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엄마라는 바다

그 미지의 바다에서 엄마는 살아갈 용기를 얻었고 희망을 되찾았다.

by 이또숙


엄마와 글을 쓴다는 건,

엄마의 삶에 대해 질문하고 엄마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일.







엄마에게 책을 쓰자고 제안 후, 처음으로 엄마의 유년시절을 알게 되었다.

엄마는 침대 위에서, 아빠는 침대 아래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깔깔’ 웃고 계셨고,

글을 옮겨 적던 나만 눈물을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덤덤하게 써 내려간 엄마의 유년시절이 너무 아프고, 가여웠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 외엔 관심 없던 무관심한 딸. 나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32년 동안 엄마를 낳아주신 외할머니가

언제, 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며 살아왔으니까.

언젠가부터 나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서,

어머니에 대한 궁금증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엄마도 삶이 고달프고 외로울 땐 외할머니를 사무치게 그리워했을 텐데 말이다.



서른 중반을 넘긴 지금의 나이에도 나는,

엄마의 빈자리를 상상하기 힘들다.

어쩌면 영원히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깨소금 가득 흩뿌려진 엄마의 나물밥을 한 해만 못 먹어도 서운하고,

엄마의 애정 어린 잔소리는 일주일만 못 들어도 어색하다.

겸연쩍은 듯 주고받는 애정표현은 잦을수록 좋고,

하루에 한 번 뽀글 머리 아줌마 이모티콘을 건네는 엄마의 문자는

가끔 우리 5남매를 까르르 웃게 만든다.



어느 날엔가 유난히 삶이 지치거나, 눈물이 목 끝까지 차오를 만큼 고달픈 날에도

친구보단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고,

수면 부족에 과로한 날이면 임금님 밥상보다 엄마 밥상이 그립기도 하다.


온 가족이 모였다 헤어지기 직전의 어느 명절날,

시집간 언니들이 집안 구석구석 먹을거리를 찾아 나섰다.

어디 하나 더 챙겨줄 거 없는지 부엌을 뒤적이는 어머니와,

멀찍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말을 보탠다.



아빠-


“너네 엄마는 시집오고 나서

외할머니한테 받아 본 사랑도 없는데,

어쩜 너네한테 이리 잘하는지 몰라?”



보통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간다는데,

우리 어머니는 받아 본 적도 없는 사랑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우리에게 무한히 베풀어주는 사랑의 출처는 대체 어디일까?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옹알거렸을 그 단어,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이제야 질문하기 시작했다.

.

.

엄마도 가끔은 엄마가 그립겠지?

그럴 땐 어떻게 견뎌내는 걸까?

여전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실까?

한 번도 물어본 적 없지만 괜히 질문했다가

어머니의 눈물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글쓰기를 핑계 삼아 엄마에게 질문하지 않았다면

나는 앞으로도 평생 물어볼 수 없었을 거란 걸.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던 애증의 바다.

그 미지의 바다서 엄마는

살아갈 용기를 얻었고

희망을 되찾았다.


거센 파도보다 일렁였을

고된 삶에서 하루하루 버텨내주고

살아 내 주신 이또숙작가님의 헌신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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