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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벅우니 Jun 11. 2019

새로운 만남, 여행의 묘미

03. 임존성의 두 남자


봉수산 임존성에서


새로운 만남, 여행의 묘미

03. 임존성의 두 남자


임존성, 백제시대에 지어진 산성이다. 예산군 대흥면에 위치하며 그 둘레만 2.8km이다. 바깥벽은 돌로 쌓고 안은 흙으로 채운 '내탁법'으로 축조됐다. 백제의 수도였던 공주와 부여를 지키는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백제가 멸망한 뒤 부흥군의 근거지로써 신라군과 끝까지 맞서 싸우다 함락된 백제의 아픔이 서려있는 봉수산의 산성이다. 


예산군 동산리의 한 시골마을에서 임존성 탐방이 시작됐다. 생각보다 경사진 마을길, 탐방로가 시작되는 대련사 앞까지 걷는데도 얼굴에 땀이 맺힌다. 대련사는 그 규모는 작지만 656년 백제시대에 창건된 고찰이다. 사찰 경내에는 충청남도 문화재로 지정된 '극락전'과 '삼층석탑'이 보존돼있다.


수풀이 우거진 산길을 20분 정도 오르니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 이른 시간, 낯선 산에 올랐던 터라 조금 무섭기도 했는데 이제 한숨이 놓인다. 언덕 너머로 길게 펼쳐질 임존성을 상상하며 시원한 물 한 모금과 초코바를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다시 차근차근 언덕에 오르니 봉수산 능선길을 따라 임존성이 눈에 들어온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성 길, 비록 복원된 모습이지만 백제의 숨결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산 너머로는 홍성군 일대가 내려다 보였는데 앞으로 펼쳐질 전경이 기대됐다. 그렇게 이슬 맺힌 산성길의 중간쯤 갔을까,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린다. 


"어이구!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젊은 친구가 어디서 왔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왔습니다."


이렇게 임존성에서 두 남자가 만났다. 예산 현지인은 젊은 사람이 임존성을 찾은 게 기특하다며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봉수산에 오르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예산의 문화와 역사, 여행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내뱉었다. 30년이 넘는 나이차에도 서로의 관심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금세 친해질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세대 차이'라는 거대한 장벽이 허물어진 순간이다. 그렇게 20분쯤 얘기를 나눴을까, 현지인이 먼저 길을 나서며 사진 찍고 천천히 올라오란다. 그저 흔한 인사말이겠거니 했는데 임존성을 지나 봉수산 정상 부근에서 다시 현지인을 만났다. 이렇게 헤어지는 게 아쉬워 나를 기다렸단다. 그는 시원한 냉커피를 손에 쥐여주며 다시 말을 건넸다. 


"사회생활도 중요하죠. 하지만 이렇게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누비며 여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해요. 그렇게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우리 역사도 자연스레 알게 되잖아요? 그게 생각보다 귀중한 거랍니다. 제가 예산에서 30년을 넘게 살았는데 아직 예산을 다 알지 못해요. 그만큼 세상을 넓고 배울게 많죠. 시간 날 때 여행을 많이 다니세요."


연륜에서 묻어나는 경험담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겐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었다. 예산 현지인은 말하고, 서울 외지인은 계속해서 듣는 구도가 형성됐다. 그래도 지루하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그는 예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항상 무언가 도전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문화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나에게 자랑한다. 여행객들에게 지역 문화해설을 하는 게 요즘 큰 재미란다. 그는 본인의 인생에서 도전과 행복을 계속해서 찾는듯했다. 멋진 어른이고 유쾌한 어른이었다. 그렇게 대화는 40분간 지속됐고 제시간에 버스를 타지 못해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이런 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임존성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산했다.



임존성에 가기 위해선 예산군 동산리의 한 마을을 지나야 한다.
마을 초입, 경사진 길이 계속해서 나온다.
봉수산 임존성은 '내포문화숲길' 12코스에 포함되며, 총길이 12.1km, 약 6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대련사 극락전의 모습, 극락전은 충청남도 문화재에 지정됐다.
고즈넉한 사찰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곳.
대련사에서 임존성까지는 약 20~30분 정도 소요된다.
이 언덕에 오르면 백제의 산성이 나온다.
길게 이어진 산성 길
천천히, 차근차근 걸어본다.
봉수산 주변으로 산이 굉장히 많았다.
성내 식수로 사용됐던 '우물지'의 모습
솔솔 불어오는 산바람, 청량감이 남다르다.
예산 현지인과 함께 걸었던 임존성
봉수산 정상으로 가는 길, 홍성군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그 반대편으로는 예산군 예당저수지와 소박한 마을 풍경이 눈에 보인다.
홍성과 예산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봉수산의 탁 트인 전망,  임존성이 이곳에 축조된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해발 483.9m 봉수산 정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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