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렛의 집은 내가 꿈꾸던 집이었다
Continued.
수요일 새벽:
새벽부터 내린 비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기온은 엄청 떨어졌다.
제기랄! 4월 말에 이놈의 날씨는 겨울날씨로 돌아갔다.
가뜩이나 마음이 산란한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다.
마가렛의 집은 우리 집에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
처음에는 택시를 불러서 갈까 하다가, 지인의 남편에게 부탁드렸다.
그분은 이미 집을 사고 판 경험도 있고, 집을 볼 때, 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그분의 조언도 듣고 싶어서, 부탁드렸는데, 감사하게도 흔쾌히 허락을 하셨다.
물론 나의 이익만은 아니었다(또다시 경영학적 마인드가 나옴)
tmi:지인과 지인의 남편분은 현재, 본인들의 집을 팔기 위하여 키친을 리모델링 중이시고, 1~2년 사이에 런던 근처로 이사를 가실 예정이 시다. 그래서 다른 집의 내부도 보고, 현재 부동산시장에서 주택판매가격의 수준도 알고 등등, 도움이 될 것 싶어서 함께 오신 것이었다.
역시, 사람은 서로가 윈윈 하는 관계가 오래간다.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이득을 보는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수요일 아침 11시 50분:
링컨과 나는 마가렛의 집에 도착한 후, 동네를 조금 둘러보았다.
나의 임대주택단지 내의 집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큰 집들이 즐비하게 있는 그런 곳이었다. 아마도 영국의 중류층 이상이 거주할만한 곳이었다.
최소한 이곳의 집들은 방의 개수 3개는 기본일 것이고, 4개까지 되어 보였다.
거리는 조용했고, 깨끗했다.
밖에서 본 마가렛의 집은 보자마자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부동산중계소를 통하여 보았던 작은집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내가 사진으로만 보았던 집의 외형보다 훨씬 크고 넓었으며 아름다웠다.
말끔하게 정돈된 앞마당, 차를 보관할 수 있는 개러지와 최소한 차량 3대 이상은 세워둘 수 있는 잘 정비된 드라이브웨이 아직 집안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그냥 감이 딱 왔다.
홈페이지에서 보았던 집의 외부 사진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웠다. 역시 부동산은 직접 가서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냥 딱 한번 보면, 드는 뭐 그런 직감 같은 것이 있는데,
마가렛의 집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부동산중계소에서 나온 젊고, 아름다운 부동산직원이 활짝 웃으며 현관문을 열어주시면, 우리를 집안으로 안내하셨다.
현관문은 사람들을 환영할 수 있는 밝은 곳이었으며, 넓었다.
오른쪽으로는 거실과 다이닝룸이 넓게 배치되어 있었으며,
키친은 ㄷ자 모향으로 반듯하고 넓었다. 얼마나 넓은지 거실과 다이닝룸을 합쳐놓은 크기로서, 빌트인세탁기와 건조기, 더블오븐까지 전부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 그런 곳이었다.
한쪽에 다이닝테이블을 놓는다면, 족히 6명이 서로 부딪치지 않고 음식을 만들고, 준비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아이샤가 처음 우리 집의 키친을 보면서 부러워하던 모습을 이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키친과 다이닝룸 그리고 거실을 본 후,
나는 방 3개로 안내받았다.
첫 번째 방은 1층에 있었다.
화장대와 작은 옷장이 있는 마가렛의 안방이었다.
아담하지만, 깔끔한 방. 그리고 넓은 방에 놓여있었던 침대 위는 그녀의 성격과는 달리 선명한 비비드 한 칼라의 베딩커버로 된 침대가 놓여있었다. 조금 의외네^^?
라는 생각을 하다가, 옷장옆에 있는 문이 보였다.
뭐지?
그래서 열어보았다.
다른 방으로 연결되나 싶어서.
그런데, 그곳은 또 다른 수납장이었다.
워킹수납장이라고 불릴만한 옷장이었고, 그곳에는 한 달 전에 돌아가셨던 마가렛의 남편분의 셔츠들이 깔끔하게 걸려있었다.
순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집안을 구경하던 나는 사라졌고, 그때부터는 그분들이 남긴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여느 때처럼 남의 집을 구경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슬픔이 차올랐다.
베드사이드와 놓인 마가렛의 손녀(나의 딸과 놀았던 3살짜리 손녀딸의 사진)와 자신들의 아들들의 아기사진들, 그리고 최근에 사진관에서 찍음직한 가족전체사진까지 전부 놓여있었다.
일을 하시는 아들내외가 시간이 없으셨는지, 미처 마가렛과 남편분의 짐을 뺄 수가 없었는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달 전에 한 달 전에 장례식을 치르고, 치매에 걸리신 어머님을 모셔가고ㅠㅠ.
특히 안방과 키친은 금방이라도 집주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은 모습으로 있었다ㅠㅠ.
그렇게 시작된 슬픈 감정은 집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묻는 부동산직원의 말소리로 인하여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가렛이 집은 방 3개는 네모반듯했으며 굉장히 컸다. 각각의 방의 사이즈는 책상, 옷장, 심지어 트윈베드 2개가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또한 모두 남서향으로 창문이 나 있어서, 우중충한 날씨임에도 실내는 굉장히 밝았고, 따듯했다.
넓은 키친, 다이닝룸, 거실, 샤워부스와 바스까지 갖춘 완벽한 바스룸 1개와 또 다른 바스룸등 총 2개의 바스룸이 이었다. 그리고 빨간 벽돌을 사용한 제대로 만든 작은 컨서번터리와 넓은 차고, 집안 곳곳에 있는 수납공간, 집안의 난방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크고 모던한 라디에이터, 적당한 크기의 앞마당과 뒷마당, 쉐드, 적어도 3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외부 드라이브웨이등 완벽한 집이었다.
좋은 자재로 오랜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만든 집. 바로 내가 꿈꾸던 그런 집이었다.
부동산 직원에게 집의 장점을 충분히 이야기한 후, 수고해 준, 지인에게 점심과 차를 대접하기 위하여 시티로 향했다.
나는 차 안에서 직감했다.
오늘 이 집은 팔릴 것이고,
구매자는 최소 1억~2억까지 이득을 보게 될 것임을.
이 집의 가격은 300,000파운드가 아니라, 최소 350,000~이상은 받아야 하는 충분한 내재가치가 있는 그런 집이었다.
제기랄!
나와 남편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길래, 이런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걸까? 경제적으로 어떻게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꿈에 그리던 집이 눈앞에 나타났는데, 집을 구입하기는커녕 눈(을) 버리게 된 것일까?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공부머리는 쓸~데없는 거였다고 말씀하셨구나. 부부 중에 한 명은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나는 오늘 갖고 싶은 것을 가지지 못해서 눈(을)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에 그리던 집을 실제로 구경할 수 있어서 눈은 호강했다. 그러나 그 대신 마음은 크게 다쳐버렸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포근하고 따스하셨던 마가렛과, 자애로웠던 그녀의 남편분이 떠올라서.
그러나 저러나, 시어머님께서 물으시면, 나는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하나ㅠㅠ.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