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중독에도 해독제가 있나요
브런치 작가를 신청한 지 어느덧 일주일이 되어가고 게재글도 4개가 되었다. 그동안 써놓았던 글을 업로드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발행'을 누르면 약속한 요일에 올려야 독자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알림글에 슬며시 취소를 누른다. 글 발간을 기다릴 독자 자체가 없음에도 너무나 순순히!!
(얼마 전 처음으로 구독자 1분이 생겼다. 정말 감사드려요~)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블로그는 사진을 잘 못 찍는 데다 자주 찍지 않아 운영이 어려울 듯하고, 인스타는 사진도 그렇지만 하다 보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거 같아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다. 퍼거슨, 메시, 유재석 등 유명 인사들이 입모아 SNS가 득 보다 실이 많다며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나의 선택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라이프가 그리 전시해 보일 것이 없게, 좋은 말로 아주 소박했다. 그래서 '좋아요'를 받기 위해 높은 절벽에서 매달린다던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신상 명품으로 휘감는다던가 하는 이들은 그저 나와는 '다른'유형의 사람들이었다. 얼마 전 우연히 블로그 피드에서 보았던 생뚱맞게 바닷가 돌 위에 올려진 딸기 생크림 케이크라던가 침대 위에 곱게 벗어진 명품 구두를 보았을 때 익숙한 사물에 대한 미시감보다는 그걸 그렇게 낯설게 연출하고 있었을 사람들의 열정이 사뭇 부러운 게 전부였다.
그런 내가 다른 형태의 SNS라 할 수 있는 브런치 연재를 하고 난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브런치에는 '라이킷'이라는 피드가 있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어찌 알고 이걸 눌러줬는지 신기하기만 했는데 새로고침 할 때마다 그 숫자가 바뀌는 것을 보고 잔잔한 희열감이 몰려왔다. 그렇다! 나는 '좋아요'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이다! 예전 에디터로 일했을 때 글쓰기란 그저 밥벌이였고 종국에는 '마감'시켜야 할 대상이었다. 미정의 독자들_대다수는 부록인 화장품을 얻기 위한_이 있었지만 즉각적이 피드백이 있지는 않았다. 이와 비교하면 '라이킷'은 얼마나 즉흥적이고 힘이 되는 피드백이란 말인가!
나에게 글쓰기는 마치 독백과도 같아 그냥 서랍에만 넣어두려고 했었다.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이력을 최대한 숨기고 주변 누구와도 브런치 주소를 공유하지 않았다.(물론 언니나 절친 정도에게 알려주고 응원으로 돈 좀 뜯어볼까 하는 궁리를 잠시... 음음) 그랬던 내가 이리 소소한 관심을 즐기게 되다니 나 알고 보니 관종이었던 거니?
박완서 선생님은 글쓰기를 '철저히 이기적인 나만의 일'이라고 하셨더랬다.
'맞아요 선생님. 그러니까 아주 '이기적'으로 라이킷 몇 개 좀 더 받게 딱 한 번만 제게 강림해 주시면 안 될까요?'
오늘도 나는 자기 직전까지 핸드폰 화면을 쓸어내리며 몇 번이나 새로고침 한다. 역시나 '라이킷' 수에 변화가 없다. 폰이 잘못됐나 싶어 탁탁 두 번 쳐 본다.
이렇게 관종은 하루하루 병들어 간다. 몹쓸 중독에는 약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