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여행인가 강행군인가
아직 이번 여행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남아 있었다. 카메라와 친하지 않은 우리에겐 굳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는데, 바로 커플 스냅사진 촬영이었다. 계기는 단순했다. 아직 결혼사진이 없었던 차에 상해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상해를 배경으로 캐주얼 웨딩 스냅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과연 우리가 몇 시간 동안 카메라 앞에서 견딜 수 있을 것인가였는데, 한 달을 넘게 고민한 결과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왕이면 현지인 작가였으면 해서 오랑우탄의 힘을 빌려 섭외했다.
일어나자마자 로컬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스냅 착장 준비를 마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작가와 만나기로 한 1시 전까지 우리는 호텔도 옮기고, 점심도 먹어야 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상하이 에디션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체크인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었다.
그 와중에 맛집도 포기 못 해서 저번 여행 때 맛있게 먹은 곳 재방문. 참고로 그랜드마더 레스토랑(上海姥姥家常饭馆)은 직원 빼고 다 한국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혹시 여행하다 향수병에 걸렸다면 여기서 바로 치료 가능이요. 맛은 있었는데 스냅 앞두고 떨려서 음미하진 못했다. 그뿐이랴 맨정신으론 힘들 것 같아서 반주도 살짝… 비록 추위와 긴장의 콜라보로 얼마 지나지 않아 다 깨버렸지만.
그 시각 한국은 어마어마하게 추웠지만, 상해는 조금 사정이 나았다. 영상 5~6도 정도 됐으려나. 그래도 두껍지 않은 재킷 하나만 걸치고 다니기엔 무리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리했다. 게다가 구두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장장 2시간 동안 구두를 신고 걸어 다닌 대가로 양쪽 엄지발톱에 피멍을 얻었다. 어쩐지 말도 못 하게 아프더라니(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아직 훈장처럼 남아 있다)! 그래도 언제 또 상해 한복판에서 예쁘게 차려입고 몇 시간 동안 사진 찍혀보겠냐며. 좋은 추억이었다. 물론 다시 하라면 못 함.
계획대로라면 넉넉잡아 4시쯤 호텔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저녁 전 뜨는 시간에 지인들 선물을 사러 티엔즈팡에 가야 했다. 물론 우리의 체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단순 망상에 가까웠다. 2시간 사이에 녹초가 된 우리는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기절했고, 7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뒤늦게 헌지우이치엔(很久以前只是家串店) 원격 웨이팅을 걸어보았지만, 176번째라는 경이로운 대기 숫자를 받았다. 오늘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계획을 변경했다. 후보 중 하나였던 카오위를 먹기 위해 강변성외(江边城外)로 향했다. 강변성외는 원격웨이팅이 안 돼서 무작정 간 거였는데 다행히(?) 30분 만에 들어갈 수 있었다(근데 음식 나오는 데 20분). 의도치 않게 늦어진 식사로 굶주린 우리는 카오위와 사이드메뉴 3개, 그리고 맥주랑 황주를 주문했다. 왜 화필 황주냐고 묻는다면 술이 맥주랑 황주밖에 없었다. 음식은 무난무난하게 다 맛있었고, 황주는 음….
발이 아플지언정 상해 야경 보며 걷기는 참을 수 없지.
호텔로 돌아가는 길 곳곳엔 복권 가게가 있었는데 한 세 번째 보일 때쯤 자동 영업 당해서 하나 구입. 다들 각 잡고 긁고 있어서 자리 잡기도 힘들었다. 물론 결과는 꽝이었고요. 주인아저씨가 확인시켜주면서 박박 찢는 거 찍었어야 했는데. 가차 없었음.
피곤해서 즐기지도 못했던 상하이 에디션 사진 올리며 둘째 날 마무리. 네 다음 50만 원 증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