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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비타민-부부 각자의 취미생활

● 날짜 : 2019.5.11.(토)

● 날씨 : 여름이 코 앞에 온 듯 햇살 내리쬐는 날~

● 제목 : 삶의 비타민-부부 각자의 취미생활

2019년이 시작되면서 이런저런 올해의 다짐들과 계획들을 한 장의 종이에 끄적인 적이 있다.             


2019. 우리 가족 미션.



1. 월 1회 1박 2일 가족여행


2. 주 2회 30분 이상 운동


3. 주 1회 각자 취미 데이(남편-운동, 난-그림 그리기)


4. 저축 시작하기(나)


5. 워니 체육활동


6. 쭈니 미술활동 







거창하진 않지만, 그리고 아주 대단한 목표들은 아니지만... 내가 설정한  위의  6가지 실천 미션들은 나의 복직으로 '각박'해져 버린 우리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내가 장기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와서 워킹맘이 된 후 "삶의 여유"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다. 가사와 아이들의 육아를 전담하던  아내를 '일터'로 되돌려 보낸 남편은 아내의 휴직으로 조금이나마 면제받았던 '가사와 육아'의 상당 부분을 이임받으며 '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고, 휴직 중인 엄마 그늘 아래서 잠도 좀 더 잘 수 있고, 책상 정리, 가방정리도 엄마 손을 빌려 할 수 있었던 아이들은 엄마가 '일터'로 돌아간 이후 엄마의 출근시간과 아이들 각자의 등교, 등원 시간에 맞춰 칼같이 일어나서 각자의 몫을 해내야 만다. 매일 아침  전투적인 풍경이 우리 집에 펼쳐졌다.



그렇게 어찌어찌 1년 남짓 보낸 후,


난 알았다. 내가 다시 워킹맘이 되었으니 금전적으로는 다소나마 여유가 생겼으나, 우리 가족의 삶의 여유는 엄청나게 사라졌다는 걸.... 아이들과 이런저런 요리를 함께하며 과정을 즐기고, 결과물에 기뻐한다거나... 내가 준비해둔 저녁식사를 일찍 먹고 평일 저녁 가족이 함께 배드민턴을 치거나 자전거를 타던 '저녁이 있는 삶'은 나의 복직 후 사라져 버렸다.



 "돈"이  생기니, "시간"이  없어지는.... 상황.



물질적 풍요가 삶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킹맘이 된 이후 뭔가 더 메마른 삶이 되어버리니 상황에서 나와 우리 가족에겐 각자의 비타민 그리고 가족이 함께하는 비타민이 필요했다.



우리 몸에 직접적인 에너지원이 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처럼 "돈"이 가족의 기본적인 삶에 에너지 원인건 분명하지만, 푸석푸석한 삶이 아닌 윤기 나는 삶을 위해 나와 남편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비타민" 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2019년을 시작하며 나는 '주 1회 퇴근 후  그림기리기', 남편은 '주 1회 퇴근 후 운동', 워니는 그간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저렴한 수강료로 편안하게 그냥 그냥 배우던 수영을 접고 '검도'를 시작하며 체육활동 시간을 늘렸다. 그리고 쭈니는 따로 보내는 학원은 없지만 유치원에서 자연스럽게 쭈니가 하고 싶어 하던 미술활동을 하게 됐다.



이렇게 남편과 나는 회사에서 일하고 돈 벌고, 집에 와서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하는 일 외에 각자의 취미생활을 주 1회씩이지만 시작하게 되었고, 1월부터 시작한 각자의 취미활동이 5월인 지금까지 매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남편과 내가 각자의 취미활동을 하는 날은 남은 한 사람이 아이 둘을 케어하며 집안일, 육아 모두 다 해내기로 단단히 약속했다. 그래서 가급적 서로에게 그날은 전화도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 회사일이나 회식으로 정해놓은 요일에 못 간 날이면 어떻게든 다른 요일이라도 서로 조율 후 서로의 취미 데이는 확보해주고 있다~ 부부의 굳은 결의가 이렇게 잘 실천된 적도 드물다 ㅋㅋ)



나는 생전 처음 그려본 유화에 푹~ 빠졌다. 잘못 그려도 다시 얼마든 수정이 가능하다 보니 그림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난 유화가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유화... 좋은 선생님을 만난 덕분에 재미있게 그림을 배우는 것도 즐거운데, 내가 첫 작품을 완성한 후 화실에서 처음 여는 전시회에 얼떨결에  참여하게 돼서 나름 내 그림이 걸린 '전시회'까지 열어보는 호사를 누렸다. 남편과 아이들과 내 그림이 걸려있는 전시회장에 갔던 금요일 저녁~ 나름 뿌듯했다.


그리고 내가 그린 그림을 집안에 걸어두니 남편도 아이들도 참 좋아한다. 아내가, 엄마가 뭔가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걸 같이 뿌듯해해 주니 나도 기분이 좋다.(자기'만족'만으로도 충분한데, 타인의 '인정함'이 더해지니 이 만한 성취가 없다.)



그리고 남편은 신혼 초에 배우다가 아이들이 생긴 후 접었던 '골프'를 다시 시작했다.  운동을 안 하다 갑작스레 내 지인들과 작년에 필드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안 하다 갑자기 필드에 나갔던 탓에~~ 자세도 엉망이고 결과도 영~ 별로였던 남편은 올 1월부터 주 1회 연습장에 다닌 덕분에


실력이 급격히 향상됐고 10개월이 지나 다시 그때 함께 쳤던 멤버들과 필드에 나갔다.  이튿날 함께 갔던 이들이 나에게 건넨 말 "아니~~ 워니아 빠 어떻게 그렇게 실력이 확~! 늘었어? 남편 골프 과외시켰어?", "정말! 누님 남편 실력 늘은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드라이브가 장난이 아니야? 힘이 엄청 좋아!" ^^ 남편과 함께 골프를 치고 온 이들의 다소 흥분감 묻어있는 격한 칭찬에 나도 사실 기분이 엄청 좋았다.



워니도 검도 다녀오면 신난다고 하고, 쭈니도 미술활동 있는 날 아침엔 미술 하는 날이라며 유치원 가는 발걸음이 더 신난다. 



이렇듯~~ 밥만 먹고사는 삶이 아닌, 피부 미용을 위한 비타민C도 먹고, 맑은 눈을 위한 비타민A도 먹고, 곧은 뼈를 위해  햇살로 비타민D도 공급해주듯~~ 회사 업무, 학교, 유치원  저마다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각자의 몫을 다 함은 물론 여기에 각자의 취미로 삶의 비타민까지 공급해주니 푸석하던 삶에 뭔가 윤기가 감돌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꼭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전업맘도 그리고 남편들도..


'먹고사는 일' 이 다소 해결된 후엔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음주, 가무, 도박 말고~~ 건전한 취미 말이다~ ^^ㅎ



새로운 그림을 그리며 또 새로운 삶을 꿈꾸는 나는.  현실 속에서는  40대 중반의 워킹맘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시간 동안은 미술시간을 유독 좋아했던 여중생이 되기도 하고, 방바닥에 달 지난 달력 뒷면을 엎어놓고 배 쭉~ 깔고 엎드려 몽당 연필 꼭 쥐고 공주도 그리고, 요정도 그리던 7살 아이가 되기도 한다.






                       취미는 이렇게 삶의 비타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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