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서"라는 이름의 아주 조용한 반격에 관하여

말하지 않는 자는, 지게 된다

by 따뜻한 법

민사소송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아무런 예고 없이, 어느 날 도착한 소장을 펼쳐 드는 순간, 당신은 이미 피고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청구취지’와 ‘청구원인’, 그리고 답변서 제출 기한입니다.


통상 한 달. 이 시기를 넘기면, 어떤 해명도 없이 법원이 판단을 내리는 ‘무변론 판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를 차근히 짚어보려 합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빠르되 서두르지 않고, 침묵이 아닌 말로 대응하는 것.



먼저, 소장을 받기 전에도 소송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갈등을 남긴 채 사라졌다면,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의 ‘나의 사건 검색’을 통해 사건이 접수되었는지를 조회해볼 수 있습니다.


단, 원고가 소장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공인인증서를 통해 사건 번호와 관할 법원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리 알게 된다는 건 단순한 정보의 이득이 아니라, 대응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일입니다.


답변서 작성 전략


이제, 핵심은 ‘답변서’입니다. 이 문서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법적 주장에 대한 첫 번째 방어이자 전략의 출발점입니다.


기본 구조는 두 축으로 나뉩니다. ‘청구취지에 대한 입장’—예컨대 전부 부인하거나 일부만 인정하겠다는 명시—그리고 ‘청구원인에 대한 반박’—왜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닌지를 서술하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원고가 천만 원을 요구하나 오백만 원만 인정한다면, ‘청구기각’을 먼저 쓰고, 이어 인정하는 금액과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합니다.


이때는 항목별로 ‘인정한다’, ‘부인한다’는 문장을 분명히 구분해 써야 하며, 무엇보다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다’는 점을 문장 속에 반복해 환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확인되지 않는다’, ‘증거가 없다’는 표현들은 무책임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의하실 부분


주의할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문서에 자신의 인감도장이 찍혀 있다면, 사실상 ‘내가 작성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게 됩니다. 이 경우, 단순한 ‘부인’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자칫하면 입증책임이 피고에게 넘어올 수 있습니다. 애매한 상황이라면, "확인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여지를 두는 동시에,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성급한 인정은 결코 득이 되지 않습니다.

답변서 제출 기한은 대개 한 달이지만, 그 시점을 놓쳤다 해도 기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변론기일 이전이라면 제출은 여전히 가능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청구를 부인한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제출하겠다.”는 식의 짧은 문장으로 일단 제출하고, 이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는 전략도 가능합니다. 법 앞의 첫걸음은 종종, 그런 짧은 문장에서 시작됩니다.


출방법


제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인쇄한 서류를 법원 민원실에 직접 제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소송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후자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한 뒤, 사건번호를 입력하고, 작성한 답변서를 파일로 첨부하면 자동으로 PDF로 변환됩니다. 증거자료 역시 파일 형태로 함께 첨부하면 시스템이 증거번호를 부여해 기록에 남깁니다. 다만, 처음 사용하는 경우라면 미리 시스템 흐름을 익히거나, 도움말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답변서를 제출한 뒤에는 다시 원고의 차례입니다. 원고는 준비서면을 제출하며 반박하고, 피고는 또 그에 대해 재반박할 수 있습니다. 이 문서의 흐름이 몇 차례 반복되다가, 결국 양 당사자가 법정에 출석해 진술하는 ‘변론기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모든 절차의 문이 열리는 지점, 그것이 바로 답변서입니다.



마침말


그리고 이 말을 꼭 남기고 싶습니다. 갈등은 늘 불쑥 찾아옵니다. 예고 없이 시작되고, 때로는 억울하게도 나를 피고의 자리에 세웁니다. 그때 필요한 건, 두려움을 억지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그 불안 속에서도 한 걸음 나아가는 준비입니다. ‘답변서’는 그 준비의 이름이자, 첫 번째 선택입니다. 막막함이 앞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막막함을 밀어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말하는 것입니다. 논리로 말하고, 근거로 지지하십시오. 법은 감정에 반응하지 않지만, 말에는 반응합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3화"전세금", 그 조용한 싸움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