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홍성, 청양을 지나 부여까지
예산 여정을 마치고 홍성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여행 3일 차, 첫 일정은 부여에 위치한 무량사였는데 다음 일정으로 성흥산과 궁남지가 남아있어 시간관리가 중요했다. 홍성에서 최단 시간에 무량사 가는 법을 찾아야 했다. 무량사가 있는 부여군 외산면은 보령시와 청양군이 만나는 접점에 있어 3개 시군의 시내버스가 외산을 지난다. 하지만 보령은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았고, 부여 시내를 지나 무량사까지 가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렇게 남은 건 청양군 뿐, 다행히 홍성과 거리도 가깝고 무량사행 버스도 청양 도착시간과 얼추 맞아떨어졌다.
제시간에 맞춰 청양 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는 카운티라 불리는 미니버스가 오고 갔는데 모두 시내버스로 운행됐다. 카운티를 버스로 이용하려 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시간은 어느덧 오전 8시, 외산행 버스에 오른다. 사람들로 가득 찬 버스는 금세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도로에 들어선다. 다른 자동차만큼이나 빠른 버스의 속도에 움찔움찔했다. 오늘의 날씨는 맑음, 따스한 볕을 받으며 외산 종점에 도착했다. 시간은 30분쯤 걸렸으니 생각보다 빠른 도착이었다. 이제 외산에서 무량사까지 약 1.6km의 거리는 부지런한 두발이 담당한다. 도로 위를 걷지만 지나는 차가 없는 한적한 시골길, 가로수 사이로 보이는 소박한 마을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졸졸 실개천을 따라 무량사에 도착했다. 만수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무량사는 신라시대에 창건한 고찰답게 운치 있는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천왕문 앞까지 이어진 만수산의 푸른 나무 그늘은 느긋한 분위기를 더한다. 하나의 작품처럼 가지 내린 소나무와 느티나무 아래로 2층 건축물인 극락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와 크기에 있어 일반 전각과 차이를 보이니 보는 모습에서 위엄이 느껴졌다. 무한함을 나타내는 '무량'과 아무 걱정 없는 세상 '극락'이 만났으니 극락전은 무량사에 걸맞은 본전이었다. 극락전 앞으로는 보물에 지정된 '오층 석탑'과 '석등'이 자리했고 우화궁 사잇길에 오르니 무량사에서 생을 마감한 설잠 스님, 매월당 김시습의 초상화를 모신 '영장각'의 모습이 드러난다. 절로 경건해지는 발걸음, 종교는 없지만 가벼운 참배를 올린다. 시간은 어느덧 오전 10시, 고요함으로 가득한 사찰 경내에 목탁소리를 시작으로 스님의 의식행사가 시작된다. 한없이 맑게 퍼지는 소리와 함께 가벼운 산책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