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구 일기 속의 나

10년 전 나는 어떻게 기록되었을까

by 고스란

오전 11시 14분.

얼마 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눈 첫 직장 동기인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네이버 밴드 정리하다가 일기장으로 쓰던 밴드에서 발견한 글이라며 보내주었다.



"이 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안 써두었는데 글을 읽고 나서 너와 헤어지고 쓴 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

"10년 전 일기네. 이름이 없는데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응, 지금 너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문장이 있거든."

"?"

"가끔은 남이 보는 내가 더 맞기도 하더라고. 너는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라고 알려주고 싶었어."






일기를 쓰지 않는 나는 2014년 1월에 어떤 일이 있었고 내 마음이 어떠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저 친구의 기록을 바탕으로 내 기억을 되짚어 볼 수밖에.

연도를 보고 아이의 나이를 손가락으로 세어 보았다.

그 해면 아이가 7살, 1월이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직장 이동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끌하여 집을 마련하고는 힘들다는 말도 못 하고 금욕생활을 하고 있었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맞아, 그땐 그랬지.

그 후로 10년, 내 삶의 굵은 점 몇 가지가 떠올랐다.

지우고 싶은 짙은 실패도 있었고 광내고 싶은 성과도 있었다.

친구의 표현을 빌어 구멍에 푹푹 빠지기도 했다.


지금이라고 돈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어려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간과 경험으로 빚어낸 나의 내면이 빈 틈을 매웠고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되어있다.


나의 애씀을 알아봐 주는 친구

그걸 기억하고 기록해 준 친구

여전히 가끔 안부를 묻는 친구

안녕을 기도하고 응원해 주는 친구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음에

코끝 찡하게 감사하다.






#작은 에피소드

글을 마쳤을 때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목도 살짝 메었다.

그 당시 친구 프로필 사진에 있던 꽃으로 대문을 꽉 채우고 싶었다.

사진을 찾으러 사이트에 가서는 검색창에서 손이 멈췄다.

눈앞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꽃의 이름이 생각이 날듯 말 듯 결국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 꽃을 설명하는 한 줄을 쳤더니 바로 찾아졌다.

오, 감사합니다.

저는 뭐라고 쳐서 찾았을까요?

뭐라고 쳐서 찾으시겠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