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실감

모바일 탑승권도 누군가는 발급 받아야 한다.

by try everything

"와, 우리 옛날에는 어떻게 여행했지?"


요즘 여행을 하다 보면 진짜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옛날 취직해서 1년 동안 번 돈으로 친구들과 유럽여행을 갔을 때였다. 부모님께 딸이 잘 있다고 가성비 있게 생존신고를 하려면 한인 민박집 컴퓨터를 사수하여 네이트온에 접속하고 직장에 계신 아빠한테 메신저로 연락해야 했다. 요즘에는 카톡 한 번이면 게임 끝. 여행을 온 건지, 옆 집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번에는 탑승수속이다. 국제선이라 두세 시간 전에 도착하여 한참을 서서 기다려야지만 길쭉한 종이티켓을 받을 수 있다. 여권 사이에 소중하게 끼워 넣은 티켓이 삐죽 나와있는 모습을 사진 찍으며 여행을 실감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마저도 핸드폰으로 가능하다. 줄 서지 않고 모바일 탑승권을 발급받는다. 셀프다. 보통은 출발 24시간 전에 좌석까지 본인이 지정하며 발권을 한다.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이러한 노력 없이도 좋은 좌석을 찜할 수도 있지만 시간에 맞춰 발권을 하면 운 좋게 앞자리도 선점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 또한 오랜만의 해외여행으로 까먹었다. 아주버님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내일 출국이니까 제수씨한테 모바일 탑승권 발급받으시라고 해."


제주항공 앱


6인의 항공권을 알아보고 결제한 사람이 나다. 고로 탑승권도 내가 발급받아야 한다. 남편 보고 예약하라고 할 걸, 이라는 후회는 이미 늦었다. 예약을 할 때 일차적으로 영어 이름, 생년월일을 입력하는 것으로도 진이 빠졌다. 수정할 일이 있으면 무조건 비용을 부담해야 하니 적어도 열 번은 확인한듯하다. 이번에는 여권 번호에 입력할 것이 많다. 또다시 세상이 좋아져서 여권을 핸드폰으로 사진 찍으면 저절로 인식되지만 나머지 3명의 여권이 없는 터라 전송받은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여 조심 또 조심하며 입력한다. 꽤나 시간이 걸리니 뒷자리로 밀리겠다며 조바심이 난다. 떨리는 마음으로 발권 버튼을 누르니 하늘이 감동했는지 앞자리다. 속도 없는지 뾰로통한 마음은 사라지고 좋은 자리라며 남편에게 자랑한다. 그리고 그대여! 이런 나의 노오력을 시댁 식구에게 전하거라.






출국의 기쁨도 잠시, 우리에겐 인천공항행 발권도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스스로 모바일 탑승권 발권을 챙긴다. 새벽 2시 35분 비행기니 전날 동일한 시간에 촌각을 다투어야 한다. 잠을 사랑하는 내가 과연 그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다. 알람을 3분 간격으로 설정하고 남편에게도 신신당부를 한다. 내가 못 일어나면 나를 꼭 깨우라고. 남편도 고생하는 게 미안한지 같이 일어날 테니 걱정 말라고 한다. 대망의 그날, 역시 정신력이다. 제시간에 일어났다.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어 능숙하게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예상 밖의 결과다.


모바일 탑승권 이용이 불가한 노선이므로, 당일 공항 현장에서 수속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몇 번이나 다시 해보지만 똑같은 결과다. 내일 시댁 식구에게 변명하기 위해, 아니 증명하기 위해 화면을 캡처한다.

잠순이 며느리가 이만큼 했으면 됐다. 잠이나 자자.





여행 TIP.
나트랑에서 인천공항행 비행기는 모바일 탑승권 발권이 안된다. 애쓰지 말고 푹 주무시기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비즈니스석을 추앙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