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앙~~~~
앙~~~~~~~
엉엉엉~~~~~~~~
선아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금 엄마한테 안나의 머리카락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안나는 금빛 머리카락이 아주 길고 예쁘던
선아의 인형입니다.
선아는 안나를 정말 좋아했어요.
"엉엉... 진짜야?
진짜... 머리가 안 자라?"
"선아야!
안나는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잖아.
인형은 살아 있는 게 아니라서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수가 없어."
"엉.. 엉... 어떡해.
안나... 머... 리... 어떡해."
선아는 방금 전까지 안나와 함께
미용실 놀이를 하고 있었답니다.
안나는 손님이고 선아는 원장님이었어요.
안나의 머리에 머리띠랑 왕관도 씌워주고
예쁜 머리핀도 꽂아주고
인형 고데기로 공주님 머리도 만들어주며
재밌게 놀고 있었지요.
"머리를 좀 자르고 싶은데요."
"네... 얼마나 잘라 드릴까요?"
"음... 여기까지요."
선아는 혼자서 손님 하랴 원장님 하랴
굉장히 바빴습니다.
손님이 "여기까지요"라고 말한 부분은
목까지 닿는 단발이었어요.
선아는 며칠 전에 미용실에 다녀왔어요.
머리를 자르는데 너무 궁금했었죠.
"나중에 다시 길어요?"
"그럼... 머리카락은 금방 또 길거든.
와... 아까도 귀여웠는데
머리 자르니까 더 귀여워졌네."
선아가 봐도 거울 속 자기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씩 한번 웃어보았죠.
그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머리카락은...
금방 또 긴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안나도 똑같이 예쁘게 잘라주고 싶었거든요.
왜냐하면 안나는,
선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니까요.
안나는 작년 생일에 처음 만난 친구였어요.
선아는 처음 안나를 만나던 날부터
안나가 너무너무 좋았어요.
늘 안나랑 함께 놀았죠.
목욕할 때도, 밥 먹을 때도, 동화책 읽을 때도
늘 안나랑 같이 했어요.
잠잘 때도 옆에 눕히고 같이 잤어요.
안나의 이름도 선아가 지어주었답니다.
선아는 미용실에서 봤었던 가위 생각을 하면서
색종이 자를 때 쓰는 가위를 들고 왔어요.
선아는 색종이도 잘 자르기 때문에
안나의 머리카락을 예쁘게 잘라줄 자신이 있었어요.
"손님, 움직이지 마세요. 예쁘게 잘라줄게요."
싹둑... 싹둑...
안나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갔어요.
어? 어? 그런데 좀 이상했어요.
색종이 자를 때는 쉬웠는데?
엄마가 잘 자른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었는데?
안나의 머리카락은 예쁘게 잘라지지가 않았어요.
자르고 보면 한쪽이 자꾸만 길어 보여서
이쪽을 자르고 저쪽을 자르고 계속 자르다 보니
안나의 예쁘던 머리가 삐죽삐죽 이상해졌어요.
분명히 선아의 머리처럼 잘라주려고 했었는데
미용실 거울에서 봤던 머리도 아니었고
화장실 거울에서 봤던 머리도 아니었고,
유치원 가기 전에 거울에서 보던 머리도 아니었어요.
너무 이상해서 자꾸 자르다 보니
어느새 안나의 머리는 너무 짧아져 있었어요.
"이게 뭐야. 이상해......
안나 머리 이상해.
엄마... 엄마... 엄마! 엉엉..."
엄마를 부르며 엉엉 우는 소리에
주방에 있던 엄마는 깜짝 놀라서
선아에게 달려왔어요.
"왜? 왜? 무슨 일인데?"
"엄마~~~~ 이거 봐."
"어머, 안나 머리가 왜 이래?
선야야! 네가 잘랐어?
이 가위로 자른 거야?"
선아에게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정신없이 달려온 엄마는 선아를 살펴본 후
선아가 다친 게 아니라는 사실에 일단 안심했어요.
엄마는 바닥에서
들쑥날쑥 잘라진 머리카락을 보며
이 상황을 짐작해 보기 시작했죠.
"선아야!
안나 머리카락은 왜 자른 거야?
미용실 놀이했던 거야?"
"응. 나랑 똑같이 잘라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됐어."
"아... 그랬구나!
안나도 선아처럼 잘라주고 싶었구나?
근데 선야야!
손 다쳤으면 어쩔뻔했어.
가위가 날카롭지 않아서 다행이네.
엄마가 깜짝 놀랐잖아."
"엄마! 근데...
안나 머리는 언제 다시 길어?"
"안나 머리?"
"응. 안나 머리가 미워져서 빨리 길면 좋겠어."
"선아야, 안나 머리카락은 이제 못 길러."
"왜? 머리는 다시 긴다고 했잖아."
"우리는 머리가 다시 길지.
그렇지만 안나는 사람이 아니니까
한 번 자르면 다시 길어질 수가 없어."
"안나 머리 이제 안 길어?
안나 이렇게 못생겨졌는데?
어떡해. 엉엉.... 어떡해..."
엄마는 또다시 우는 선아를
꼭 안고 달래주었지만
선아의 울음은 쉽게 그치질 않았어요.
울다가 울다가 선아는 잠이 들었답니다.
선아는 다음날 아침에 일찍 깼어요.
잠에서 깨자마자 안나의 머리부터 보았어요.
안나의 머리는 여전히 아주 짧았어요.
"엄마! 안나는 이제 겨울에 춥겠다.
머리가 짧아서."
"그러네. 춥겠네. 모자라도 씌워 줄까?
아니면 똑같이 생긴 인형으로 다시 하나 사줄까?"
"안나가 아니면 싫어.
엄마가 모자 만들어주면 안 돼?"
"그래. 선아가 유치원 다녀올 때까지
엄마가 모자 만들어 놓을게."
유치원에 다녀온 선아는 보았어요.
안나의 머리에 씌워진 빨간 모자를요.
뜨개질을 아주 잘하는 엄마가
안나의 모자를 일곱 개나 떠놓았답니다.
안나의 모자들은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이었어요.
"와... 모자 쓰니까 안나가 예뻐졌다."
"선아야, 모자 마음에 들어?"
"응... 엄마 최고야!"
선아는 빨간 모자부터 보라 모자까지
한 번씩 다 씌워주고는,
안나가 무지개 공주 같다고 생각했답니다.
선아는 빨간 모자를 씌운 안나를
품에 꼭 안고서 말했어요.
"안나야, 머리 미워지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네가 제일 예뻐."
그날 밤 선아는 꿈속에서 안나를 만났어요.
무지개 색깔의 모자를 번갈아 쓰면서
즐거워하던 안나는,
빨간 모자가 제일 마음에 든다고 말하며
선아를 향해 활짝 웃어주었답니다.
꿈속에서는 안나의 머리카락도
금빛으로 찰랑거리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