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 떠나기로 결심하다
살면서 처음 나가보는 해외가 중국이라는 사실이 나에겐 꽤 의미가 있었다.
“중국에서 유학하셨어요? 그럼 중국어 한번 들려주실 수 있나요?”
“@#$%^&*@#$%^&*!”
“와, 정말 잘하세요. 중국인 같아요!”
바야흐로 코코넛과 오랑우탄의 소개팅 자리였던 어느 초밥집.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외계어 같은 중국어를 쏼라쏼라 뽐내주었고, 선명히 뇌리에 박힌 그날의 기억은 종종 우리의 안줏거리가 되곤 했다.
오랑우탄과 만나게 되면서 이후로도 간간이 중국 생활에 대해 들을 수 있었지만, 나에겐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을 뿐이다. 당시 여권도 없던 내가 직접 그곳에 갈 거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다. 근데 이제 ‘여행하기 그 까다롭다는 중국을? 내가? 어휴, 귀찮으니까 상상도 말자’하는 느낌으로.
그동안 해외에 가고 싶은 마음이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한때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 정착해 사는 것이 꿈이었던 적도 있다. 비록 허무맹랑한 망상에 가까웠지만.
그저 20대에 길고 긴 히키코모리 생활을 거쳐, 뒤늦게 현실을 맞닥뜨리고 보니 ‘이 나이까지 한 번도 대한민국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을 뿐이다.
함께한 지 2년 즈음 되었을 때, 첫 해외여행을 계획하면서 후보로 둔 나라는 대만과 중국이었다. 중화권 국가라는 이유 반, 드라마 <상견니>와 <겨우, 서른>의 영향 반이었다.
중국은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오랑우탄이 유학 시절 기억을 더 까먹기 전 중국에 가자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그렇게 나의 첫 해외는 그가 몸담았던 중국, 그중에서도 상해가 되었다.
원래 뭐든 처음이 제일 의미가 있지 않은가. 라고 애써 말을 갖다 붙여본다.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예약한 후, 우리는 유튜브에서 거의 모든 상해 여행 브이로그를 섭렵했다. 보다 보니 다들 약속한 듯 공통으로 가는 관광지와 식당들이 있었다.
우리는 중국 짬바(?)가 있는 오랑우탄을 앞세워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 느낌으로 가보자고 다짐했다. 근데 이제 여기는 ‘그래도 맛있어 보이니까’ 집어넣고, 여기도 ‘상해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니까’ 넣고 하다 보니 누가 봐도 관광객 루트 완성이요.
예약과 출국 날짜 사이 텀으로 중국에 간다는 사실을 잊고 지낼 즘, 시간은 무섭게 흘러 여름 휴가가 되었다.
날짜별 코디, 양산, 여행용 티슈, 각종 결제수단, 가이드(오랑우탄) 등 뭐 하나 빠진 것 없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우리는 호기롭게 출국했다.
극악 더위를 지닌 8월의 상해는 우리를 반기지 않았고, 나는 입국하자마자 골골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