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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May 01. 2024

인도에서 대박난 한국음식

인도는 지금 한류에 빠져있다

인도에 있으면서 가장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인도인들이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좋아해 주는 순간들이다. 가끔 이런 일이 있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매일 이런 일이 일어나다 보니 한국인임이 너무 자랑스럽고 마치 내가 BTS의 또 다른 멤버가 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행동에 신경이 쓰인다. 물론, 아내는 이런 나를 보고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야?"라고 웃곤 한다.


한국스러운 것이 바로 세계적인 것이다




인도인들은 기본적으로 외국인들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에는 한국인들을 좋아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것이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사람이라는 것 자체로 많은 배려와 혜택을 인도에서 누리고 있다.


한식을 팔아볼까?


집 주변의 유명한 클럽에서 음식 이벤트를 기획했다. 지역의 식당들을 포함해서 일반사람들도 가판대를 신청하면 행사 당일 음식을 팔 수 있는 이벤트였다. 우연히 이벤트 포스터를 보고 아내에게 가볍게 한마디 던졌다.

"우리 한국음식 팔아볼까?"

아내의 대답은 참으로 의외였다.

"그래! 진짜 해보자. 인도인들이 한국음식에 관심이 있는지 너무 궁금해"


5000루피를 투자하다


5000루피는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약 8만 원에 해당한다. 하루동안 음식을 팔 수 있는 가판대를 이용하고, 전기소켓 1구와 가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처음에는 그리 크지 않은 돈이라는 생각에 선뜻 신청을 하고 입금을 했다. 하지만, 입금 후에 걱정이 물밀처럼 몰려왔다.

"인도애들이 진짜 한식을 사 먹을까? 우린 전문 경영인도 아닌데?"


메뉴결정하기


행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잘하고 싶은 마음과 가볍게 하자는 마음이 수시로 교차했다. 물론 처음으로 한식을 누군가에게 팔아보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하다가도 이왕 계획하고 준비하는 거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어떤 메뉴를 할 것인지 먼저 고민했다. 한국음식이면서도 우리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메뉴이어야 했다. 인도에서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팔기에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하고 닭고기를 이용한 요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외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손에 꼽는 양념통닭을 최종 메뉴로 결정하였다. 양념통닭으로 결정하기까지 나는 이상하게 내가 좋아하는 매운 치킨으로 결정하려는 모습을 나도 모르게 보였다. 하지만, 아내의 조언으로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닌 고객들이 좋아할 메뉴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정말 아무나 음식사업을 하는 게 아니구나'를 느꼈다. 만약 매운 치킨을 메뉴로 결정했다면.. 지금 이 글을 신나게 쓸 수 있을까?


최종적으로 양념통닭, 그리고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를 활용한 김치전으로 정했다. 논베지(Non-veg)를 위한 양념통닭, 베지(Veg)를 위한 김치전이다. 양념통닭에는 치킨무를, 김치전에는 양파피클을 곁들였다.

 

양념통닭(좌), 후라이드 치킨(우) 그리고 치킨무
김치전와 양파피클




한식 가판대(Korean Food Stall)


행사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클럽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직원들과 함께 각자의 가판대를 꾸미고 세팅하고 있었다. 우리는 나와 아내, 그리고 딸 해도 이렇게 3명이었다. 우리가 전부 해야만 했다. 나는 힘을 쓰고 글을 써서 가판대를 꾸몄다. 아내는 아이를 앉고 음식 준비와 세팅을 했다.


양념치킨은 500루피(한화 8000원), 김치전은 350루피(한화 5000) 원으로 결정하고 샘플메뉴와 함께 비치했다.


돈을 얼마나 받아야 해?


메뉴 선정보다 결정하기 더 어렵고 까다로웠던 부분은 바로 가격이다. 아무리 맛있고 경쟁력이 있어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으면 사람들이 사 먹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너무 가격을 싸게 해 버리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 경험으로 해본다지만, 최소한 본전 이상은 벌어야 할 것 아닌가?


치킨가격을 정하기까지 나만의 논리


행사에 오는 인도인들은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많다. 이 중산층 인도인들은 돈이 많다. 우리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한식을 접해본 적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식을 접한다면 분명히 사 먹을 의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로 해야 하는가? 1000루피(한화 16,000원)로 팔면 사 먹을까? 4자리 수 가격으로 가면 사 먹지 않을 것이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도의 가장 큰 화폐단위인 500루피로 한다면 한 접시를 사 먹으면서 지폐 한 장을 내면 된다.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싸다고도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500루피의 메뉴를 팔면서 음식의 양을 줄이는 것이 좋다. 주변 식당들의 메뉴를 고려했을 때 500루피는 가장 비싼 메뉴이다. 하지만 한식 프리미엄이 적용되는 이곳에서 가장 비싸지 않으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가 없다. 현금으로만 판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금액대를 세부적으로 나눌 수 없다. 심플하게 가야 한다. 우리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거스름돈을 건네주는 행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500루피 지폐 한 장으로 팔아야 한다.


그래! 양념치킨 가격은 500루피로 하자!





최고의 가판대로 선정되다


우리의 가판대는 오픈을 하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계산했을 때 양념치킨 30그릇과 김치전 20그릇을 팔 수 있는 음식양이었다. 계획하지 않았던 대기번호까지 만들어서 대기 순번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전기 소켓이 1개뿐이어서 그 소켓에 연결한 인덕션으로 미리 튀겨놓은 치킨을 한번 더 튀기고, 양념까지 버무리는데 약 20분이 소요가 되었다. 김치전이 주문으로 들어오면 김치전을 하는 동안에는 치킨을 준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음식을 주문받고 서빙까지 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김치전을 전날 미리 부쳐놓지 않았다면 아무래도 김치전은 아예 판매를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져서일까?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역시나 인도 중산층 사람들은 지갑에서 500루피짜리 지폐를 쉽게 꺼내었다. 그리고 한식을 사 먹었다. 심지어 거스름돈을 안 받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맛있다는 이유로 말이다.


감사하게도 사람들은 우리가 아기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을 충분히 배려해 주었다.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아기와 놀아주는 사람들도 있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간혹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이 넘는 경우에도 끝까지 기다려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꼭 음식에 대한 좋은 후기도 남겨주었다. 어떤 인도인은 한국에서 먹던 양념통닭보다 더 맛있다는 말도 해주었다. 너무 기분이 좋고 힘이 났다.


음식을 판매한 지 2시간 남짓 지나서 모든 재료가 소진되었다. 2시간 동안 치킨을 튀기고, 접시에 담고, 치킨무를 담아 정신없이 서빙을 했다. 30그릇이 다 팔린 건이다. 다 팔렸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우리 가판대를 찾아왔다. 치킨을 더 맛 보여줄 수 없음이 너무 아쉬웠던 순간이다. 그리고 클럽 CEO가 찾아왔다. 단 2시간 만에 완판 한 최고의 가판대로 선정되었다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한식의 힘을 느꼈다.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인도인들의 입맛을 우리 양념통닭과 김치전으로 사로잡은 것이다. 이들에게 일식은 이미 고급음식으로 이미지화가 되어 있다. 한식은 아직까지는 특정 이미지로 떠올려질 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한국이 선진국이고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한국음식에 대해서 막연하게 비싸다는 인식은 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는 알게 되었다. 한식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인도라는 나라의 특성과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식문화를 고려한 철저한 사전분석이 전제로 되었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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