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내준 왕좌, 인도가 가져갔다

by 전략가 김재훈

숫자 하나가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다.


2023년, UN인구기금은 인도의 인구가 14억 2,860만 명으로 중국의 14억 2,57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오차 범위가 아니다. 역전이다.


나는 이 뉴스를 보며 방갈로르의 아침을 떠올렸다. 새벽 5시, 아직 해가 뜨기 전인데 거리는 이미 사람으로 가득 찼다. 도시락을 머리에 이고 걷는 아주머니, 릭샤를 몰며 하품하는 청년, 사원 앞에서 향을 피우는 노인. 그 장면이 인도의 14억이었다. 살아있고, 움직이고, 끝없이 증식하는.



수백 년 만의 역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5세기 이후 세계 인구 1위를 유지해온 중국이 이 자리를 내줬다. 1,500년이 넘는 기간이다. 단순한 통계의 교차가 아니다. 문명사적 전환이다. 중국은 왜 내줬는가. 스스로 잘랐기 때문이다. 1979년 도입해 2015년까지 시행된 '한 자녀 정책'의 후폭풍은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함정으로 되돌아왔다.


인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이 부른 결과였다. 유엔경제사회처(DESA)는 중국 인구가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10억 명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도는 그 반대였다. 인구를 통제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데 그 실패가 지금의 자산이 됐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인구가 많으면 가난하다는 공식이다. 방글라데시를 떠올리고,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인도도 그 맥락 안에서 읽힌다.


틀렸다.


인도의 평균 연령은 28.4세로 아시아에서 가장 젊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평균 연령 38.4세보다 10년이나 젊다. 숫자가 아니라 구조가 다르다는 뜻이다.


인구 증가율이 감소하는 동안 이른바 '인구배당'이 발생한다. 중국의 경제적 기적은 부분적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부양비율이 가파르게 떨어진 데 힘입은 것이었다. 그 사이클을 중국은 이미 지났고, 인도는 지금 막 진입했다. OECD에 따르면 2021년 인도의 경제활동인구는 9억 명을 넘어섰으며, 2030년에는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억 명이 일하는 나라. 그 나라가 지금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됐다.



내가 인도에서 배운 것


델리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나는 인도 학생들에게 자주 물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살 수 있냐"고.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우리는 적응하는 데 익숙해."


그게 인도의 내성(耐性)이다. 혼돈을 시스템으로 바꾸는 능력. 14억이 만들어내는 소음 속에서 질서를 찾아내는 감각. 그건 어떤 GDP 수치로도 계량되지 않는다.

IMF는 인도 GDP가 2027년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나는 그 전망보다 방갈로르 새벽 거리가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숫자는 결과지만, 거리의 사람들은 원인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인도를 '포스트 차이나'로 부른다. 생산기지, 소비시장, 지정학적 균형추. 그 모든 역할을 인도에 투사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는 그 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인도는 진영을 택하지 않는다.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러시아산 석유를 산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권위주의적 거버넌스를 실험한다. 서방이 원하는 인도가 아니라, 인도가 원하는 인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14억 4천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방향이 어디인지, 세계는 아직 잘 모른다. 나도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그들은 누군가의 기대에 맞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게 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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