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참석차 런던으로 떠나며 아이샤는 나에게 자신의 엄마를 부탁했다.
금요일:
아이샤가 나를 찾아왔다.
아이샤:"Conny, 내일 런던으로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야 해. 그래서 우리 엄마를 부탁해"
나: "그런데, 왜 엄마는 함께 안 가셔?"
아이샤: "함께 가자고 했지. 그런데, 엄마가 싫으시데"
아이샤:"엄마가 멀미가 심하셔. 그리고, 내일 갔다가 내일 돌아오니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너무 힘들어. 그래서 엄마가 혼자서 집에 계시겠데"
나: "알겠어.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드려야 돼?"
아이샤:"아침 11시에 엄마와 함께 니들슈퍼마켓에 가줘. 엄마가 파인애플과 코코넛워터가 필요해. 그리고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집안에 잘 계신지 틈틈이 확인해 줘"
나: "알았어 걱정하지 마. 그리고 혹시라도 문제가 있으면 너에게 전화할게. M25고속도로는 교통사고가 워낙 많은 곳이니까, 조심해 다녀와"
아이샤의 친정엄마께서는 방글라데시출신의 이민 1세대로서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하신다.
물론, 알아듣지도 못하신다. 겨우 영어단어 몇 개 정도 알아들으신다.
토요일 아침:
아이샤는 아침 9시에 재차 자신의 친정엄마를 부탁하며 런던으로 떠났고,
나는 아침 11시에 아이샤집의 현관문을 두드렸다.
아이샤의 엄마께서 낮선이 가 아닌 나임을 확인하신 후, 문을 여셨다.
나는 "Mother, 리들슈퍼마켓? Sall we walk?"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걸어가자고 표현했다.
그런데, 그녀는 나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아하! 아직 준비가 안 되셨구나 싶어서 거실에 들어가서 앉았다.
그녀는 거실에 있었던 서랍장을 여시며, 동전과 지폐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꺼내셨고,
1파운드짜리 동전 4개를 꺼내놓으시며,
내 얼굴을 한번 보시고, 꺼내놓은 동전을 쳐다보셨다.
나는 어머님께서 돈이 더 필요한지 묻는 것 같아서, 봉투에서 1파운드짜리 동전 2개를 꺼냈다.
어머님께서는 만족하신 듯, 6파운드를 소중히 지갑 속에 넣으셨다.
그 후 시간이 조금 더 걸린 후,
모든 것을 다 준비하신듯한 모습(숄을 머리에 두르시고: 무슬람여인들은 반드시 외출 시 숄로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덮어야 함)으로 어머님께서는 내가 있는 거실로 나오셨다.
나:"Are you ready to go out?"라고 말하며, 걷는 모습을 보여드렸다.
친정어머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Do you have house keys?
"Keys?"
"House Keys?"라고 말하며, 현관문을 가리켰다.
그녀는 아하! 라며 마치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신 듯, 급히 뒷문으로 향하셨고, 문을 닫으신 후, 나에게 돌아오셨다.
나는 또다시 그녀에게 "Keys"라고 말씀드렸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들은 집을 나왔다. 앞문으로.
집을 나선 지, 채 5분도 되지 않았을 때, 어머님께서는 방글라데시언어로 뭐라고 뭐라고 말씀하셨고, 고개까지 갸우뚱거리셨다.
뭐지? 뭔가 문제가 있으신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그분께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었고, 그녀는 괜찮다고 하셨다.
물론 내가 못 알아듣는 방글라데시언어와 바디랭귀지로...
그런데, 뭔가 괜찮아 보이지 않으셨다.
그래서 아이샤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역이 필요했다.
전화벨이 몇 번 울리자,
아이샤의 친정엄마께서는 전화를 끊으라며 바디랭귀지로 말씀하셨다.
어떡하지?ㅠㅠ.
결국, 나는 어머님의 말씀처럼 전화를 끊었다.
평생 상담사와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는 동안 지키는 것이 있다.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며 비밀을 지켜야 한다.
아이샤의 친정엄마께서는 파인애플 1개와 코코넛워터 1병을 구입하셨고, 나는 우유, 과일, 야채 등을 구입하였다. 계산대에서 리들슈퍼마켓 포인트를 적립하려고, 전화기를 보았는데, 아이샤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엄마가 걱정이 되었는가 보다.
나는 친정엄마께 말씀드렸다.
전화를 해야 한다고 당신의 딸에게 안 그러면 딸이 걱정한다고.
그런데, 여전히 어머님께서는 팔을 휘젓으시면서 하지 말라고 하셨다.
진퇴양난이었다.
어떡하지?
결국 결정했다. 하얀 거짓말을 하기로ㅠㅠ.
아이샤를 안심시키고, 아이샤의 친정어머님의 의사를 존중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평상시에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 머리가, 긴박한 상황에서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곤 한다.
나의 전화를 받은 아이샤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나는 아까는 궁금한 점이 있어서 전화를 했는데, 괜찮아졌다. 런던으로 가는 도로사정은 어떠냐 등등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엄마는 잘 계시니까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오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면서 전화를 끊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아이샤는 내가 하는 말이 이상해서 운전하는 남편에게 말했고, 남편은 Conny가 있으므로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완전히 새빨간 거짓말을 아니었다.
나는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전화를 했고, 그런데, 당신의 어머님께서 계속 괜찮다고 하시니까, 현재까지는 괜찮고. 그리고 늘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M25의 도로상황이 어떤지 궁금하고, 너희들이 밤늦게 도착할 거니까 너의 가족의 안위가 걱정되고, 그러니까 잘 다녀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등등, 그래서 절대로 새빨간 거짓말을 아니라며 나를 정당화시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골똘히 생각했다.
분명히 뭐가 있는데???

뭐지?
뭘까?
말씀을 하시지 않으시니까,
답답했다ㅠㅠ.
집 앞에 다다르자, 아이샤의 친정엄마께서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셨다.
본래는 본인의 집으로 들어가시고, 나는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데,
우리 집 앞마당에서 나보고 먼저 집에 들어가라고 손짓을 하셨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어머님께서 Key를 집안에 두고 나왔다는 사실을!
아이샤의 친정어머님께서는 뒷문을 잠그셨고, 우리들은 현관문으로 통하여 앞으로 나왔다.
Key는 집안에 있었다.
아이샤의 집은 현관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곳에서 5명의 아이들을 키우시다 보니, 이러한 구조로 만드셨을 것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중간에 낀 집으므로, 뒷문으로 향하려면 빙 둘러서 가야 하는데, 아이샤집처럼 맨 끝집이거나,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주로 뒷문을 통하여 들어오고 나가고 하신다. 현관문은 주로 초대한 손님들이 이용하시거나, 우편배달부 그리고 택배기사가 주로 이용한다.
나는 친정엄마께 말씀드렸다.
당신이 먼저 집안으로 들어간 후, 내가 우리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친정엄마께서는 아니라고, 나보고 먼저 집에 들어가라고ㅠㅠ.
그렇게 여전히 우기셨다.
그녀는 집안에 Key를 두고 나온 실수를 내가 알기를 원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나도 또다시 우겼다.
당신의 딸이 나에게 "우리 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보살펴야 한다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붙잡고, 아이샤집의 뒷문으로 향했다.
역시 짐작한 대로 뒷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