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막 교직에 나왔을 때
당황스러운 몇 가지 중의 하나는
아이들의 싸움이었다.
학창시절 내내 나는 조용한 아이였고,
간혹 갈등이 있더라도 회피하면 그만이었기에,
스무살 중반이 넘어가도록
갈등에 직면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런 내가 매일 매일의 크고 작은 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것은 영 민망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나에게는 아주 사소해보이는 일들이
아이들에게는 눈물 한바가지 흘릴 분량의 일이라는걸 깨닫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뭐 이런 걸로 싸우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얘들은 적어도 어른이 돼서 갈등 상황에 직면하는게
나만치 당황스럽진 않겠구나 싶기도 했다.
싸움의 해결사 노릇을 할 때엔
자못 진지하고 엄숙하게 아이들을 대하는데,
갈등에 대해서라면 사실 내가 가장 초보라는걸
들키지 않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