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부모들이 목숨 걸고 공부시키는 이유

내가 현장에서 목격한 교육열의 실체

by 전략가 김재훈

벵갈루루에서 살던 첫 해, 나는 이웃집 인도 부부와 가끔 저녁을 먹었다.

두 사람 모두 IT 회사를 다니는 맞벌이였다. 합산 연봉이 우리나라 기준으로 중산층 수준은 됐다. 그런데 어느 날 대화 중에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 과외비로 월 소득의 35%를 쓴다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인도에서 좋은 대학을 못 가면, 평생이 달라집니다. 우리 세대가 그걸 알기 때문에 아이한테는 다르게 해주고 싶은 거예요."


그 말이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로 인도 교육 시장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코타, 입시 학원이 도시가 된 곳

인도 라자스탄 주에 코타(Kota)라는 도시가 있다. 인구 100만 명 남짓한 중소도시인데, 이 도시의 정체성은 단 하나다. IIT 입시 학원이다.


전국에서 학생들이 이 도시 하나로 모인다.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자취하며 공부하는 10대들이 수십만 명이다. 도시 전체가 독서실, 학원, 기숙사로 채워져 있다. 식당도 공부하기 좋게 1인용 칸막이가 기본이다.


IIT 입학시험(JEE)은 매년 120만 명이 응시한다. 합격자는 1만 6천 명. 합격률 1.3%다. 이 경쟁을 뚫기 위해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코타로 간다.


나는 코타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다. 학원 건물 앞에 새벽 6시부터 줄 선 학생들을 봤다. 그들의 눈빛이 지금도 기억난다. 긴장이 아니라 각오였다.


14억의 교육열이 만드는 시장

인도 교육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1,800억 달러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런데 이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학생 수다.


인도의 학령인구는 약 2억 9천만 명이다.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다. 이 숫자가 만드는 수요는 어떤 교육 콘텐츠도 흡수할 수 있는 크기다.


더 중요한 변화는 스마트폰이다. 인터넷 보급과 함께 에듀테크 시장이 폭발했다. 바이주스(Byju's)는 전 세계 에듀테크 기업 중 한때 기업가치 1위를 기록했다. 우나아카데미(Unacademy)도 수억 달러 투자를 받았다. 이 기업들이 증명한 것은 하나다. 인도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게 세 가지 기회

첫째, 에듀테크다. 인도 학생들은 이미 온라인 학습에 익숙하다. 수학, 과학 중심의 한국 콘텐츠는 인도 입시 수요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문제는 현지화다. 힌디어와 영어를 동시에 지원하고, 인도 교육과정에 맞춘 콘텐츠여야 한다.


둘째, 한국어·K-콘텐츠 교육이다. K-드라마와 K-팝 열풍으로 한국어 학습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인도 대학교에 한국학과가 생기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가 매년 늘고 있다. 이 수요를 잡는 플랫폼이 아직 부족하다.


셋째, 직업훈련과 기술교육이다. 인도 정부는 '스킬 인디아' 프로그램을 통해 수억 명의 직업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조업, IT, 서비스업 분야의 실무 교육 콘텐츠에 대한 정부 조달 수요가 크다. 한국의 직업교육 노하우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인도 교육 시장에서 내가 배운 것

인도 교육열의 뿌리는 단순한 출세욕이 아니다. 계층 이동에 대한 간절함이다. 좋은 대학이 인생을 바꾼다는 믿음이, 수십 년간 실제로 증명되어 왔기 때문에 이 열기는 쉽게 식지 않는다. 그 간절함이 만드는 시장은 불황에도 줄지 않는다. 인도 가정이 가장 마지막까지 지키는 지출 항목이 교육비다.


인도 5년을 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인도 교육 시장은 단순히 크기만 한 게 아니다. 가장 포기하기 어려운 소비가 모여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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