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2》울렁거리는 중

by happyanding

엄마가 쓰러졌단 연락을 받았다.

작은 돌이 하나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나는 재혼가정에서 자랐다. 벌써 20년이 지났고

'엄마'라 부르기에 어색함도 손색도 없다.


고집도 세고 친구와 술을 좋아하는 아빠를

투덜대면서도 버텨준 엄마였고

가족을 여유롭게 부양할 능력이 없는 아빠도

아빠로 존중해 주는 언니, 오빠였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편이라

아빠에게 엄마가 들어놓은 보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길 권했다.

지인에게 부탁해 보기 위해 엄마의 주민번호를 물었다.


이내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함부로 주민번호를 알려주지 말라는 얘기로 시작했다.

믿을만한 지인이다,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마지막은 이러했다.

"개인정보도 그렇지만 아직 급한 것도 아닌데

보험은 나중에 알아봐도 되는 거고"


알았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남편은 불편함을 느꼈다고 했다.


무슨 말 인지 바로 알아들었기에

"그런가? 그건 아니겠지만.. 아니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말했다.

작았던 돌이 조금 커졌다.





태어나 이루어진 가족에게도

지키고 생각할 선이 있다고 한다.

보통은 선을 넘고.

반대로 살다 만난 가족에게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절대 없어지지 않는 선이 있기 마련이다.

어색함도 손색이 없어도.


너희 부모였어도 보험 얘기부터 하겠느냐,

이것이 남편이 느낀 바였으리라.



생각해 보았다.

아빠였어도 나는 보험 얘기를 했을까?

나는 나를 잘 알기에,

결론은 같았다.


경험 상 보험이 있어도 제대로 못 써본 적이 많아

미리 확인해 두면 좋을 것 같아서였다,라고

혹시나 오빠의 말이 그런 의미였다면

아니라고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맘을 담아

조심히 메시지를 남겼다.


'그래 고마워. 너도 바쁠 텐데 너무 걱정 말고. 고생해!!'


오빠의 답이었다.


조심성이 많은 오빠인걸 알기에

남편의 느낌도, 뒤이은 나의 느낌도

틀린 것 일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오해 같은 불편한 느낌과 생각들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에게 분명한 선이 있기 때문 아닐까?





우리에겐 선이 있다.

고마워, 에서 조차도.

딱히 가족에게 들끊는 애틋함은 없어

타고난 메마름인 건가보다 하는 나지만

나의 돌멩이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을 수도 있지만.


'내' 엄마가 아니어도 '우리'엄마로서

내려앉은 것이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에겐 분명한 선이 있다.

넘어서도, 절대 넘을 수도 없는.





토할 것 같은 울렁거림과

모래로 가득한듯한 머릿속 까끌거림이,

돌로 막힌 체기가 며칠째 지속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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