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아일랜드는 뉴욕 허드슨강 위에 떠 있는 인공섬 공원이다.
2021년 개장 이후 "도시인의 영혼을 달래주는 피난처"로 불리며, 뉴욕 시민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도심 속 녹색 오아시스가 되었다. 정원을 가꾸고 있는 나로서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다. 이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하듯 뉴욕에 잠시 들른 딸이 다녀오자고 했다. 이건 무조건 콜!이다.
리틀 아일랜드는 맨해튼 웨스트사이드 55번 부두(Pier 55)에 자리한다. 놀랍게도 이곳은 국가나 뉴욕시가 조성한 공원이 아니다. 미디어 재벌인 억만장자 배리 딜러와 패션 디자이너인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부부의 기부로 지어진 공원이다. 무려 2,640억 원을 후원했고, 향후 20년 동안 공연 프로그램과 공원 유지관리 비용까지 부담한다고 한다.
이곳은 뉴욕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행복감을 선물하고 싶다는 부부의 오랜 꿈에서 시작되었다. 재산을 사유화하는 대신 그들이 사랑한 허드슨강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기로 한 선택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닐까 싶다. 부부의 꿈이 수백만 명의 쉼터가 된다는 것, 그 아름다운 연결이 감동이었다.
드디어 리틀 아일랜드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오래된 부두의 말뚝과 새 콘크리트 기둥들의 묘한 대비가 눈길을 끌었다. 낡은 흔적과 새로운 창조가 한 장면 안에 공존하는 풍경—시간이 겹쳐진 도시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이 새로운 창조, 즉 섬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구조물은 독특한 곡선미로 잘 알려진 영국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의 작품이다. 그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 섬은 예술과 건축, 그리고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특히 섬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132개의 콘크리트 튤립 기둥은 단연 압도적이다. 기둥들은 높이 4.6m에서 18.8m까지 제각각 다르며, 파도처럼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허드슨강 위에 서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거대한 나뭇잎 같기도 하고, 일렁이는 파도 같기도 하다. 자연이 건축과 손을 잡은 듯, 공상 속 정원이 현실이 된 풍경이었다.
공원에 들어서자, 흙냄새와 풀 향이 바람에 실려 왔다. 사방이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 한복판에서 이토록 생생한 자연의 숨결을 느낄 줄이야. 이곳에는 39종의 나무 100여 그루, 그리고 다년생 식물과 고사리류 등 300여 종의 식물이 심겨 있다. 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색감이 조화로웠다. 가드너로서 영국의 코티지 가든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 식물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흙의 깊이가 얕은 인공섬 위에서도 이토록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지막한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곳곳에 들꽃이 흐드러져 피어 있었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걷는 오솔길은 정원을 산책하는 듯 편안했다. 허드슨강을 앞에 두고 작은 들풀을 보며 천천히 걷는 시간이 새삼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섬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풍경만이 아니었다. '멈춤'이었다.
가장 높은 전망대에 이르자, 눈앞이 시원하게 트였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빌딩 숲, 허드슨강 건너 저지시티, 그리고 잔잔히 흐르는 강물까지. 도시가 마치 예쁜 장난감 블록처럼 오밀조밀 빛나고 있었다. 소음 대신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나뭇잎이 스치는 바람 소리 만이 귀를 간지럽혔다. 복잡한 뉴욕이 이렇듯 조용하다니, 이곳은 정말, 도심 속 해방구였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이렇게 작고 예쁜 섬 위에서 풀 냄새를 맡으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 아쉬움이 남은 딸이 다시 들리자고 했다. 봄의 새싹, 가을의 단풍, 겨울의 고요함— 계절마다 또 다른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듯이, 다음에 이 길을 걸을 때의 우리 또한 지금과 다른 모습일 것이다.
혹시라도 뉴욕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잠시 멈춤의 공간'인 이곳, 리틀 아일랜드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크지 않은 공원이어서 걸어서 3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고, 뉴욕 여행 필수 코스인 첼시 마켓과 하이라인 공원이 함께 있어 들러보기 좋은 곳이다.
여행자를 위한 작은 팁
위치: Manhattan West Side, Pier 55 (하이라인 공원의 남쪽 끝과 바로 연결)
개장 시간: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입장료: 무료 (단, 공연 시즌에는 사전 예약이 필요할 때도 있음)
추천 시간: 일몰 무렵(오후 5~7시). 허드슨강 위로 지는 노을이 예술이라고 함
그 외: 금연 구역이고, 자전거는 외부에 세워두어야 한다. 스쿠터와 롤러블레이드는 탈 수는 없고 들고 다녀야 한다. 음식은 잔디나 놀이터에서 먹을 수 있지만, 주류 반입은 금지된다.
Little Island
Pier 55, Hudson River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