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싸다, 그 말이 절반만 맞는 이유

by 전략가 김재훈

방갈로르에 처음 도착해서 집을 구하러 다녔을 때, 부동산 중개인이 보여준 첫 번째 아파트의 월세가 150만 원이었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코라망갈라 지역의 방 두 개짜리 아파트였다.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 전날 길거리에서 마신 짜이 한 잔은 5루피였다. 당시 환율로 80원 정도. 인도는 싸다고 들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두 개의 물가가 공존한다

인도 물가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이것이다. 인도에는 두 개의 가격 체계가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현지인의 세계다. 길거리 음식, 현지 식당, 오토릭샤, 버스, 현지 마트. 이 세계의 물가는 정말 싸다. 서울에서 커피 한 잔 값으로 방갈로르에서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다. 이 세계만 보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낮은 나라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외국인의 세계다. 외국인이 사는 지역의 주거비, 국제학교 학비, 수입 가전제품, 글로벌 레스토랑, 외국 브랜드 식품. 이 세계의 물가는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


비싼 이유가 있다

주거비가 비싼 이유는 수요 때문이다. 방갈로르, 뭄바이, 델리의 외국인 선호 지역은 인도 IT 종사자와 주재원 수요가 겹치면서 임대료가 빠르게 올랐다. 뭄바이 외국인 거주 지역의 월세는 2,000달러를 훌쩍 넘는다.


수입품이 비싼 이유는 관세다. 인도는 수입 관세가 높은 편이다. 한국에서 80만 원짜리 전자제품이 인도에서 120만 원에 팔리는 경우가 흔하다. 애플 제품, 독일 가전, 수입 식품 모두 마찬가지다.


국제학교 학비도 만만치 않다. 방갈로르 국제학교 연간 학비는 1,500만 원에서 3,000만 원 수준이다. 아이를 동반한 주재원 가족에게 인도 생활비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러나 활용하면 이점이 있다

현지 방식에 적응할수록 생활비는 급격히 낮아진다. 현지 식당 이용, 대중교통 활용, 가사도우미 고용은 서울 대비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인도에서 오래 산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있다. 처음 6개월은 비싸게 살고, 적응하면서 비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도 물가는 싸냐 비싸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사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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