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손톱을 깎았나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누나, 이거 먹어."


욕심쟁이 지훈이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과자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어? 무슨 일이지? 저 욕심쟁이가?"


지훈이는 먹을 거에 욕심이 많거든요.

냉장고 문을 잠시도 그냥 못 둡니다.


포도 한 송이를 먹어도

한 알씩 떼어먹는 게 아니라

포도알을 한 손에 다 쓸어 모으듯이

뜯어먹어요.


딸기를 먹을 때는

씹지도 않고 입에 넣고 또 넣고

한꺼번에 다 집어넣어요.


지훈이의 손이 한 번만 지나가면

모든 과일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니까요.

잠시만 방심하면 내가 먹을 건 남지를 않아요.


그렇게 욕심 많은 지훈이가

나에게 먹을 것을 나눠줄 리가 없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먹으라는 소리를 다 하는 걸까요.


오늘따라 착한 동생처럼 말하기에

기분 좋게 과자를 받아먹으려던 나는

지훈이의 손톱을 보는 순간,

고개를 저었어요.


"싫어. 과자 안 먹을래."


지훈이의 기다란 손톱에는 때가 끼어 있었거든요.


어른들이 매니큐어를 바르기 위해서

예쁘게 다듬으면서 기른 손톱도 아니고요.

단지 손톱 깎는 게 너무 싫다면서

안 깎고 내버려 둔 손톱이라서

너무 지저분했어요.


나는 지훈이의 손톱을 볼 때마다

동화 속에서 나오는

마귀할멈의 손톱 같다고 생각했어요.

지훈이의 손톱 끝에 닿는 모든 것들이

좀비 병균으로 변할 것만 같아서

그 손톱이 너무너무 싫었어요.


요즘에 지훈이는 손톱을 안 깎으려고 해요.

엄마가 손톱 깎자는 말만 해도 지훈이는

요리조리 도망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손톱을 깎아주려고 하면

찡찡대면서 울고 난리를 치니

엄마도 일단은 좀 내버려 두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데요.

지훈이가 손톱을 안 깎으면서

나에게도 불편한 것들이 생겼어요.

어쩌다 한번 자기가 아끼는 먹을 것들을

착한 동생처럼 나눠주는데도,

지훈이의 손톱을 보는 순간

받아먹기가 싫어지거든요.


자기만 먹으려는 욕심쟁이였는데

왜 하필 손톱이 지저분할 때

내 생각까지 해주는 건지

차라리 원래처럼 하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니까요.


지훈이의 손톱이 싫은 또 다른 이유는

너무 길어버린 손톱이

나에게는 무서운 무기였어요.


지훈이는 누나인 나한테 이겨먹으려고

툭하면 싸움을 걸어왔어요.

하는 말마다 얼마나 얄미운지

완전 약 올리기 대장이라니까요.


우리는 화가 나면 머리끄덩이 잡고

싸울 때도 있었는데요.

같이 싸웠는데 나만 지훈이의 긴 손톱에

여기저기 긁혀서 아팠어요.


나는 신경질이 나서 엄마한테

지훈이 손톱을 깎아달라고 말했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말했어요.


"지금은 손톱 얘기만 나와도 울어서 안돼.

저러다 불편하면 마음이 바뀌겠지."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나는 결심했어요.

내가 저 얄미운 손톱을 반드시 깎아버리고 말 거라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지영아! 엄마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지훈이는 어디 갔어?"


"지훈이는 방에서 자고 있어.

깨더라도 싸우지 말고. 알았지?"


"응. 엄마 갔다 와."


엄마가 외출을 하시고 방에 가보니

정말로 지훈이가 자고 있었어요.


나는 바로 이때다 싶었죠.

서랍에서 손톱깎이를 꺼내서

지훈이에게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조심조심 지훈이의 엄지손톱부터 깎기 시작했죠.

살이라도 잘못 건드릴까 봐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오른손의 손톱을 다 깎을 때까지

지훈이가 깨지 않았어요.

되게 깊이 잠들었나 봐요.


나는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왼손의 손톱을 다 깎았어요.


"오예, 좋았어! 드디어 다 깎았다."


툭하면 나를 할퀴는

마귀할멈 같은 손톱이 얄미워서

깎아버리고 싶었던 건데,

막상 손톱을 깎아놓고 보니까

지훈이의 손이 깔끔해져서 보기도 좋았어요.


당분간은 나를 할퀴지도 않겠구나 생각하니

그것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나는 자꾸만 키득키득 웃음이 났죠.




"엉엉... 누가 내 손톱 깎았어?"

지훈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나는 지훈이에게 달려가 보았어요.

지훈이는 손톱이 짧아졌다면서 엉엉 울고

난리가 났어요.


나는 속으로 몰래 "쌤통이다"를 외쳤죠.

나는 겨우 손톱 때문에 우는 지훈이가

이해되지 않았어요.

지훈이가 울거나 말거나 나는 신나더라고요.


내가 방실방실 웃고 있으니까

엄마는 나를 쳐다보더니 웃으셨어요.


지훈이가 엄마한테 말했어요.

"엄마가 내 손톱 깎았어?"


"아니, 엄마는 마트에 갔다 왔는데?"


"그럼 누가 내 손톱 깎았어? 내 손톱... 엉엉"


"지훈아, 네가 손톱을 너무 안 깎으니까

요정님이 몰래 와서 깎아주고 가셨나 보다.

손톱 깎으니까 깨끗하고 얼마나 좋아.

지금 혹시 손톱이 아파?"


"아니, 안 아파."


"그럼 됐네. 아프지도 않은데 왜 울어?

거봐. 깎아도 안 아프다니까.

이제 안 아픈 거 확인했으니까 울음 뚝!"


"엄마! 누가 내 손톱을 깎았을까?"


"요정님이 몰래 다녀가신 거 같다니까.

감사하기도 하지. 엄마 속이 다 시원하네."


그 순간 엄마는 나를 쳐다보았어요.

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으셨어요.

엄마만 아는 그 요정님을

지훈이에게는 계속 비밀로 해주시겠죠?




지훈이가잠든사이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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