 많이 써보도록 하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계속 찍다 보면 한 장이라도 인생샷이 건져지는 것처럼 계속 쓰다 보면 인생작품 나오지 않을까?
일단 쓰자. 힘을 빼고 써보자.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배울 때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힘 빼세요'
요즘 배우고 있는 탁구도 코치님이 늘 얘기한다. '공을 향해 덤비지 말고 기다렸다가 치세요'
힘주고 덤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운동도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시 사진으로 돌아가보자. 아기들의 사진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모두 예쁘다. 왜일까? 힘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지 않는다.
우리들은 어떤가? '예쁘게 나와야지. 인생샷 건져야지.' '얼굴 크게 나온단 말이야, 앞으로 나가.' '다리 길어 보이게 아래서 위로 찍어.' 욕심이 가득이다. 그러니 표정도 어색해지고 몸도 뻣뻣해져 자연스럽지 못하다. 예쁘게 나올 수가 없다. 힘을 빼야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진이 나온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로 힘을 빼야 할 것 같다. 힘을 잔뜩 주고, 이 사람 저 사람 신경을 쓴다.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한 줄 썼다가 맘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면서 글이 뻣뻣해진다. 유연하고 야들야들한 글을 쓰고 싶은데 쓰지는 않고 고민만 하고 있다. 그래서 고민 그만하고 그냥 쓰려고 한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진심으로 쓰고 두려워하지 않기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고 배우려는 마음은 갖되 비교하지 않기로. 겸손한 자신감을 가져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