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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가사-남편도 서포터가 아닌 주전 선수

육아와 가사-남편도 써포터가 아닌 주전선수

● 날짜 : 2019. 1. 13.

● 날씨 : 미세먼지는 좀 있지만 따뜻한 날~

● 제목 : 육아와 가사-남편도 서포터가 아닌 주전 선수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직장 생활하는 게 오히려 하루 종일 남편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삶이었다. 여자의 경우 결혼과 동시에 직장 생활을 그만두는 일도 더러 있지만, 웬만해서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맞벌이를 하는 게 경제적 측면에서도 조금 더 여유롭기도 하고, 부부 각자의 생활에 있어서도 서로 정신건강에 좋다는 게 나의 개인적 생각~~ 


하. 지. 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 이고, 일단 아이를 출산하고 난 후 맞벌이를 하게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첫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1년 후 복직한 직후~~ 난 남편과 다툴 일이 그렇게 많아질 줄 몰랐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맞벌이를 할 때는 가사를 적당히 서로 반반 맡아서 했는데, 첫아이 출산 후 출산휴가와 연이은 육아휴직으로 내가 출근하지 않고 아이를 보며 집에 있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스스로도 그렇고, 남편도 가사와 육아를 내 몫으로 여기게 됐다.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아이와 즐겁게 놀다 잠만 잘 수 있도록, 남편 퇴근 전에 청소, 빨래, 저녁식사 준비까지 다 마쳐놓고 남편이 퇴근하면 저녁을 먹은 후 유일하게 남편 몫으로 남겨둔 '아이 목욕' 이 이뤄질 동안 나는 저녁 먹은 설거지를 하고 남은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드는 게 아주~ 당연한 일상이었다. 이렇게 당연하던 일상이 내가 복직 후에 남편과 나 사이에 그렇게 많은 갈등이 될 줄 몰랐더랬다. 


복직 후 얼마를 버느냐 금전적 수치를 떠나서 나도 이젠 출근하게 되니 아침에 내 출근 준비에, 아침 식사에, 잠든 아이에게 옷을 입혀 현관을 나서는 것도 버거운 일인데, 남편은 여전히 본인 준비만하고 나보다 출근시간이 한 시간 빠르다는 이유로 몸만 쏙~ 빠져나갔다. 퇴근길..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려 고단하지만 그래도 에너지를 다시 끌어모아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켜서 집에 오자마자 저녁 준비에, 설거지에, 빨래에 짧은 저녁시간 워킹맘인 나는 동동거리는데 남편은 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아이 씻기는 것 하나만으로도 꽤나 큰 일을 도와주느냐~ 인심 쓰듯 "워니는 내가 씻겨줄게~" 란다...  그리고 나는 설거지하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빨래 돌려서 빨래 널고 할 동안 남편은 TV를 보고 남편은 그 옆에서 아이는 블록놀이를 혼자 하곤 있다. 육아휴직 후 복직한 처음엔 나도 바뀐 모든 상황에 적응하느라 경황이 없었지만.... 차츰 직장에도 적응을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내가 씻겨줄게~~~"라는 말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뭐지? 나도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은 남편과 똑같은데, 집에 돌아와서 집안 일도 아이 케어도 모두가 내몫은데 남편이 마치 선심 써서 도와주는 듯 생색내는 이 상황...' 나는 버럭~ 했다.


"자~!!! 여보! 나 할 말이 있는데, 똑똑히 들어. 내가 당신보다 돈을 적게 번다 고해도 나도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이런저런 업무에 시달리고 밖에 나가 있는 시간은 똑같아. 퇴근 후 내가 저녁식사 준비하면 당신은 세탁기 돌려~ 내가 설거지하면 당신은 TV 보며 워니 혼자 놀게 하지 말고, 워니 책 읽어줘. 내가 빨래 돌려서 널면 당신은 쓰레기 분리수거해. 내가 가사, 육아를 할 동안 당신도 똑같이 해. 그리고 집안일 다 마친 후 같이 쉬는 거야... 육아와 가사에서 내가 주전이고 당신이 서포트이던 건 내가 휴직중에만이었어. 이제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해서 나도 경제적으로도 당신과 같이 전방에서 뛰는 공격수가 되는 거고, 육아, 가사에서 나도 당신도 똑같이 주전 선수야.!!!! 알겠지??? "


나의 속사포 랩 잔소리 공격에 남편은 처음에 어리둥절해서 알겠노라~~ 대답만 하고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지 않았더랬다. 집안일은 내가 꼭! 말해야만~ 말하는 것만 딱! 그것만 했다. 설거지를 말하면 그릇 설거지만 할 뿐~~ 싱크대 주변은 물 천지로 남겨두고 자리를 뜨고(행주로 한 번만 훔치면 될 것인데.. 왜 그 마무리를 못 하는 건지~~~) 여하튼, 그렇게 아이가 생긴 후 나의  1년간 육아휴직이 끝난 시점부터 남편과 나는 더 이상 금슬 좋은 부부가 아니라 매사에 잔소리가 난무하는 워킹맘( = 그런 잔소리쟁이)을  아내로 둔 답답한 남편으로 캐릭터 변경이 되어있었다.


난 나름 지적이고, 우아한 여자였고 남편은  사람 좋은 훈남이었는데 아이를 낳아 기르며 맞벌이를 하다 보니 난 잔소리쟁이, 남편은 답답이가 될 줄 정말 꿈에도 몰랐더랬다. 첫째 아이를 키우며  우리 부부는 각자 우리 캐릭터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크코, 작은 다툼들이 있었고 이런 다툼은 아이가 생긴 후 나름 맞벌이 부부의 육아, 가사의 "조율" 과정이었고 다년간의 조율 과정을 거쳐 이제 어느 정도 호흡이 맞을 즈음~~ 나는 둘째를 출산했고, 이번엔 첫째 출산 때보다 세배는 더 길게 육아휴직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둔 맞벌이 부부로써 조율해놨던 남편과 나의 육아와 가사 패턴이 3년 동안 다 엉망이 되었고 긴 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후 또다시 티켝태격 남편과 한동안 육아와 가사에서의 맞벌이 부부의 역할 "조율" 이 이루어졌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온 3개월간 전쟁이었다면 그 후 6개월은 정전협정을 하듯 내가 등 하원 주 5회 홀로 다 하기 버거우니 적어도 주 5회 10번을 등 하원 중 2회라도 남편에게 맡아달라 내가 말하면 남편이 수용하고, 내가 아침에 화장하고 머리 할 동안 당신은 몸만 쏙~! 빠져나가지 말고 워니, 쭈니 아침 먹을 식판 꺼내놓고 쭈니 유치원 가방에 숟가락 통과 수첩 챙기는 거라도 하고 나가라~~ 말하면 남편이 수용하고 그렇게 협정 기간을 갖은 후

둘 사이에 삐거덕 거리던 육아와 가사분담을 조율 후 복직 1년여 만에 남편과 조율을 마치고 종전~! 을 선언했다.


남편도 나도 연고가 없는 지역에 와서 다시 말해 우리를 도와줄 친인척이 전혀~~ 없는 곳에서 9살, 4살 두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다 보니 남편과 나의 대화에 "육아와 가사의 주전과 서포터", "육아, 가사 분담 전쟁"~에서의 정전협정 및 종전선언이라는 단어들이  등장하곤 했다.. ㅋ 하아~~~ 부부의 대화에서 "육아와 가사의 주전과 서포터 구분을 없애야 하고 너도 나도 주전이다~! "라는 대화가 오가야 한다는 게 참~~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케어하는 맞벌이 부부의 동동거리는 일상은 때론 치열한 스포츠 경기가 되기도 하고 때론 둘 사이에 심각한 교전도 벌어지곤 했다. 


서포터처럼 한걸음 물러서서 가끔은 방관하던 남편이 내가 복직 후 1년 여가 지난 지금은 훌륭한 주전 선수가 되어 육아, 가사의 최전방에서 맹렬하게 뛰어주니 워킹맘인 나의 피로도가 한결 해소됨을 느끼는 요즘이다. 남편 역시 나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던 때보다 알아서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임하다 보니 나에게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고 본인 스스로도 뭔가 체계가 잡혀가는 건지 요즘 한결~ 안정된 일상들을 보내고 있다.


내가 다시 워킹맘이 될 때 9살, 4살이던 두 아이들은 

2019년 11살, 6살이 되었고

육아와 가사에서 마치 선심 쓰던 도와주던 서포터처럼 서성이던 남편은 어느새 육아, 가사에서 나와 같이 주전으로 뛰고 있는 지금.


이런 나날들이 지난 후 남편과 꼭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


"We are the champion!!!"


그리고 나는 안다.

남편과 내가 육아와 가사에서 주전으로 땀 흘리며 뛰고 있는 시간들도 금방 지나가리라는 것을~~ 

그 시간들이 지난 후 선량하게 잘 자란 두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남편과 두 손 꼭 잡고 

퀸의 "We are the champion!!!" 목소리 높여 부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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