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라는 질병은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토요일 아침 11시:
시어머님과 존이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2월 방학 때, 나는 딸과 함께 기차를 타고 시어머님댁을 방문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4월이 되었고, 딸을 사랑하시는 시어머님께서 또다시 딸이 보고 싶으셨는지, 이번에는 본인이 차를 운전해서 우리 집까지 오셨다.
시어머님께서는 딸에게 토요일에 내려와서 잠을 자고 가라고 하시는데, 그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딸은 조용한 집에서 잡을 자야 하는데, 하필이면 시어머님댁이 기찻길옆이라서 소음이 심하다.
이곳에 있었던 멀쩡한 집을 팔아서 기찻길옆으로 이사했다???
처음에는 말씀드리지 못하다가, 혹시라도 상처받으실까 봐. 계속해서 왜 안 자고 가느냐고 하셔서 할 수 없이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시어머님께서는 쿨하게, 본인들은 적응이 되어서,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하셨다^^. 사실은 시어머님께서 보청기를 끼고 계신데, 밤에는 안 끼시니까, 안 들리는 것이다ㅠㅠ.
시어머님께서 구입해 온 샌드위치재료와 딸기로 점심을 만들어 먹은 후,
대화를 시작했다.
딸의 입시공부와 대학에서는 어떤 전공을 할 것인지 그리고 딸의 남자친구까지 물으셨다.
딸은 시어머님의 체형과 성격까지 전부 닮았다. 그래서인지 대화를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신다. 시어머님께서 오랫동안 사셨으면 좋겠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시다가 불쑥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시어머니: "너 아니? 마가렛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데"
시어머니: "300,000파운드인데, 그 집 정말 잘 지었다! 마가렛남편이 손수 지은집이야. 정말 잘 지었어. 정말 좋아"
시어머니: "너 한번 가서 볼래?"
속으로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러나 딸이 내린 특별지령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딸에게 주소를 주시며, 찾아보게 하셨다.
나는 속으로 제발 찾지 말아라ㅠ 제발 찾지 말아라ㅠㅠ 눈 버린다ㅠㅠ
유즈음, 부동산 중계소를 통하여 몇 번 집을 보러 다닌 후, 자기 객관화가 이루어졌다.
90년 우리 집을 팔고, 조금 모아둔 저축을 합쳐도 결코 내가 원하는 집을 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ㅠㅠ.
마가렛집을 300,000파운드로 내놓는다는 것은 빨리 팔겠다는 의도이다.
그렇다면, 구매하는 사람들은 엄청 좋은 기회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역시 자본주의는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이다.
이번 찬스는 부자거나, 집을 갈아타기 위하여 모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 또는 런던에서 외곽지역으로 집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 아니면, 홍콩 등지에서 불안한 자신들의 거처를 조금 더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싶은 사람들, 또는 억대연봉을 받고 있는 나의 베트남 지인 같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별의별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컴퓨터 화면에 띄워진, 그 집의 내부와 외부는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아악! 내가 살고 싶은 집이네ㅠㅠ.
시어머니: "한번 가서 직접 볼래?"
흥분을 가라앉힌 후,
나: "어머님, 너무 좋은 집이네요. 더욱이 마가렛의 남편께서 직접 손수 정성스럽게 만드셨다니! 가장 좋은 자재로 집을 만드셨겠군요. 아마도 이 집은 이번주말에 팔릴 것 같아요."
시어머님: "그래도 한번 가서 봐. 정말 괜찮아"
나: 속으로는 "어머님, 저 돈 없어요! 사고 싶어도 못 사요!ㅠㅠ"라고 하고 싶었지만, 딸의 특별한 지령으로 인하여 숨을 한 번 크게 쉰 후,
나:"네, 내일 한번 전화해서 알아볼게요."라고 말씀드렸다.
tmi: 딸은 나에게 그전날 특별지령을 내렸었다.
곧 고3이 되는 딸은 현재의 나에게 있어서 상사다.
제기랄! 남편은 평생 나의 진상 상사, 딸은 단기계약상사. 이놈의 인생은 결혼과 출산으로 위하여 평생말단직원으로 삶을 살아오고 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는지... 쓸데~없이~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
딸:"엄마! 절대로 내일 할머니와 이야기를 할 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안 돼~ 그러면 할머니 상처받으셔! 그리고 중간에 말 끊지 말고, 충분히 들어드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머니가 혹시라도 뭐 해보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딱 잘라서 "Yes" or "No"라고 단칼에 잘라서 말하지 마~ 응?"
남에게 쓸데없는 조언이나, 강요, 그리고 남의 삶에 간섭하는 것조차 싫어하시는 시어머님께서 오늘은 참 이상하리만큼 적극적으로 말씀하셨다. 시어머님께서 늙어가고 계시다는 증거다.
시어머님께서는 딸과의 대화를 나눈 후, 서둘러 본인의 집으로 떠나셨다.
운전을 워낙 잘하시는 시어머님께서는 더 이상 장거리 운전(겨우 1시간 20분 내외)은 못할 것 같다고 하시면서... 다음번 방학 때에는 우리가 또다시 기차를 타고 시어머님을 뵈려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마가렛은 시어머님의 둘째 언니시다.
한 달 전, 둘째 언니의 든든하고 자상하셨던 남편분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온 가족이 놀랐고, 특히, 작년에 치매판정을 받으셨던 둘째 언니는 그녀의 큰아들집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아마도 큰아들은 마가렛의 집을 급매로 팔아서 자신의 어머님을 모실 수 있는 큰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하거나, 그도 아니면 요양원으로 모실 것으로 생각된다.
젊었을 때, 몇 번 뵌 적이 있었던 마가렛은 독립적인 나의 시어머니와는 사뭇 다른 분이셨다.
따듯하고, 여유로웠으며, 사랑스러운 성정을 갖추신 그분은 남편과 가족들을 사랑하셨던 전형적인 현모양처셨다. 일명 high school Sweetheart였던 첫사랑의 남편과 고등학교를 졸업 후, 곧바로 결혼을 하신 후, 한평생 남편과 알콩달콩 사시면서, 자식들을 성공시켰고, 심지어 손자녀들까지 가끔씩 돌보아주시던 자애로운 분이셨다.
지금도 그분을 떠올리면, "포근함"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남편의 무한한 사랑 속에 삶을 꽃피우셨던 분이셨다.
치매라는 질병은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작년부터 발병된 치매는 다행스럽게 초기단계셨고, 더욱이 그녀를 옆에서 지극히 아끼시는 남편분이 계셔서 두 분이 생활하시는 것에는 그리 큰 문제가 되는 단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남편분께서 갑자기 한 달 전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모두들 놀랐고,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르셨다.
그리고 이제는 남은 자들은 자신들이 처리해야 하는 일들로 분주하다.
월요일 아침 7시: 딸이 학교로 떠난 후,
마가렛의 집을 다시 검색해 보았다.
앗! 그런데, 그 집이 더 이상 인터넷에 검색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집이 팔렸다. 그렇게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자꾸만 그 집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제기랄!
월요일 아침 9시:
나는 부동산중계소에 전화를 했다.
집이 확실하게 팔렸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어? 그런데, 집아 아직 안 팔렸다는 것이다.
뭐지?
어리둥절하면서, 나는 집구경을 하고 싶은데 가능한지 물었다.
전화를 받은 부동산중계소 여자는 내일까지 예약이 전부 찼다면서, 수요일에는 한자리 남아 있다고 했다.
아마도 괜찮은 집이고 언제라도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의미였다. 말로는 알겠다고 하려다가,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꼭 가서 한 번은 봐야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다.
결국, 나는 수요일 오후 12시에 예약을 했다.
물론, 수요일 전에 집이 팔릴 것이고, 어쩌면 나에게는 집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To be cont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