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이미 Aug 18. 2023

압구정에는 미스코리아가 행진한다

압구정에는 미스코리아가 행진한다



압구정로데오역 사거리 횡단보도에

훌라후프를 어깨에 멘 여자가 서 있다


30년 전 미스코리아를 꿈꿨던 그녀는

오늘 보험왕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상장과 함께 훌라후프를 부상으로

주었다


그녀는 그대로 홀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명품거리를 행진한다


사람들의 시선에

그녀는 손을 흔들며

혼잣말을 한다

나는 아름다운 사람

나는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벚꽃나무의 손끝을 스치고

마네킹을 지나갔다


바람이 불어

분홍색 꽃잎이

생일 폭죽처럼 터지고

그녀의 어깨에 알록달록한 잔해가 내려앉았다


그녀의 인생에

꽃다발은 허락되지 않았으나

꽃잎 하나는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 주면 벚꽃은 질 것이다

여자는 집에서 훌라후프를 할 것이다

그녀의 미소는 훌라후프 모양을 닮았다





몇 달 전에 쓴 시인데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 :)

작가의 이전글 스케이드 보드, 너도 탈 수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