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필기시험과 학원 등록
나의 운전면허 도전 일대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나는 어떤 계기였는지 한 번도 관심 두지 않았던 운전면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공부하면 욕먹는다는 필기를 3일 동안 열심히 공부해 합격했다. 고득점이라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후 기능시험 대비 학원을 알아보던 중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고, 돌아와서는 의도치 않게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그사이 잊혀진 나의 필기 합격은 저 멀리 사라졌다. 참고로 필기시험의 유효기간은 1년이다.
그리고 3년 뒤, 이번엔 진정 운전의 필요성을 느껴서였다. 이전과 달리, 직장인이었던 나는 평일에만 열리는 인천운전면허시험장의 필기시험을 보러 가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여차저차 시간을 빼 시험장에 갔고, 시험 직전 친 어플 모의고사에서 50점대가 뜨자 아른거리는 회사 사람들을 생각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다행히 합격이었다. 오랑우탄은 본인 주변에서 ‘필기를 두 번 합격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게 올해 5월 말이었다.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한 건 여름 휴가로 중국에 다녀온 직후인 8월 초다.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는데, 학원이 다 집과 멀리 있어 셔틀을 운영하는 곳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 갔던 학원은 흡사 다 쓰러져가는 폐가 같았다.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아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두 번째로 간 곳도 그다지 시설이 좋진 않았지만 무난한 느낌에 등록을 결정했다. 다행히(?) 그사이 백수가 된 나는 자유롭게 교육 시간 잡을 수 있었고, 필기시험 합격 여부와 별개로 필수로 들어야 하는 학과교육 3시간과 기능교육, 기능시험까지 예약하고 돌아왔다.
셔틀은 교육 두 시간 전에 직접 전화로 예약을 잡아야 했는데, 기사님이 연세가 있으신 편이라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학과 교육실로 들어서자마자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강사님은 열정적이며 심상치 않은 발음의 소유자였다. 고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게다가 아침부터 컨디션이 영 별로다 싶더니 2교시 즈음부터 콧물이 나기 시작했고, 집에 돌아왔을 땐 지독한 감기 기운이 몸을 지배했다. 그렇게 기능교육 전까지 나는 집에서 빌빌댔다.
기능교육 당일이 되어서야 살짝쿵 위기의식이 고개를 내밀었다. 학원에서 받은 교재는 여전히 학과교육 날 들고 간 가방에 방치된 채였다. 부랴부랴 유튜브로 관련 영상을 찾아보았다. 어깨선을 연석에 맞추라는 등 당최 알 수 없는 설명이 난무했다. 연석이 뭔데요. 영상을 껐다. 나는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가는 것이다. 대기실에 앉아있자니 곧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에 긴장이 몰려왔다. 난 시동 거는 방법도 모르는데 이거… 맞아?
“코코넛 님, 나오세요.”
전장에 나갈 시간이었다. 나는 시속 5km로 달리는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 진심으로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