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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를 만나는 아이 Jan 13. 2024

포스트잇의 마법

첫 단추의 힘, 행복한 전교 1등

  집에 와서 책상에만 앉으면 세월아 네월아 시작을 못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단지 태평하고 느긋한 성격 때문일까요?

아직 공부할 의지가 없는 걸까요?


  잠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혹시 우리 아이가 몇 번만에 양말을 혼자 신을 수 있었을까요? 단추 끼우는 것은요? 답답한 마음에 한 번씩 대신해주고 싶다가도 첫 단추 끼우는 것을 계속 도와주면 그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선배맘들의 조언으로 혹시 꾹 참으셨나요?


  제가 갑자기 첫 단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서 첫 단추 끼우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참 많다는 것입니다.


  아니.. 혼자 영어, 수학을 이해하라는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 다 배워와서 책 펴고 그대로 복습만 하라는 것인데 첫 단추가 웬 말일까? 의문점이 드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혹시 헬스장에 한 번쯤 등록해 보신 분들은 공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의지를 발휘해서 헬스장에 가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하루는 자전거로 시작 조금, 다음 날은 철봉 가서 조금 (제가 헬알못이라 운동기구 이름을 잘 모르는 점 양해해 주세요), 또 다음 날은 걷는 기계에 가서 조금..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지칩니다. 시계를 보니 20분밖에 안 지났고.. 다시 지칩니다.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 같은데 말이죠. 가만히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한 가지 있습니다.


  하루 정해진 시간 동안 운동을 잘 마무리하는 사람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루틴이 있습니다. 우왕좌왕이 없죠. 우왕좌왕은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시작도 하기 전에 우리 뇌를 지치게 만듭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시작을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헬스장에 들어가서 우왕좌왕하는 것을 막아주는 첫 스텝이 필요하듯 책상에 앉아 우왕좌왕하는 눈과 손과 머리를 위한 첫 스텝이 필요합니다.


  첫 스텝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우 간단하지만 ‘의식적으로’ 반복해야 합니다.


1.  수업을 끝마치는 선생님의 반가운 멘트가 들린다.

2.  책을 덮기 전 잠시!!

3.  포스트잇을 꺼낸다.

4.  오늘 진도 범위의 처음에 ‘의식적으로’ 포스트잇을 한 장 붙이고,

5.  오늘 진도 범위의 마지막 부분에 ‘의식적으로’ 포스트잇을 붙인다.

6.  조금 더 시간 여유가 된다면 총 몇 장이 나갔는지 메모해 놓는 것도 좋다.

  자세하게 적고 싶은 마음에 6단계로 나눠 적었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수업이 끝나면, 책을 바로 덮지 말고,

처음과 끝에 포스트잇을 붙인다!

안 가져갔다면 책 귀퉁이를 접는다.

오늘 총 3장 진도가 나갔구나 인지한다.


  이는 학교, 학원, 과외, 인강 등 모든 수업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의식적으로’를 강조한 이유는 이 행동을 하는 이유가 ‘엄마가 하라고 했기 때문에, 아빠가 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하라고 했기 때문에’가 돼버리면 효과가 매우 적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어떠 효과가 있을까요?


  자기주도 학습의 시작은 학생 스스로 공부 범위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주로 부모님께서 공부범위를 표시해 주던 것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은 머릿속에 늘 추상적으로 공부 양이 떠있습니다. 오늘 양이 많다~ 적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엄마께서 어디까지 책을 접어 놓으셨는지 뒤적뒤적해 보는 것이 내가 오늘 공부하는 양을 아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정말 어찌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저학년 아이들에게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이 초등 고학년을 지나 중등부 심지어 고등부까지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첫 단추를 매일 끼워줘야 하는 힘듦은 물론이고, 그다음 그다음 단추들 역시 누군가의 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겠지요? 가능한 모든 잔소리가 총동원되어야 겨우 옷 한 벌을 다 입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중등부에 올라가면서부터 숙제는 알아서 하도록 믿고 맡기신 경우도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초등부 전체 기간 동안 부모님의 도움으로 숙제를 하다가 갑자기 자율성을 부여받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자녀분의 계획을 정말 열심히 세우고 정리하신 한 어머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 계획을 이렇게 세워놓지 않으면 제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지더라고요. 다른 엄마들은 이렇게까지 계획을 세우는 건 사서 고생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래야 뭔가 하루가 잘 흘러가요."


  네! 저는 이 말씀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획은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을 이끄는 사람에게만 ‘하루의 보람찬 완성’이라는 큰 선물을 줍니다. 비록 때로는 사서 고생, 시행착오, 비효율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머릿속이 명쾌해지는 기쁨과 보람 있는 하루를 많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 단추를 직접 끼워주지 않고 끝까지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아빠, 엄마이기에 가능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학생이 이미 꽤 고학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상에서 멍 때리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면(사실 마음속은 매우 우왕좌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기에 급해진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의 첫 단추 채우기를 함께 해 주세요. 사랑의 언어와 언제나 행복한 끝이 있었던 기다림으로 말이죠.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전교 1등 공부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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