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방갈로르에 도착했을 때, 도시 한복판에 대형 쇼핑몰이 한창 올라가고 있었다. 완공이 한참 남은 건물 앞을 지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이 넓은 공간을 채울 소비자가 인도에 있을까.
3년 뒤 그 쇼핑몰 앞을 다시 지나갔다. 주차장은 꽉 차 있었고, 안에는 사람들이 넘쳤다. 프리미엄 화장품 매장에 줄이 서 있었고, 푸드코트는 자리가 없었다. 인도 중산층은 내가 의심하는 동안 이미 거기 도착해 있었다.
3억이라는 숫자의 무게
인도 중산층 규모를 두고 다양한 추산이 있지만, 대략 3억 명 수준으로 본다. 이 숫자가 주는 착각이 있다. 3억이면 한국 인구의 여섯 배다. 그런데 인도 전체 인구의 22%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 중산층에 진입하지 못한 10억 명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인도 가계 소비 규모는 약 2.1조 달러다. 2031년까지 5.2조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안에 두 배 반이다. 이 성장의 중심에 중산층이 있다.
그들이 돈을 쓰는 세가지 영역
첫째, 프리미엄 뷰티와 패션이다. 인도 중산층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는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다. K뷰티가 인도에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중저가 제품이 아니라 스킨케어와 기능성 화장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SPA 브랜드와 인도 토종 프리미엄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
둘째, 외식과 간편식이다. 도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면서 집에서 조리하는 시간이 줄었다. 배달 앱 Swiggy와 Zomato의 성장이 이를 방증한다. 인스턴트 식품과 외식 수요는 도시를 중심으로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셋째, 디지털 서비스다. OTT, 교육 앱, 핀테크. 스마트폰 하나로 소비가 완결되는 구조가 인도에서도 자리잡고 있다. 저렴한 데이터 요금이 이 전환을 가속했다.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인도 OTT 구독료가 중산층 가정의 일상이 됐다.
지금 들어가는 것과 나중에 들어가는 건 다른 게임이다 인도 시장을 두고 "아직 이르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인프라가 부족하고, 규제가 복잡하고,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2016년에 그 쇼핑몰 앞에서 내가 했던 생각도 비슷했다. 소비자가 있을까. 그리고 3년 후에 확인했다. 이미 있었다. 시장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면, 그때는 이미 누군가 먼저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