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실감

내 MBTI는 IENSTFPJ.

여행계획은 P지만 가계부는 J처럼

by try everything

"혹시 MBTI가 뭐예요?"


사람들은 종종 상대방과 의견이 다르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볼 때 이런 질문을 한다.


난 사실 내 MBTI를 모른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은 이유는 기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검사를 하면서도 둘 다 맞는 것 같아 갸우뚱하며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맞는 것 같고 저것도 맞는 것 같아 머리를 싸매고 겨우 검사했더니 뭔가가 나왔는데 신뢰도가 없어 보여 기억하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난 I로 시작하는 유형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E 아니냐고 반문한다. 난 100000% 확신으로 I인데 그렇게 생각한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




그러던 중 MBTI의 4번째 글자를 가늠해 볼 만한 사진을 봤다. P의 여행 계획이란다. 판단(Judging)과 인식(Perceiving) 중 여행 계획 만큼은 난 P이다.


출처: https://www.teamblind.com/kr/post/J가-보고-기절한-P의-여행-계획이래-qU4cQfsi


사진처럼 단어로 조합되는 여행 계획, 해보고 싶은 것들의 나열로 계획을 세운다. 베트남 여행에서 수영과 테니스만 하면 된다고 기록했던 나의 글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반대되는 J는 어떠한가 보니 표로 시간, 장소, 요금과 같이 관련된 일정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J가 이끄는 여행을 같이 해 본 경험상 따라다니기만 하고,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기도 하다. 단, 일정이 변경되었을 때 J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그렇다. J가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보는 게 일정이 꼬이는 상황보다 내겐 더 힘들다.




이렇게 두루뭉술한 계획을 가지고 여행에 임하는 나도 오랜 총무경력 탓인지 가계부만큼은 꼼꼼히 기록한다. 모임통장을 여러 개 갖고 총무역할을 많이 해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더 좋은 것이 많겠지만 2017년에 '트라비포켓'이라는 어플을 사용한 이후로 유료 결제까지 해서 지금도 쓰고 있다. 현지 화폐로 기록해도 원화로 계산해서 바로 보여주는 신박한 녀석 덕분에 시댁여행 정산도 한 번에 뚝딱 끝냈다. 꼼꼼하다는 칭찬과 함께.


트라비포켓


여행 사진첩 마냥 가계부를 열면 신기하게도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숫자로 되살아나는 여행의 기억. 콩카페에서 맛있게 먹었던 그 음료를 기억하고 싶다면 가계부를 열어본다. 나는 코코넛스무디 커피, 딸은 프로즌 패션후르츠, 남편은 프로즌 레몬에이드를 먹었었구나. 이번 여행에서도 주저 없이 패션후르츠를 시켜본다. 역시 맛이 있다. 기록해두길 잘했다.


이번에는 가계부로 숫자도 기록하고, 브런치로 글도 기록해 본다. 다시 여행을 떠날 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보관한다.(BGM으로 자이언티의 '꺼내 먹어요'가 나오면 좋겠다.)





여행 하나만 봐도 내 안엔 내가 너무도 많다. (이번 BGM은 조성모의 '가시나무'다).

하나의 영어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의 MBTI는 IENSTFPJ이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한비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바일 탑승권도 누군가는 발급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