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갈로르에서 살던 시절, 인도 친구들과 밥을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스마트폰이 식탁 위에 올라왔다. 주식 앱이었다. Zerodha, Groww. 한국의 MTS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엔 신기했다. 나중엔 당연하게 느껴졌다. 인도 증시는 그렇게, 내가 거기 살던 동안에도 조용히 커지고 있었다.
세계 4위가 된 시장
인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4.4조 달러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 증시 시가총액이 약 1.8조 달러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NSE(국립증권거래소)는 파생상품 거래 계약 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거래소다. 단순히 크기만 커진 게 아니라, 구조도 정교해졌다.
글로벌 자금이 인도를 선택하는 이유
세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성장률이다. 인도는 주요 경제국 중 가장 빠른 6%대 GDP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에 자본이 몰리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둘째, China+1 전략이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에 집중됐던 글로벌 자본이 대안을 찾고 있다. 인도는 그 대안 중에서 가장 유력한 선택지다. 인구, 내수, 민주주의 시스템, 영어 인프라까지 갖췄다.
셋째, 내수 투자자의 성장이다. NSE에 등록된 개인 투자자 수는 1억 1천만 명을 넘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로 매도해도 인도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내는 구조다. 실제로 외국인이 역대 최대 순매도를 기록한 달에도 인도 증시는 하락폭이 제한적이었다.
리스크도 있다
낙관만 해선 안 된다.
루피 약세가 지속되면 외화 기준 수익률이 깎인다. 인도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과거 대비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어 조정 가능성도 있다. 지정학 리스크도 변수다. 인도-파키스탄 긴장,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가 외국인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단기 변동성은 있다. 그러나 인도 증시를 향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은 구조적이다. 인구 구조, 성장 속도, 내수 깊이. 이 세 가지가 바뀌지 않는 한 방향은 같다. 인도 주식시장은 아직 완성된 시장이 아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