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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흔한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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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y everything Mar 13. 2024

청소왕과 지우개똥 제작자



아이들이 우르르 빠져나간 교실에 두 아이가 남아있다. 자기 자리 정리를 이제야 시작하느라 집에 가지도 못했으면서 불현듯 다른 아이들의 지저분한 자리가 눈에 띄었나 보다. 



"선생님, 효민이 청소 안한 것 같아요. 제가 청소할게요."

"어... 그래. 조금만 하고, 너 자리 청소만 하고 가도 돼."

"전 청소 좋아해요."


아.... 청소 좋아한다는 아이가 왜 자기 자리의 지저분함은 보지 못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신나서 청소를 하는 아이를 말릴 수는 없다. 신이 나서 자기는 원래 봉사를 좋아하고 지저분한 것은 못 본다는 말까지 늘어놓는다. 이때 교사는 잔소리가 나오는 입을 막는 것이 더 현명하다. 아까부터 마음속으로는 '네 자리만 청소 잘해도 돼.'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지만 이때는 잔소리보다는 잘하는 일에 칭찬이 우선이다.


"우와, 진짜 청소 잘하네. 봉사를 원래부터 좋아했어?"와 같은 칭찬 말이다.



아이는 그 말 덕에 교실 전체를 청소하려는 부푼 계획을 가지고 만다. 남아 있던 한 아이도 갑자기 자리를 잡고 쭈구려 앉는다. 빗자루를 든 것은 아니니 청소하는 것은 아니다. 



"태린이는 뭐해? 청소해?"

"태린이는 지우개 가루 모으는 거예요."

태린이가 대답할 사이도 없이 청소왕이 대답한다. 



아직 4학년 학생들 문화 속에 적응 중인 교사는 또다시 의문이 생긴다. 그걸 왜?

해맑게 지우개똥을 만드는 중이라는 대답과 함께 지우개 가루를 쓸어 버리려는' 청소왕'과 지우개똥 제작을 위해 지우개 가루를 사수해야 하는' 지우개똥 제작자'가 옥신각신이다. 


보이지도 않게 책상 아래에서 부스럭 부스럭거리는 아이들이 어쩐지 귀여운 날 오늘이다. 



아, 맞다. 그리고 이제 집에 좀 가야지?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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