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초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친구들한테 연락이 왔었다. 꿈만 같았다.
살다 보니 친구들이 날 기억했다는 것이...
난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었다.
결혼 전에는 친구들과 그 흔한 영화구경도 못 갔고 친구들과 놀러도 못가 보았다.
오직 결혼 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큰오빠, 작은 오빠, 여동생 뒷바라지에
나의 10대를 보내고 19세에 남편을 만나 아들 딸 낳고 사느라 세월 가는 줄 몰랐다.
친구의 연락을 받고 보니 4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친구들도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자녀들 결혼 이야기를 하는 나이가 되어있었다.
친구를 만나고 보니 옛날이 새록새록 기억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친구가 많아야 좋을 것 같다. 친구들이 곱게 익어가는 것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였다. 친구들은 출세해서 다들 잘 살아가는 것을 보니 한편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내 주위 친구들이 다들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을 보니
나 역시도 나의 인생 마무리를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또숙여사님 글 中
책가방을 메고 학교를 다니던 시절,
나는 자주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왜 친구가 없을까?’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내가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기에 엄마에게도 친구가 생기길 바랐다.
나처럼 같이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깔깔깔 웃고 떠드는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곰돌이 인형과 너구리 인형을 바꿔가며 놀던 소꿉친구 민경이에게 말했다.
나 - “우리 아빠는 친구들 만나러 가는데, 엄마는 한 번도 친구 만나는 걸 못 봤어. 넌 어때?”
친구 민경 - “우리 집도 똑같아!! 그럼 우리 엄마랑 친구 만들어주자!”
우정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던 나잇대였지만, 난 엄마에게 친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엄마의 삶도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름의 작전을 펼치며,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조장해 봤지만 늘 실패로 돌아갔다.
나이가 들고 나서야 모든 원인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모든 자녀들은 어쩌면 엄마를 평생 외롭게 만든다.
그녀가 희망하는 대부분의 것을 빼앗고,
시간과 젊음(청춘), 건강(목숨)까지 앗아간다.
그럼에도 세상의 모든 엄마는 자신의 것을 다 내어준다.
산모가 태아를 임신했을 때,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은 모두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뱃속에서의 태아는 살기 위해 엄마의 영양분을
머리카락부터 손톱에 있는 것까지 다 흡수해 가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고 나서 괜스레 서글퍼졌던 기억이 있다.
나는 뱃속에서부터, 세상에 태어날 때까지 단 한 번도 엄마에게 받은 걸
되돌려준 적이 없었다.
시간도, 청춘도, 친구도 다시 만날 수 없게
다 빼앗아 놓고, 친구만 쫓아다녔던 나.
‘불효자는 웁니다.’라는 노래로 슬픔을 대신하고 싶지만
요즘 시대는 ‘불효자는 모릅니다.’가
더 적절한 것 같다.
내가 불효자인지도 모르며 살아가는 인생이니까.
‘여행스케치’라는 가수를 알고 있는가? 1997년도에 발매한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라는
생활 밀착형 노래로 사랑받은 가수이다.
나는 청취자들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던 라디오 DJ로
수년간 활동하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듣게 되었다.
듣는 순간 우리 어머니가 떠올랐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라며 우연히 찾아온 친구들의 소식에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교차되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는 소녀 같던 엄마의 모습이 누구보다 당당하길 바랐다.
가정을 위해, 자녀들을 위해 단 한순간도
헛되이 살아 본 적 없는 당신이기에..
하지만 출세해서 잘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부러움을 느꼈다는 어머니의 혼잣말이
자꾸만 내 귀에 맴도는 것 같다.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출세 [出世]라는 단어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되는 것,
숨이 살던 사람이 세상에 나오는 것,
혹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5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우리 어머니야 말로 진정한 출세인 [ 出世人] 이 아닌가?
육아와 살림에 쫓겨 40년 동안
‘친구’라는 단어도 잃어버린 당신께
브런치를 통한 글쓰기가
평생 좋은 친구이자
'출세'의 도구가
되어주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