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파업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요즘.. 바로 어제 마크롱 정부가 초강수를 두어 하원의회 투표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임의로 통과시켜 버렸다. 의회에서 통과하지 못할 경우의 정치적 부담에 대비했다는 해석이 많은데, 연금개혁에 찬성하던 사람들도 이 비민주적인 집행에 화가 난듯하다. 이번 연금 개혁의 핵심은 프랑스의 현행 정년퇴직 연령인 62세를 64세로 연장하는 것과 그렇게 늘어난 근로기간을 이용해서 근로자들이 사회보장부담금을 지불하는 기간도 42년간에서 43년간으로 늘리는 것 등 두 가지를 주요 골자로 한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연금지급 부담도 늘어났는데, 출산율이 높은 프랑스라 할지라도 세금을 낼 사람은 좀처럼 늘지 않으니 연금 재정 부담을 정년퇴직 연령으로 덜어보겠다는 것이다. 이도 처음에는 65세에 64세로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유럽 주변 국가는 정년퇴직 연령이 67세인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64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일하기 싫어하는 프랑스인들의 반발이 무척이나 거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대학졸업 후 사회진출을 시작하는 연령이 적게는 25세에서 많게는 30세 이후까지도 올라가지만, 프랑스의 경우 일하면서 공부하는 Alternance 제도가 보편화돼서 있어서, 제과 제빵, 미용 같은 기술직은 16세면 일을 시작한다. 30대 중후반만 돼도 어느새 경력이 20년이 훌쩍 넘는 셈이다. 대학 학사 이후 석박사를 하는 대학원 대부분도 Alternance 프로그램으로 일찍부터 사회진출을 독려한다.
셰프 아따나스는 45세로 15세에 일을 시작해 30년을 일했다. 57세면 정년 42년을 다 채워서 일찍 퇴직도 가능하다. 이번 개혁으로 정년이 1년 늘어났지만, 아이가 어린지라 오히려 이번 정년 연장을 반기는 분위기. 반면 나같이 세상 경험을 많이(?)하다 뒤늦게 일을 시작한 늦깎이 청년들은 화가 났다. 65세까지 육체노동을 할 수 있을까란 부담감이 큰 이유에서다. 매주 파업에 참여하는 제빵사 코코도 그중 하나. 대규모 전국 파업이 있는 날이면 그는 파업, 즉 출근하지 않고 집회에 참여한다. 그도 다른 동료들에게 파업 동참을 종용하지는 않지만 회사에서도 그의 파업 참여를 저지할 수 없다. 파업으로 일을 하지 않는 날의 급여는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파업을 하는 그의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학교 선생님들의 파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교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프랑스에서 교사는 누구보다 정치활동이 활발한 사람들이다. 가뜩이나 철도청 SNCF의 파업으로 학교 가는 길이 어려워졌는데, 학교에 어렵사리 도착해도 선생님이 파업 때문에 수업에 들어오지 않으면 우리 같은 apprenti들은 그 시간만큼 수업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시간당 10유로 정도 월급도 삭감된다. 교사들의 파업참여로 어린 학생들도 배우는 게 많겠지만, 당장 비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학생들의 원성도 자자하다. 몇 달 앞으로 다가 온 시험에도 영향이 있을 바에야 아예 전국적 파업으로 시험이 취소되길 바라는 염원도(?) 적지 않다.
파리의 거리는 쓰레기로 가득하다고 한다. 청소부들의 파업으로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이곳 지방의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이 불씨가 또 어디로 튈지 걱정이다.
상상해 보았다. 전국의 빵집이 바게트를 굽지 않겠다 하고 파업에 참여하면 연금지급연령이 60세로도 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바게트 없인 못 사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다음 주에 드디어 학교에 간다. 병가로 2월에 학교에 가지 못했으니 거의 두 달 만이다. 얼마나 많은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전 교사 현 학생 플러스 현 임산부는 파업중인 학교라도 학교에 가는 게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