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상하이 2

벼른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by 코코넛

두 번째 상해인 만큼 첫 방문 때 좋았던 것만 골라 효율적으로 즐기자고 벼르던 여행이었다. 아침 비행기로 여유로웠던 저번과 달리, 이번엔 오후 2시 30분 비행기인 탓도 있었다. 물론 상해까지야 두 시간이면 날아가지만 입국심사에, 짐도 찾아야 하고, 택시 타고 호텔 들렀다 저녁 먹으면 하루가 삭제돼 있을 테니까. 조금도 허투루 쓸 시간이 없었다.


“여보, 검은색 바지 챙겼어?”

“……!!!!”


인천공항을 향해 달리는 택시 안에서, 당장이라도 차를 돌려달라고 말할 듯 들썩거리는 오랑우탄을 급히 붙잡았다. 지금 집에 돌아갔다 오느니 가서 하나 사고 말지. 우리는 일정상 내일 점심 전까지 검은색 바지를 구해야만 했고, 중국 의류 쇼핑몰들이 아침에도 여는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안 연다면? 그땐 되돌릴 수 없다. 허투루 쓸 시간은 없었지만 ‘저녁 먹고 바지 살’ 시간을 욱여넣었다.


중국 입국이 무비자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가는 비행기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한국어는 확실히 작년 여행 때보다 한국인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우리 뒷좌석에는 젊은 혹은 어린 한국인 여성 무리가 앉아있었는데, 상해에 도착할 즈음 우리는 그들의 연애사를 꿰찬 사람들이 되었다. 물론 알고 싶지 않았음.


공항을 나오자마자 냅다 택시를 잡아탔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호텔은 예상보다 더 작았다. 애초에 잠만 잘 생각으로 잡은 가성비 호텔이라 기대도 안 했다만 신발장에 세면대가 있다고는 말 안 했잖아요. 그래도 다행인 건 생각보다 난방이 잘 돌아 우리가 걱정했던 추위는 없을 듯했다. 그거면 됐다. 하루만 버티면 상하이 에디션으로 갈 수 있다!


짐만 대충 내려놓고 곧바로 추천받은 야시장을 찾았다. 본래 계획은 예원 야시장이었으나, 우리를 위해 몸소 찾아봐 준 정성이 갸륵해 그곳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마라반을 기대했던 우리의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고마워서 맴이 따뜻해진 건 사실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谢谢你!


마라반 대신 얻은 왕큰양꼬치


여전히 굶주린 우리는 주변 백화점을 찾았다. 정확히 2000바퀴를 돌았지만 끌리는 것이 없었고, 결국 마지못해 한곳을 정해 입장했다. ‘牛蛙’라는 단어가 들어간 간판의 식당이었다. 오랑우탄도, 나도 모르는 단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牛’는 ‘소’니까 못 해도 소고기가 들어간 어떤 요리를 파는 집이겠거니 했다. 직원이 내어준 식전 차를 마시며 찬찬히 메뉴판을 둘러보았다. 잠시 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개구리 파는 데 같은데?”


아뿔싸, ‘牛蛙’는 소고기 어쩌고가 아니라 개구리였던 것이었다. 우리에겐 이제 와서 매장을 다시 나갈 뻔뻔함도 없었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이참에 개구리 요리도 한번 먹어보기는 개뿔 그냥 닭튀김이랑 쑤안차이위 시킴. 아까운 한 끼가 이렇게 날아가는구나 싶었지만 궁금했던 쑤안차이위를 먹어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만도 않았다. 1순위로 골랐던 음식만 먹었다면 앞으로도 한참은 먹어 볼 기회가 없지 않았을까(참고로 쑤안차이위는 맛있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오랑우탄이 한국에 놓고 온 바지의 대체품을 사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었다. ZARA, H&M, 무인양품을 전전하며 가성비 제품을 찾아냈고, 미니소를 두 군데나 돌아다니며 커플 장갑도 구입했다. 한국에서도 잘 안 하는 오프라인 쇼핑을 언제, 그것도 중국에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해보겠냐며. 이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라면 경험이었다.


그 와중에 반년 만에 마주한 동방명주는 여전히 삐까번쩍했고(개인적으론 가까이 갈수록 사람이 많아져 멀찍이 보는 게 더 예쁘다).


비록 효율충이고 싶었던 바람은 무참히 날아갔지만, 계획대로 안 된다 한들 여행은 여행이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자체로 좋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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