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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야망이 있었지, 하지만 엄마인 게 더 좋아

"워킹맘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날짜 : 2019.1.25

● 날씨 : 미세먼지는 좀 있지만 따뜻한 날~

● 제목 : 엄마도 야망이라는 게 있었지, 하지만 엄마인게 더 좋아


어제 정말 내가 너무나도 아끼는 여동생의 승진시험 발표날이었다. 우리 엄마가 낳아주지 않았는데 친형제자매보다 더 속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8년 지기 동생이다. 그녀와 나는 같은 워킹맘이라 더 통하기도 했지만, 급한 성격 탓에 늘 동동대는 나와 다르게, 같은 워킹맘임에도 늘 침착한 그녀의 모습에서 나를 돌아보며 그녀를 어느샌가 솔메이트로 여기게 됐다.  나보다 훨씬 어림에도 불구하고(나보다 훨씬 어리다고는 표현했지만 그녀도 어느새 불혹이다...ㅠ.ㅠ) 오랜 기간 봐온 그녀의 사려 깊음은 때론 '뭐야? 쟤는 부처인 건가? 하나님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감탄스러울 때도 있었다.


그만큼 내가 아끼고, 나보다 연배가 아래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존경에 마지않는 그녀의 시험 결과 발표는 내일인 양 긴장됐다. 

아이를 키우며, 여러 가지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그녀가 굉장히 오랜 시간 준비해왔던 시험인걸 알기에...... 그녀의 "불합격" 소식에 순간... 얼마나 기운이 빠지던지... 뱃속에 뭔가 내 체온과 사뭇 다른 덩어리가 뭉쳐지는 듯 순간, 철렁! 했다. "하아~~~~~~" 긴 한숨이 입 밖으로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2016년 겨울 그녀는  "언니, 나 마흔 살을 목표로 해보고 싶은 게 있어. 승진시험 준비해볼까 해.." 라며 다부지게 말하던 그녀의 반짝이던 눈망울에서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직장을 놓지않고 있는 워킹맘으로 살아가면서 직장에서의 목표를 설정해둔 이의 기대와 희망을 보았다. 그 모습은 참~ 생기 있었고, 포부를 듣고 있는 나로 하여금 흐뭇함을 자아냈다.


그녀의 승진시험에 대한 포부를 들으며 나는 아주 길지만 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자기야~~! 나는 내가 19살 때 합격해놓고 안 갔던 교대를 다시 가겠다고, 28살에 수능을 다시 볼 생각에 입시학원을 등록하고 한 달 다녔는데, 그때 수학 수업 들으면서 사람이 단단히 마음먹고 해도 안 되는 게 있는 걸 알았어. 그리고는 수능학원 다니다 알게 된 동생한테 공무원 시험 과목엔 수학이 없으니 공무원 시험공부는 어떠냐는 이야기 듣고, 29살에 공무원 시험 시작하고 그해.... 29살에 1점 차로 지방직 낙방. 0.5점 차로 국가직 낙방. 그때는 내 인생에 마가 꼈나? 왜 이렇게 되는 게 없지? 29살. 직장도 없고, 애인도 없고.... 내가 왜 사는지.... 죽어버려야겠다. 막 이런 생각도 하고  국가직이든, 지방직 저 산골짝이 시골이든 어디라도 아무 데나 합격만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20대 마지막에 공시생 시절을 보냈는데.... 




 서른 살 봄 국가직, 지방직 두 곳 시험 본 게 다 합격하면서 공무원 3관왕 됐을 때는 갑자기 '아~~ 내가 경지에 이르렀구나.. 박차를 가해서 7급 시험 준비해야지' 해놓고  9급 공무원 임용되자마자 여기저기서 소개팅이 밀려드니까 7급 준비는커녕  임용되자마자 평일에는 일 배우느라 바쁘고, 주말에는 소개팅하느라 바쁘다 지금 남편 만나서 바로 결혼 진행하고.... 뭐 그렇게 7급 시험공부는 흐지부지 됐는데, 그 와중에  내가 공무원 임용 1년이 채 안 됐을 때 고객만족 우수사례 경진대회 나가서 상 받아서 해외연수도 다녀오고, 동기들 중에 가장 빨리 본청 들어가게 되니까 '업무를 잘해서 승진을 빨리 하자..'라고 생각했는데 결혼 후에 신혼집이랑 직장이 멀어져서 하루 100킬로 왕복 1년 넘게 운전하며 출퇴근하다 심장소리까지 들었던 아기를 유산하고 나니 승진이고, 출세고 다 필요 없고..... 건강한 아기를 가질 수 있을까만 생각하게 되더라.  




그러다 신혼집 가까운 지자체로 전입 와서 워니를 품에 안고나서 세상 다 갖은것 같았는데 육아휴직 후 워니 키우면서 아기는 너무 예쁜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아기랑만 있으려니 아기가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나도 밖깥에서 내 일도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야. 아이를 낳은 후에 엄마가 되면서 승진이고, 출세가 문제가 아니고 다시 돌아갈 직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더라고. 




그리고 다시 직장에 돌아와서 일을 다시 시작하는데 다른 곳에서 전입 왔는데도 불구하고 본청에 빨리 들어가면서 다시 스멀스멀 승진 욕심도 나고...ㅋㅋㅋ 직장에서 잘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고... 근데 그때 둘째가 생겼고, 나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었고, 워니 초등학교 입학에 둘째 출산에 이래저래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게  직장에서 금전적으로 받는 보상보다 크다는 판단하에 3년 육아휴직을 냈어. 




그때  스스로를 다독이며 '내 인생에 목표는 내가 선택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와 내가 만들어서 세상에 내어놓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거고 직장은 내가 목표하는 행복을 위한 훌륭한 수단이지 직장 자체가 내 인생에 목표는 아니다.라고 나 스스로 세뇌하며 토끼와 거북이 경주에서 토끼가 거북이에게 진 이유는 산꼭대기에 나무라는 목표를 안 보고, 거북이라는 상대만 봐서야. 난 남편과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며 내가 정해놓은 산꼭대기 나무 그늘 아래서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 때까지 거북이처럼 내 속도로 목표만 보고 가려고...... 공무원 임용이 나와 같은 시기에 된 직원들이 저 앞에 앞서가는 걸 내가 그들 뒤에서 바라보는 기분이 아주 즐거울 수는 없지만.... 내 목표는 그들이 아니고 내가 정해놓은 산꼭대기 나무이기 때문에 앞서가는 이들에게도 훈훈하게 손뼉 쳐줄 수 있는 아량을 갖는 게 나의 가장 큰 숙제라면 숙제야... 이렇게 내려놓기까지 엄마 이기전에 직장인이 먼저였기 때문에  사회에서 받는 인정에 대한 욕구도 컸고 그렇게 직장에서 내 위치에 대한 욕망~ 내지는 야망을 버리는 게 쉽지 않더라고....... 근데 지금은 내가 아이를 둘 낳고도 직장을 내려놓지 않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인 것만 해도 대단한 거 아닌가 싶어.  자기도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하는 거 너무 멋지고 진심으로 응원해. 하지만 그 시험에 대한 결과를 떠나서 아이 둘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멋있어."






그녀가 벌써 2년도 더 전에 내가 했던 이 말들을 세세히 기억할리 없겠지만..... 이런 말들은 그동안 그녀와 수도 없이 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내가 그녀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알거라 생각한다.




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여자도 '엄마'가 되는 순간 직장과 육아를 두고 갈등에 휩싸인다. 내 개인적인 추측으론 아무리 맞벌이해야 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깔려있다고 해도 10명 중 절반가량은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놓아버리는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절반 중에서 다시 절반이 넘는 여자들은 직장에서의 승진이나 출세욕은 출산과 동시에 내려놓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게 중에 친정이든 시댁이든 아니면 육아도우미 이모님이라도 아이 양육을 딱! 맡길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여자들은 직장에서의 승승장구도 힘들지만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 더 많으리라...




이렇게 저렇게 직장에서 꿈꾸던 나의 위치에 대한 작은 불꽃들은 출산과 동시에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엄마'가 되는 순간 직장에서의 출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뿌듯함'을... 그 가슴 벅참을 느껴봤다면  꼬물꼬물 한 아이를 내 품에 받아 드는 순간. 직장에서 승진 때 받는 '임명장', '사령장'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내 품에 안긴 나를 닮은 그 아기를 보는 순간 나는 이미 CEO 부럽지 않은 오히려 그 이상의 존재가 된다. 내 품 아이에게 나 스스로가 '조물주'와 같은 신적인 존재감을 느끼며 그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는 전지전능함을 발휘하기 위해  안감힘을 쓴다. 그리고 속싸개에 돌돌 말려있던 아기가 뒤집기를 하고, 엉금엉금 기고, 그러다 한 발짝 두 발짝 걷고... 어느 날 저 멀리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볼 때,  옹앙옹알 하던 아이가 '엄마'라는 단어를 말하더니 어눌한 발음으로 나와 소통을 하고 있을 때 그렇게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시시각각 보면서  느끼는 그 성취감들과 그 흐뭇함 들은 직장에서 얻는 그것과 바꿀 수가 없다. 저렇게 말 잘하고, 저렇게 잘 달리는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왔다니  ^^(남들 보기엔 당연한 것들에도 엄마는 늘 감동이다.)




지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내가 출세 욕구가 얼마나 대단했던 사람이었는지 내 역사를 알 수 있을 터이다. 그렇게 옆에 뛰어가고. 앞에 서 달려가고, 뒤에 따라오는 수많은 토끼와 거북이를 보면서 동기들보다 내가 선봉에 서있는 게  뿌듯했던 날들도 있었던 나다. 하지만,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지 금 육아와 직장을 타인의 도움 없이 오롯이 해나가고 있는 '워킹맘' 인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내 목표를 향해 전진해 나가고 있음에 뿌듯하다.




그리고 나의 솔메이트 그녀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워킹맘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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