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복판에 멈추는 “허씨들”/불쑥 튀어 나온 집채만 한 노루
도로 한복판에서 멈추는“허씨들”
이곳에서는 렌터카를 운전하는 관광객들을 “허(호)씨들”라고 부른다.
렌터카의 번호판이 대부분“허”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재는“호”자들도 많다.
제주도로의 무법자는 버스기사나 택시기사가 아니다.
이곳에 놀러 오시는 관광객이 진정한 무법자다.
그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 가장 흔한 것은 찾던 관광지가 눈앞에 나타나면
아무 생각 없이, 도로 한복판에 턱 멈추어 버린다.
뒤에 오는 차량이 있든지 밟던지, 아무 생각이 없다.
사실, 이 정도는 봐줄만 하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것이 있다.
멀쩡하게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데, 정면에서 나를 향하여 쏜살같이
달려오는“역주행”자들이다.
“야! 너 죽고 싶어! 죽으려면 혼자 죽어!!!”라며 빽 소리를 지르게 만든다.
한번은 제주시에 있는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날이었다.
동광육거리에서 제주시로 가는 외길 오르막도로를 열심히 올라가고 있는데,
정면에서 전속력으로 나의 가족이 탄 차(경차)를 향하여 쏜살같이 달려서 내려오고 있었다.
욕은커녕, 너무 무서워서, “어떻게ㅠㅠ어떻게ㅠㅠ”만 외쳤다.
(참고로 그 지점은 외길이고, 옆으로 빠질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며, 경사가 높아서 내려오는 차량의 속도는 엄청 빠르다)
한 바터면 병원진료 보러 가는 날 교통사고로 입원할 수도 있었던 날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약 한달 후였나? 바로 그 지점에서 다른 선생님가족이 탄 차와 렌터카가 정면충돌하는 큰 사고가 발생하였다.
2~3년 전부터 고속도로 컬러 주행 유도선과 평화로 속도위반 구간단속이 생긴 후로는 대형교통사고는 많이 감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형 도로에서는 여전히“역주행”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곧3월이 된다.
여기 저기 유채꽃이 만발할 것이다.
“허씨들”중에는 화단과 화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려는 분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노란 유채꽃밭 주위에는 마치 동물의 허언 뱃살처럼, 자동차의 바닥을 드러낸 채, 뒤집어진 렌터카들이 여지 저기 보일 것이다.
굳이 화단과 화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다가 화단에 걸려 뒤집혀지거나,
유채꽃밭 옆으로 주차하려다가 아예 밭으로 떨어진 경우이다.
그러면, 꽃잔치는 일순간 대환장파티로 변하게 된다.
나의 눈앞에서 차가 뒤집어 지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 초보운전자들, 면허증만 있었지 운전 한번 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렌터카를 빌려서 저지르게 되는 사고들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 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 중에는 이곳에서 운전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도 계시다.
더욱이 비싼 외제차만 믿고, 난폭운전을 일삼는 분들로 인하여 제주국제학교커뮤니티에는 이들을 규탄하는 글도 종종 올라온다.
이런 사람들을 뭐라 불러야 할까? “철없는 사모님들”??
불쑥 튀어나온 집채만 한 노루
어느 맑고 청명한 아침, 우리 가족들은 서귀포 이마트를 가기 위하여 상창교차로를 지나 4차선의 중산간서로를 달리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 따듯한 햇살, “이곳이 바로 천국이지~”라며 한껏 행복감에 젖어 있을 때, 집채만 한 노루가 통통한 허연 뱃살을 앞 유리 창에 내비치며, 슬로우모션으로 지나갔다.
“죽었다! 노루?”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올랐고, 입으로는 “아악!”비명이 흘러 나왔다.
아주 큰 노루는 반대편 2차선 도로를 껑충 껑충 뛰어서, 중앙분리선 위의 화단을 육상 선수처럼 뛰어 넘은 후, 우리 차선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왜 볼 수 없었느냐고?
그곳의 중앙분리선은 화단이고, 그 위로는 작은 나무들로 병풍처럼 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대편 도로가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 차선에는 1차선에는 다른 차량이 주행하고 있었고, 우리는 2차선에서 옆 차량보다는 조금 뒤에서 주행하고 있었다.
노루는 1차선의 다른 차량의 앞을 곡예를 부리듯이 지나쳤고,
2차선에 있었던 우리차량 앞을 간발의 차로 다시 지나쳐 도로 옆 숲속으로 사라졌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다. 시속80Km로 달리던 도로에서 작은 경차에 집채만 한 노루가 충돌했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중산간도로에는 노루를 조심하라는 위험표시판이 있었지만, 실제로 그곳에서 그런 식으로 노루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 그곳을 지나갈 때에는, 토끼눈을 뜨고 양쪽을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평화로에는 풀을 뜯던 소와 말들이 도로에 많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인근에 살고 있던 개들이 시속 80Km지역에 자주 출몰했었다.
지금은 제주도의 부동산 투자 열풍과 난개발로 인하여 동물들이 살던 숲에는 콘크리트로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그래서 도로를 운행 시 동물 출현은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중산간도로 또는 한적한 도로에서는 동물들이 튀어 나오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동·식물들이 주인이고, 나는 침범자이다. 그들의 서식지를 침범한자로서 정신 바짝 차리고, 먼 시야를 내다보며, 안전운전과 방어운전으로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